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벌루션 No.0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을 좋아했었다. [GO]의 영화를 보고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책을 찾아 읽었는데 가슴이 따뜻하다가 아픈 게 이 사람의 삶이 고단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 소설이었다. 이후 일본 드라마의 홍수에 빠지면서 그의 단편 소설이 영화가 된 것도 보면서 참 좋은 작가를 알게 되었다며 그의 소설들을 무작정 찾아 읽었는데 그의 첫 번째는 [GO]에서 그리고 다음은 [레벌루션 NO.3]로 이어졌다.

 

 

아마 그의 소설을 즐겨 읽은 사람이라면 좀비 시리즈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레벌루션 NO.3]의 시작으로 된 그들의 행적은 [플라이, 대디, 플라이]로 이어지고 마지막은 [스피드]로 끝이 났었다. 그 소설 시리즈속에서 “순신”을 만났고 그 순신은 가네시로 자즈키의 다른 면을 부각시킨 인물일 것이다.

 

그는 그 스스로가 재일 교포이며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조총련계 학교를 다니고 그때 빠졌던 독서가 아마도 그를 이렇게 키웠을 것이다. 순신이 싸움을 잘하면서 무뚝뚝한 의리를 지키면서 고독한 순간에도 책을 놓지 않는 모습은 가네시로 가즈키의 모습이 아닐까.

 

 

[레벌루션 NO.0] 또한 순신과 그의 무리들이 나온다. 이 얘기는 [레벌루션 NO.3] 이전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아주 짧은 이야기다. 그들이 그 학교로 몰릴 수 있었던 얘기. 그리고 한반이 되어서 학교가 행하는 음모를 알게 되고 그 음모를 어떻게 저항해 나가는 것인지 보여주는 며칠의 모험담으로 끝이 났다.

 

왠지 우리나라에는 이런 학교는 이제 없을 것 같지만 내가 아는 내 동창 남학생들도 이런 폭력적인 학교의 생활을 하며 3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남학교의 모습이 나온다. 지금은 선생님이 회초리를 든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로 바로 찍어 교육청 사이트에 올리는 시대라지만, 어디 앞니가 빠지도록 아이들을 구타하는 학교가 얼마나 있을라고.

 

학교에서 메이저의 아이들이 아닌 마이너의 아이들,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가네시로 가즈키의 성장이 그러했고, 남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생생한 모습을 그려 넣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가 말했던 좀비란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지만 인간은 아닌 것. 즉 자신은 일본인이지만, 재일 교포이며 학교에서 또한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이 자신이 어쩌면 좀비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가 느낀 단절된 감정이 얼마나 쓰리고 아팠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레벌루션 NO.3]속에 아이들은 개구지고, 의리 있고, 박력 있고, 믿음직스러웠었다. 그 이후 스피드까지 가면서 좀비 시리즈들이 좀 시들한 맛이 있고 무엇보다 너무 우려 먹는것 같은 느낌이 많이 나서 사실 [스피드]에서는 좀 실망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그들의 소식이 궁금했었던 것은 있다. 특히 우리의 순신이 어찌 지내시는지 너무 궁금했고, 순신으로 한때 영화까지 찍었던 오카다 준이치의 소식 또한 궁금했으니까. 무엇보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속에는 명대사들이 참 많았다.

그가 언제부터 영상을 만들어내는 일에 관심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어쩌면 그의 소설들의 대부분이 영화화 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일지 모르겠고) 그가 한때 오카다 준이치와 츠츠미 신이치와 함께 드라마 [SP]의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이 좀 놀라웠었다. 그의 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직접 시나리오 각색을 할 때 나는 참 말리고 싶었다. 사실 그 영화는 소설보다 훨씬 재미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이제 [레벌루션 NO.0]을 마지막으로 좀비 시리즈는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하시니 순신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좀 아쉽다고나 할까.

 

 

오래전에 사 놓고 읽지 못했던 [영화처럼]만 읽는다면 그의 작품은 모두 다 읽는 것인데, 그의 신간 소식을 좀 듣고 싶다. [GO]와 같은 소설을 또 기대한다면 그를 너무 괴롭히는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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