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생각해
이은조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책을 구입하는 여러 동기도 있겠지만, 여러 이유 중 잘 모르는 작가이지만 제목 때문에 혹해서 구입해서 읽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내가 선택하는 기준은 오로지 출판사, 작가, 리뷰 서평을 읽고 흥미가 생기는 것들이 기준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구입했다는 것이 놀라운 것은 제목 때문에 동굴 같은 집으로 책이 들어 왔다. 책을 다 읽고 앞으로 즉흥적으로 제목에 홀릭 되어 책을 구입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이 쌓였다.

 

<나를 생각해>라는 아주 단순하면서 감성적인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자아 성찰적인 내용이 있을 것 같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에 두꺼운 양장본을 좋아하지 않지만 (책을 진열하기에는 참 좋은) 펼쳤다. 그리고 무수히 낚이는 인터넷 찌라시 같은 기사들을 읽었을 때의 불편한 성질이 났다.

 

 

얼굴과 몸만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문체도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지금은 환갑인 작가지만 20대에 쓴 작품에는 확실히 젊고 예리하게 날이 선 글들이 있다. 그래서 문체나 분위기만 읽다가 작가의 나이가 몇인가 표지를 펼쳐 볼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책 또한 읽다가 작가의 나이가 몇인지 궁금해 표지를 다시 한 번 살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읽고 너무 감동 받아 원작을 찾아 읽었을때의 괴리감이라고 할까. 너무 늦게 우리나라로 번역된 그 책 속의 작가는 환갑이 넘은 나이였는데, 문체는 젊은 아네고 스타일이었다. 뭐 이런 것도 책을 구입하는 조건의 고정관념일 수 있다.

 

 

작가가 대학에서 극작을 공부했고 희곡이 신춘문예에서 당선되었으며 몇 년후 이름 있는 신문사에서 소설로 신춘문예 당선이 된 나름 글 좀 쓴다는 사람의 스펙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글 솜씨가 이상할리는 없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캐릭터들의 조합이 이상하게도 겉돌고 소설을 읽을수록 얇은 습자지 같은 깊이들만 가지고 있는 주인공과 주변인들은 조금만 물을 먹으면 찢어질 것 같은 조화 속에 있다. 발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깊은 물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얕아서 잘 보이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인물들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극단 ‘명우’의 직원이자 작가인 유안이 자신의 첫 작품을 올리기 위한 과정에서 5년째 사귀고 있는 애인은 매번 만날 때마다 모텔에 가는 일이 전부인 지지부진한 관계,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가족과 대학 동기 또한 마치 그녀가 몸담았었던 극작가 시절의 한 부분을 도려내서 소설을 써내려 간 것 같다. 자신이 경험한 일을 제일 잘 쓸수 있기 때문에 작가가 몸담았던 곳에서 나오는 에피소드들을 피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긴 하지만 다소 안일한 선택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다.

 

극단이 망할지 모를 상황에서 그녀의 대처법도 너무 시크하다. 그런 시크가 이해되지 않는다. 시대가 쿨 함을 요한다고 관계마저 시크하게 돌아설 필요는 없지 않는가. 그녀가 주인공인데.

 

 

나를 생각해하라고 해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말인 줄 알았는데 작품속의 주인공 유안은 자신을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좀 더 들여다봤다면 많이 재미있게 읽어 줬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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