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야 경험을 얻는다.
6월 수술이 잡히면서 담당 교수님이 항암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고 하셨다. (물론 수술하고 나니 림프절 전이로 항암 여부 결정 테스트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항암 패스했다.) 그래서 8월 중순으로 학원 복직이었는데 방사선 계획이 너무 늦어져서 9월 말로 밀어졌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내가 휴직을 하면서 복직할 때까지 인강으로 수업을 하겠다는 회원들이 늘어나서 원장님도 곤란해 했다. 내가 빨리 복직을 하는 방법은 마지막 방사선 치료를 하면서 학원 수업을 이어 나가는 것이다. 여행을 갈 수 없는 이 코로나 시대에 집에서만 한 달을 지내니 너무 무료하고 힘들었다. 내가 언제부터 워커홀릭이었다고 이 시간이 무료하다는 것일까. 나중에 더 놀고 싶다고 하겠지만 앞으로 치료를 하면 뭐 이런 무료함은 없어지겠다.
나의 9월 복직 얘기를 들은 회원모가 학원으로 전화를 했다.
방사선 치료시 선생님 몸에 남아 있는 방사선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자기가 알고 있는 지인은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방사선이 옮길까봐 치료받는 한 달 동안 따로 지냈는데, 선생님이 치료도 안 끝나시고 오시면 아이들은 생각을 안하시는 것 아니냐고...(쉽게 얘기하면 내 자식에게 옮기면 어쩌냐는거다)
원장님 전화가 오셨고 이 부분에 문의를 주셨다. 사실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라서 알아보고 전화를 드리기로 했다. 방사선 담당 교수님께 이런 얘기를 듣지 못해서 어디서 이런 정보를 찾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해당 카페를 찾아 문의를 했다.
나의 사연에 많은 분들이 분해하셨고 많은 정보를 주셨다.
나도 몰랐던 부분들을 다시 찾아보고 유투브며 해당 정보 관련 지식을 하루 종일 찾아보았다. 그리고 해당 관련 교수님의 서면 자료를 찾고는 안심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큰 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만약 큰 해가 간다면 복직은 10월로 미루면 되었고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각자의 직접적인 건강과 연결되는 부분이니 서로 이해해주면 되는 일이었다.
원장님에게 관련 자료를 보내고 해당 부분의 얘기를 알려드렸다.
그런데,
섭섭하다는 생각이 몰아쳤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분은 나도 있다. 그런데 암을 치료하고 있는 나도 좀 걱정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마치 돈 못 벌어 방사선 치료하면서 학원에 나오는 미친 여자처럼 대했다는 생각에 미치자 화가 났지만 이 또한 상처로 얻는 경험치라는 생각에 마음 한켠을 쓸었다.
큰일을 겪고 나니 주변에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알게 됐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이렇게 내가 또 큰 사람이 될거라고...늙어가는 지금 뭘 또 얼마나 성숙해져야 하는 걸까. 젠장. 욕이 막 나오는 무더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