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해 - 개그맨 김영철의 톡톡 튀는 도전기
김영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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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영철을 떠올리면 오래전 ‘개그 콘서트’에서 안내양을 했던 기억과 하춘하, 김희애 흉내 냈던 것들이 가장 먼저 떠올려진다. 본인도 이런 부분이 자신의 연관 검색어라고 말했지만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는 연예인들은 그 틀을 쉽게 깨지 못한다.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오래 버티거나 망가지거나 하는 것 같다. 그런 그가 전혀 다른 이미지를 하나 추가했다. 그가 10년 동안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왔다는 것, 그래서 번역서도 2권이나 내고, 영어 관련서적도 내고 이번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은지 자기 계발서 한권 냈다.

 

 

제목이 좋다. <일단, 시작해> 뭐든 시작을 하지 않는 한 어떤 결과를 가질 수 없다. 사실 그 결과가 어떻게 적용이 될 것인지 그것 때문에 고민스러워 하다가 결국 하나도 실천하지 못했던 계획들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일단 시작을 해야 콩이든 팥이든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제목에 맞게 그가 말해주는 얘기들이 사실 좀 실망스럽다. 그는 남의 말을 듣는 것보다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1,2,3교시가 쭉 연달아 있는 강의를 쉬지 않고 할 때 주변에서 너무 힘들지 않느냐 물어보면 목이 아프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런 그를 보고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그런 면이 책속에도 너무 많이 녹아 있다. 그는 쉼 없이 자신의 주변 일들을 얘기하며 그것을 주제와 연관을 시킨다. 그런데 그 주제와 에피소드들이 사실 잘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여럿 있다. 특히나는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얘기가 많이 걸렸다.

 

자신의 허물과 상처를 치유하기위해서는 감추지 말고 표현하므로 더 크게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다는 것의 의도는 알겠는데, 자기 계발서라는 장르를 본다면 이런 부분은 그의 책의 의미에서 볼 때 가장 큰 사족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문장의 구성이나 단어들은 단순하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한번 잡으면 두어 시간 만에 후딱 책을 다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뭔가 시원하게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여러 연예인들과 함께하는 사람이니까 책속에는 연예인들의 지인들이 자신에게 충고를 해줬던 일화들을 많이 소개해줬는데, 착한 이미지의 유재석은 어디서든 그런 이미지를 가질 것 같아서 그냥 그랬는데, 신동엽의 얘기에는 그가 좀 달라보였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을 것 같은 그가 후배를 위해 충고해줬던 말들이 그동안 그도 많이 힘든 과정에 있어서 겪은 아픔이 묻어났다. 역시 사람은 좀 아파고 힘들어봐야 성숙하는 경험적 인간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조영남이라는 사람에 대한 편견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주변에 사람이 많은 것이 정말 신기했었는데, 그가 김영철에게 한 얘기를 보니 그가 왜 주변에 사람이 많은지 좀 이해가 됐다.

 

 

“영철아, 우리는 죽을 때까지 남 이야기하다 죽어. 그러니 그런 것에 부담 갖지 마! 안 그럼 무슨 얘기 하고 살래? 물론 남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하면 좋겠지만 사람이 좋은 점만 있는게 아니잖아. 안 좋은 이야기도 하고 사는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 P120

 

 

누군가의 안 좋은 얘기를 하다가 좀 찔린 김영철이 조영남의 눈치를 보자 ‘넌 남의 안 좋은 얘기만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그런 것이니 그냥 편하게 나와 얘기하면 된다는 식으로 나는 해석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그는 참 쿨하고 만났을 때 부담 없이 괜찮은 사람일 것 같다. 물론 그를 만났을 때 나쁜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그가 험담만 들어주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오래전 팀장님이 나에게 서른을 맞이했을 때 너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냐면, 꼭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알려 주셨던 얘기가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라”

 

그 얘기는 서른이 넘고 한참 후에야 좀 알겠다며 스스럼없이 후배들을 만나면 지갑을 열고 있다. 물론 한도액이 넘치면 가끔 얻어도 먹기는 하지만.

 

나이를 먹고 나이 값을 한다는 말이 얼마나 힘든 일이지 살면서 배우고 깨닫고 있다.

 

 

<일단, 시작해>속에서 그가 얼마나 꾸준하게 일을 하며 영어를 공부했는지는 알 수 있었지만 큰 교훈이 없다는 것이 씁쓸한 책이 되었다. 더욱이 그처럼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제일 처음 해 준말이 학원을 가라고 한 말에, 나도 김종민이나 이경규 처럼 문법을 공부하거나 단어를 공부하고 가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던 부분에서 대부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싶어 동질감을 그들에게 보냈다.

학원을 10년 동안 꾸준히 다닌 그가 참 대단하다.

 

우선 일단 시작해야 할 것들을 올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목록 정리를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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