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에게 최고의 드라마는 김운경 작가의 [유나의 거리]이다. [서울의 달] 이전부터 좋아 했던 김운경 작가의 어느 동네의 골목 이야기를 좋아했는데, 기다렸던 작가의 참 다정한 드라마가 나왔다.

나오는 등장 인물들중 누구 하나 미운 사람이 없다. 그중에 가장 연장자로 나오는 장노인과 주인집 아들과의 시시콜콜한 대화들은 미소가 번진다. 다 보고 나면 행복해지는 그런 드라마속의 한 인물 중 장노인은 치매에 걸리고 말았다. 한때 주먹으로 유명했던 그는 콜라텍에서 지르박도 추는 참 멋진 사나이였는데 어느덧 이제 자신의 이름과 나이도 모르는 치매 걸린 노인이 되어 버렸다.

 

 

 

오늘 그 장노인이 이제는 다시는 춤추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며 마지막 스테이지를 밟는 장면이 나왔다. 그의 손을 마주 잡아 줬던 짱구 엄마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창만이도, 유나도 모두 눈속 가득 눈물을 안고 장노인의 춤을 지켜본다. 장노인 또한 이 춤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지그시 손잡은 짱구 엄마의 모습에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마치 다음 장면은 장노인이 잠들어서 더 이상 눈 뜨지 않을 것 같은 장면으로 그렇게 끝이 났다.

 

 

 

 

 

 

 

장노인의 마지막 춤을 보는 동안 인터넷 기사에 뜬 신해철의 사망소식을 접했다.

 

한때 나는 그의 음악을 많이 좋아했었고, 콘서트를 찾아가 열광했었고, 그의 밴드 해체 소식에 속상했었다. 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는 열정은 나이가 한 살씩 먹을 때마다 사라졌지만, 간혹 텔레비전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빼 놓지 않고 보았다. 언젠가 [탑밴드]에서 아마추어인 밴드라서 그 가치를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해 분노하며 그 밴드가 콘서트를 서는 그날까지 밀어주겠다는 객기 아닌 그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들어 그를 더 좋아하게 되었었다. 얼마 전 즐겨보는 비정상회담에서 나온 그가 대중에게 보인 마지막 방송이라는 것이 슬프기만 하다.

 

 

 

유나의 거리에서 장노인은 자신의 마지막을 알고 마음껏 슬픔을 누렸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다. 한때 모든 이에게 활화산 같은 열망을 심어주기도 했던 [그대에게]가 들려오는 라디오를 듣는데 그냥 눈물이 났다. 장노인처럼 마지막 춤을 추지도 못하고, 그가 좋아하는 노래도 한곡 부르지 못하고 떠났다는 것에 먹먹해지기만 한다.

 

 

 

때론 삶은 누군가에게 참 이렇게도 옹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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