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그리다 - 올드독 작가 정우열과 반려견 소리 그리고 풋코의 동고동락 10년
정우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올드독을 처음 만난 것은 네이버 블로그 스킨을 판매를 할 때부터였다. 그전에 다른 곳에서 글도 쓰시고 하셨다는데 블로그 스킨 제작이 없었다면 아마도 만나지 못했을 [올드독]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유료화가 아닌 무료로 블로그 스킨이 올라와져 있지만 한동안은 유료로 일주일 혹은 한달, 1년짜리로 블로그 대문을 장식할 스킨을 사서 쓰기도 했다. 그때 발견된 [올드독]의 풋코와 소리에게 빠져 간혹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보며 이런 종류의 개를 키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폭스 테리어종 소리와 풋코와 10년 동거 하면서 지나온 이야기를 담은 [개를 그리다]는 개를 키우면서 개를 그리게 된 정우열 작가의 이야기다. 개를 10년 동안 키웠다는 것보다 사실 한집에서 10년 살았다는 것에 깜짝 놀랐던 그의 집은 여자보다 훨씬 감각 있는 인테리어에 놀라곤 했다. 예쁜 것을 좋아하는 작가는 커튼도 핑크와 이케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디오도 내가 사려고 했던 엔틱 빨강 오디오가 있고. 집에 있는 소품들이 왜 이렇게 예쁜 것인지.

 

 

매우 시크 하지만 가까이 가면 배를 보여주며 복종할 줄 아는 개, 음악을 틀어 놓으면 자기 목청을 더 새워 노래 부르는 개, 사람들이 개를 싫어 할까봐 시즌이 지날 때쯤 찾아간 바닷가에서 저 재미나게 노는 개, 촛불집회에도 파란 스카프를 하고 참가하는 개, 창밖을 보면서 개똥을 그냥 두고 가는 행인들을 감시하는 개, 슬 취한 주인이 사온 이상한 옷도 참고 입어주는 개, 숙면과 멜라토닌 분비를 위해 안대를 제공을 받지만 마땅치 않아하는 개, 어쩐지 분홍색이 잘 어울리는 개, 창밖을 보며 일광욕을 하는 개, 한밤의 드라이브를 즐길 줄 아는 개, 주인이 하는 집안일에 옆에서 같이 있어주는 애교 많은 풋코, 그리고 무관심한 소리.

 

 

“ 분명, 세상에는 개를 키우는 것 말고도 더 가치 있고 훌륭한 여러 가지 라이프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와 기타등등)와 함께 사는 것은, 우리의 삶은 어떻게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애정과 책임과 행복 간에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배우며 살아가는 방법 중 한 가지인 것 같다.” P86~87

 

 

처음부터 소리를 키웠던 것은 아니었던 작가는 소리가 어떤 특정한 단어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단어는 “오빠”였다. 소리를 처음 키웠던 부부중 아내가 남편에게 오빠라는 단어를 많이 섰고 그 애정이 담긴 목소리를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처음에 길러줬던 주인의 나직한 목소리로 불러줬던 그 단어, “오빠”. 간혹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그 단어에 유독 반응하는 소리의 모습에 가슴 찡했을 순간을 떠 올려보니 내가 그동안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내 곁을 떠났던 개들이 떠올라서 울컥했던 페이지였다.

 

 

지난해 10년을 함께했던 집에서 이사한 풋코와 소리, 정우열은 제주도에 있다. 책의 끝말미에 이사하면서 끝이 났는데 앞으로 이사 한 뒤의 이야기도 많이 궁금하다. 다만, 이제는 함께 했던 소리가 더 이상 세상에 없다는 것만 달라질 것 같다. 간혹 트위터에 올라오는 풋코의 사진이 유독 외로워 보이는 것도 어쩜 소리의 부재 때문이겠지. 외롭겠지만 풋코의 사랑스러운 개짤을 계속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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