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간혹 혼자 유럽 100일 다녀 왔다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볼때면, 어디서 저런 용기가 날까 궁금했었다. 혼자는 제주도 말고 밖으로 나가 본적이 없는 내가 과연 혼자 타국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살아 갈까 궁금하다가도 아니다, 그래도 좋은 풍경을 보면서 즐거워할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한다며 나는 늘 동행을 찾았었다.

가끔 여행 사이트에서 동행을 구하는 것을 많이 보는데, 거기엔 여행 고수들은 늘 이런 얘기를 달아주더라. 동행을 한국에서 구하지 말고 그냥, 여행지에서 만나서 같이 다니다가 헤어지는 것이 좋다고. 꼭 같이 가는 여행만이 여행은 아니라고. 처음에는 그 충고들에 가본 이들이나 할 수 있는 충고라고 생각했지만 언젠가 나의 여행을 떠 올려보면 그 충고가 어떤 것인지 짐작 할 수 있다. 친한 친구와 떠난 여행도 며칠이면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며칠은 서로 속앓이를 하는 것이 여행일 수 있기 때문이다. 

 

10여년전에 떠난 남도 일도 여행이 있었다. 그때의 동행은 나의 10년지기 친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와의 여행이 매우 불편했었다. 보름동안 계속되는 남도 여행이었는데 밤마다 수첩에 일정을 적으면서 내가 왜 이 여행을 계획하고 함께 하려고 한 동행자가 저 친구였을까 생각하며 후회하면서 결국 남은 일정을 다 보내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가야겠다고 짐을 싸서 급하게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돌아와서 나의 성급한 결정이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후회를 낳았는지 모른다. 친구는 내가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나는 내내 계획했던 곳들을 살피지 못하고 온 것이 후회가 된 것도 있지만 친구와의 시간을 공유하지 못한 어리석은 이기심을 탓하며 몇 년을 보내야 했다.

 

이렇게 성인들끼리도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건만. 36개월 된 아들과 함께 국내 여행도 아닌 터키 여행이라니. 그 여자 정말 대단하다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녀와 아들을 먼 터키로 장기간 여행을 보낼 수 있는 그의 남편은 또 얼마나 열린 세계관을 가지고 있단 말인지. ‘부창부수’란 말이 너무나 적절하게 잘 어울리는 부부라 할 수 있겠다.

 

원어민 발음일 것이라 생각되는 그녀의 영어실력. 그리고 그 어린 나이에 2개 국어를 한다는 그녀의 아들 중빈이. 사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그녀의 터키 여행보다야 이걸 더 부러워 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오소희의 여행 중에 가장 의문스러웠던 것은 우리나라에 있는 아이들은 조금만 어디가 아프면 바로 병원에 달려가는 것이 부모이고 상황이 조금만 달라져도 몸에 탈이 생기는 것은 성인도 별반 다를 바가 없을 텐데. 오소희와 중빈은 아팠던 적이 별루 없는 것 같다. 중빈은 더 많이 아팠을 것 같은데도 아파서 여행을 미뤘다는 얘기가 없다.

 

이 책은 그녀의 여행기이기 때문에 어떤 루트를 통해 가고 어떻게 갔는지 하는 여행 루트가 있지 않다. 다만 그녀의 행적으로 미루어 어떤 곳에 머물렀는지 알 수 있을 뿐이다.

여행 루트를 알려주는 것 보다는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책이다.

 

쉽게 동물과 친해지는 중빈이 누구든 만지려 하지 않을 커다랗고 더러운 개를 쉽게 만지며 친구를 만든다. 아이다움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녀의 여행 중에 가장 눈에 들어오는 말들이 있었다.

 

“처음에 나는 아이를 이곳에 데려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아이가 오래전부터 이곳에 올 예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에게 가방을 들게 하고, 자신의 힘으로 이곳까지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이의 첫 걸음마, 첫 번째 열감기, 처음 내지른 일성, 이 모든 것들은 매일매일 또 다른 '오늘’을 위해 성실히 축조된 밑계단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는 내가 끌고 가는 지점까지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린 마음이 닿는 곳까지 가는 것이다. 이 아이의 인생은 오롯이 이 아이의 것이다. 내가 주관할 수 있는 것은 가방을 들어주는 정도의 일일 것이다.” _P170

 

 

내가 여행에 실패했던 이유가 이런 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열린 마음으로 갈 수 없었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 것. 그것이 였을 것이다.

 

 

“내가 10대였을 때는, 누군가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을 앞장서 해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가 좋아서’하는 일에 불과 했다. 내가 20대였을 때, 타인에게 봉사하는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자신의 삶을 성실히 영위하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 당연한’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30대인 내게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위대한’일이며,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은 ‘고마운’일이다. -P198

 

 

 

문득 내게 중빈과 같은 아들이 있으면 내가 그녀처럼 바람이 데려다 주는 곳으로 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주말에 해야 할 일들을 떠 올리며 주말여행조차 할 수 없는 이 현실에 그런 행복이 내게 올 수 있을까 고민스러워 진다. 그리고 다시 문득 또 오소희가 우리 엄마였으면 난 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해 본다. 아마도 그녀를 믿고 나는 손을 꼭 잡고 어디든 갈 수 있었겠지 싶어서 중빈이 살짝 부러워진다.

 

터키 여행을 하고 돌아와 다시 사막을 보러 떠났다는 그녀의 마지막 페이지가 어찌나 질투가 느껴지는지 그녀의 삶이 사실 더 부러워 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현실에 있는 이곳에서 나는 바람이 불어다 주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낀다.

 

그녀가 다녀온 터키와 내가 작년에 다녀온 터키는 다소 다른 나라였던것 같다. 나는 그냥, 그녀처럼 그들의 삶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지를 돌며 랜드마크 찍었기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홀쭉해졌다. 왜, 나는 이런 자유로운 여행을 못했을까. 하지만 분명한것은 나도 터키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바람이 데려다 준 그곳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