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지인들에게 책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 물론 잘 빌려 읽지도 않는다. 오로지 내 소유의 책이어야 하며 내가 소장하고 있어야한다. 그런 이유가 생긴 것은 책을 읽을 때 간혹 줄을 치며 읽을 때가 생기면 줄을 치고 싶어 곤란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빌려서 읽기보다는 사서 읽고 있는데 내가 산책을 잘 빌려주지 않지만 간혹 빌려주는 책 중에 가장 빈번하게 지인들이 집에 놀러와 가지고 가서 돌려주지 않는 책은 장 자끄 상뻬의 책들이다. 집에 놀러 와서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읽겠다고 가져가고 서로 잊고 있다가 다시 읽기위해 찾다보면 지인들과 멀어져 있어서 책 때문에 연락하기 곤란한 상황이 되면 결국 다시 한권을 샀다.

그런데 며칠 전 내게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가 3권이나 돌아왔다. 돌아 왔다기 보다는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났고 그들이 잊고 있던 책들을 우연치 않게 가지고 왔는데 그것이 모두 다 똑같은 책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책을 보면서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다시 만나게 된 두 소년이 내게 다가온 느낌이다. 




평범하다는 말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두 아이가 있다. 한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고 한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한다. 멀리서오는 두 아이의 모습만 보더라도 누군지 대번에 알 수 있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누군가 곁에 있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얼굴이 빨개져야 할 때는 정작 빨개지지 않는 마르슬랭은 왜 얼굴이 빨개지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이런 얼굴로 살아야 할지 모른 채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여름 태양에 검게 그을린 모습으로 있는 사람들과 함께일 때가 가장 좋다는 마르슬랭 까이유.

감기 증상이 없는데도 감기에 걸린 것처럼 재채기를 하는 르네 리토는 바이올린도 잘 켜고 훌륭한 학생이었지만 그도 혼자였다.

마르슬랭이나 리토가 대견한 생각이 드는 것은 그들의 어떤 다름을 괴로워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인다는 것이고 우정이라는 것이 서로 교감에서 오는 소통을 그냥 이해해 준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까이유는 재채기를 하는 리토에게 감기에 걸렸냐는 말을 하지 않고 리토의 재채기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리토는 멋진 얼굴색으로 변한다고 까이유의 빨개지는 얼굴을 좋아한다. 아무 이유 없이 빨개지는 얼굴을 가진 친구가 멋있고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재채기를 하는 친구가 귀찮지 않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 따뜻한 다독임은 무엇일까. 



내게는 유독 땀을 많이 흘리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늘 허덕였다. 손수건을 두장 이상씩 가지고 다니며 땀을 닦았고, 땀에 젖은 셔츠가 민망하기 때문에 늘 짙은 색의 옷은 입지 않고 흰색의 블라우스나 티셔츠 차림으로만 밖을 나왔다. 이것도 이유가 있을때나 나오는 것이고 여름이 되면 밖을 거의 출입을 하지 않으려하고 술집이나 커피를 마시러 갈 때도 남들이 춥다고 피하는 에어컨 바로 앞에 자리를 하고 숨이 헐떡이면서 앉아 있다. 가끔은 더운 여름날 우리 또한 더위에 힘들어 선풍기 앞에 앉으려고 하면 좀처럼 자리를 내주지 않는 친구 때문에 여름에는 그 친구만 빼고 몇 번 남녀가 만나는 모임을 가진 적도 있었고 여행을 간적도 있었다. 우리는 그 친구의 허덕임이 버거웠던 날들이 많았다. 문득 까이유와 리토를 생각해보니 그 두 친구들이었다면 더위에 허덕이며 땀을 흘리는,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도 땀을 많이 흘리는 친구와 어떻게 지냈을까. 



리토의 이사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의 특별한 부분으로 알아보고 만나게 되는 과정의 장면에서는 가슴이 찡하다. 어쩌면 지금은 자주 연락이 안 되는 그 친구가 어느 날 추운 겨울날 지하철을 타며 덥다고 계속 부채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가운 인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삶이란 대개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고, 매우 기뻐하며, 몇 가지 계획들도 세운다. 그리고 다신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수많은 이유들로. 


그러나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다. (110P)”



서로 핸드폰 번호가 여러 번 바뀌면서 만나지 못하고 있는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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