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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 ㅣ 스토리콜렉터 2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사이보그 신데렐라, 그리고 늑대를 사랑하게 된 빨간 모자의 이야기를 비틀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마리사 마이어의 세번째 이야기는 인공위성에 갇힌 라푼젤의 이야기다. 그녀의 동화속의 인물들의 비틀기는 계속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야기가 처음 [신더]보다 훨씬 풍부해지고 있다. 처음 신더에서 집중할 수 없었던 인물묘사나 너무 유치한 대사들에 손발이 오그라 들었던 부분이 솔직히 있었는데 그녀의 두번째 이야기 [스칼렛]에서는 늑대와 빨간모자의 로맨스에 탄력을 받아 그녀의 세번째 이야기 [크레스]는 그녀의 작품 세번째를 읽는 동안 가장 재미있었다. 다만, 그녀가 앞으로 쓸 작품에서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인물간의 고민들이 더 깊어지면 어떨까.
높은 탑에 갇혀 세상을 느낄 수 없었던 라푼젤과는 달리 크레스는 천재 헤커가 되었고 그렇게 길러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라푼젤과는 달리 훨씬 쓸모 있는 인물을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아내가 임신을 하고 라푼젤(양배추)를 먹고 싶어서 몰래 마녀의 밭에서 가져온 양배추를 주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아내가 낳은 아이를 마녀에게 줄 수 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운명이 [크레스]안에는 없다. 어쩜 그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아버지와의 만남이 너무 어색하게 헤어지는 것 같아서 쓸쓸했다고 할까? 어쩌다가 자신이 인공위성에 갇혀 그런 신세가 되었을까 생각했었을 크레스와 아버지의 만남이 너무 싱겁게 끝이 나서 좀 속상했다고 할까.
그녀의 이야기속에 동화의 인물만 빌려 온 것 같지만 라푼젤을 구하기 위해 높은 탑에 올랐던 왕자가 가시 덤블에 쓰러져 눈이 멀게 되는 얘기는 그대로 착안되었다. 그녀를 구하러 갔던 카스웰 함장이 눈이 멀게 되는 부분은 그대로 답습되었다. 왕자와 라푼젤의 사랑이 동화속에 존재했지만 새로 만들어낸 [크레스]안에서는 짝사랑을 앓게 되는 여자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소녀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크레스가 카스웰 함장의 짝사랑에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화끈한 로맨스도 아닌 이런 짝사랑에 웃어진다는 것에 나의 연애 감성이 아직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되어 기분 좋아진다고 할까.
신더, 스칼렛 그리고 세번째 인물 크레스가 나타났지만 어찌보면 이 이야기의 가장 큰 구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신더일것이다. 신더로 인해 이 모험이 계속 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그녀의 네번째 백설공주의 다른 얘기 [윈터]의 얘기가 나오지만 그 이야기도 신더의 큰 이야기 축의 하나의 얘기가 아닐까.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동화들은 모두 하나의 공간에서 시작되어 각각의 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을 따로 떨어뜨려 놓은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녀의 네번째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나는 크레스가 바람둥이더라도 카스웰 함장과 이어지는 얘기로 끝을 맺고 싶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