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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더 ㅣ 스토리콜렉터 1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924/pimg_759890176899858.jpg)
가상과 시대는 변해도 사상은 달라지지 않는 것일까.
제목이 [신더]이기에 혹시 신데렐라의 판타지 판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렇다. 84년생이 쓴 판타지 판의 신데렐라의 얘기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 중의 첫 번째 소설인가보다. 앞으로 동화를 근간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 나온다고 한다. 그중에 많이 알고 있는 [빨간 모자], [라푼젤], [백설공주]라고 한다. 동화로 시작해서 그동안 SD 애니메이션도 보았고 요즘은 3D판으로 내용이 각색이 된 애니메이션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드라마들도 요즘 동화책의 내용을 소재로 빌려와 만들기도 하고, 전래 동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도 만들기도 했다.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던가.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많이들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본다면 [신더] 또한 판타지 말로 새롭게 만들어진 신데렐라의 이야기니 발상의 전환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인지. 너무나 뻔 한 발상의 전환이라서 다소 김이 빠진다.
[신더]의 책 속의 주인공이 제목과 같다. 그녀는 동화속의 신데렐라처럼 계모와 피가 다른 자매들과 함께 살고 있다. 더욱이 계모는 동화책속처럼 게으르고 표독하고 이기적이다. 자매들 또한 다르지 않다. 파티에 가기위해 마차를 고치듯 타고 갈 것들을 고쳐 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신더는 한 쪽 다리는 기계로 개조한 사이보그 인간이다. 온갖 집안일을 했던 신데렐라처럼 신더 또한 집안일과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시장에서 간판도 없는 후미진 곳에서 기계를 고치며 살고 있는 정비공이다.
그런데, 신더의 나이의 얼마나 됐을까? [신데렐라]에서는 그녀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또, 그때는 그런 시대라고 치고 혼자 나가서 살 수 없었겠지만 신더는 기계를 고치며 사는 나름 전문직의 여성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전문직의 여성이 계모의 학대와 가장이 되어 왜 집안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레투모시스의 전염병이 나라를 덮치고 있다고 한들, 그렇게 죽을 듯이 자신을 학대하고 전염병이 옮은 것 같다며 죄책감 따위 없이 검역소에 마루타로 까지 보내는 그런 엄마와 왜 살고 있냔 말이다. 법적인 보호자라지만, 그녀는 황태자의 안드로이드의 수리까지 하는 여자인데 뭐가 부족해서.
그런데 그녀의 한계를 만들어 준 것이 그녀가 사이보그라는 것에 있다. 그녀는 다리 한쪽과 손을 강철로 만들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머릿속으로 인터넷도 접속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두되를 가지고 있다. 이런 그녀는 사이보그라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는다. 이런 ‘루나 클로니클’의 세계에서는 그녀는 소유물로 인정이 되어 소유주가 있는 노예 아닌 노예가 되어 버렸다. 처음에 이런 전문직 여성을 왜 이런 설정을 했을까 했는데 작가의 나름 구성의 묘미가 있다.
사실 나는 동화 속에 나오는 계모들이 이렇게 다 표독하고 그악스럽게 나오는 것이 싫다. 이런 부분부터 변화를 주고 얘기를 시작했으면 참 좋겠다. 원래 신데렐라의 성인 버전은 훨씬 야하고 왜 12시까지 꼭 들어와야 하는지의 설명에 더 수긍이 갔다. 원래 신데렐라는 좀 노는 여자라서 밖에 나가면 남자들과 노느라 집에 들어오지 않아 집에서 걸어놓은 통금 시간이 12시라던가 그런 설정에 한참 웃으며 읽었던 책도 기억이 난다.
다만 다른 것은 신더가 레베나 여왕의 조카이고, 셀린 공주라니. 그러니까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서 여자의 신분 상승을 위해 남자를 만나는 것을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한다면, 신더는 이미 공주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으니 계급으로 따진다면 충분히 황태자와 결혼을 할 수 있는 상위 1%의 얘기로 내용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신데렐라는 동물 친구들 밖에 없었는데 그녀의 의붓동생인 피어니와의 모습은 많이 짠한 마음을 가지게 했다. 검역소에서 죽어갈 피어니를 찾으러 다시 간 신더가 피어니와의 대하들은 책속에서 가장 따뜻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신데렐라는 한쪽 구두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잃어버린 구두의 주인을 찾으러 다녔던 왕자는 신데렐라를 만나서 행복하게 잘산다는 동화의 내용과 달리 신더는 잃어버린 구두가 아니라 다리 한쪽을 잃어 버렸고, 사이보그가 되었다. 그런 그녀가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궁금하다. 마지막 장면은 역시 여자는 그냥 찾아오는 남자를 만나서 행복했습니다로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