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희극인 - 희극인 박지선의 웃음에 대한 단상들
박지선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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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도 재미있게 지내고 있나요? [멋쟁이 희극인 _박지선]



- 나는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 줍고 일어난다. P115




생일을 하루 앞두고 떠난 그녀의 웃음소리가 떠올랐다. 그녀의 러빙유에 음악에 맞춰 들려줬던 돌고래 소리가 당황스러웠지만 그 배만큼 재밌었던 그녀. 그녀는 자신이 돌고래 소리를 낼 수 있는 장기가 생겼다며 좋아했다. 그런 그녀의 마지막 웃음소리만 남기며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선 밖으로 사라졌다. 마치 스크린 속의 화면이 페이드 아웃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단 한 번도 화면 밖에서 본적도 없는 그녀의 떠남이 며칠 동안 슬펐다. 오랜 친구의 부고를 들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어느 날 세상을 떠난 신혜철의 부고를 들었을 때의 울컥함이었다.


 

트위터를 하지 않아 그녀의 재기 넘치는 내용들을 다 알지 못했지만 기사화된 내용은 간혹 알고 있었다. 간혹 예능에 출연해 트위터 속의 내용을 얘기 할 때마다 왜 그녀가 개그맨인지 알겠다는 긍정의 끄덕임이 있었다. 어떤 이는 알고 있고 어떤 이는 알지 못하는 그녀의 트위터 속의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멋쟁이 희극인> 제목을 달고 159페이지라는 다소 얇은 책속에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는 아마 “엄마”일 것이다. 그녀보다 더 개그요소가 많았던 그녀의 이야기 속에 소재가 되어주고 그녀의 관객이 되어준 사람, 엄마.

6개의 챕터에 담은 그녀의 이야기들 속에 엄마는 그녀의 친구였고 애인이었고 관객이었고 응원자였다. 그녀의 외모에 상처받는 말을 들어도 이겨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엄마의 사랑 때문이 아닐까.


 

“엄마 처방

일부러 그 말이 듣고 싶어서 물어보거나 말을 걸 때가 있다.

나도 “아니야, 너 안 못 생겼어.” 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엄마에게 “요즘 나 최고로 못생긴 것 같아.” 했더니 엄마가 말한다.

넌 언제나 나한테 최고였어.


고맙다고 엄마!!” P30



"숨어


엄마에게 나의 숨은 매력은 뭐냐고 물었다.

“예쁜 얼굴.” 이라고 답한 뒤,

내가 좋아할 겨를도 없이 바로


“그러나 너무 숨어 있기 때문에 통 보이지 않지.”라고 한다.” P34




피부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그녀가 한 예능에 나와 분장하지 못하는 고충을 얘기했던 때가 기억이 난다. 남들은 더 뽀얗고 결점 없는 피부 톤을 만들 때 그녀는 스킨조차도 바르지 못했던 순간, 그 순간마저도 개그로 승화 시켰던 그녀의 그 짧은 얘기를 책을 읽으며 자신의 아픔까지 개그로 승화 시켰던 그녀의 노력이 얼마나 컸을지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뜨거워졌다.


 

“마음의 평안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젤 용하다는, 못 고치는 사람이 없다는 피부 전문의를 찾아 대구에 내려갔고, 그 분은 내 피부 이야기를 듣고 보더니 딱 한마디 던졌다.

“지선 씨는 못 고쳐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속에 평안이 찾아왔다. 그래, 그것이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다. 이제 내가 나를 받아들인다. 인정해 준다. 더 사랑해 준다.” P109



그의 아픔을 공감해 준다고 해 주지만, 그 공감은 똑같은 아픔을 겪어보지 않는다면 모르는 일이 아닐까. 얼굴을 보여주며 웃음을 주려는 직업을 가진 그녀가 얼굴을 보일 수 없는 순간, 그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많은 시간들, 어떻게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 속에서는 그녀의 고통은 없다. 깔깔거리며 웃는 박지선의 모습과 러빙유를 부르는 능청스런 그녀가, 스펀지 밥을 사랑하는 그녀가, 펭수 사인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그녀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그녀를 떠 올리며 웃으며 사랑해주면 될 것 같다. 어느 날 유투브 알고리즘이 나를 박지선에게 인도하여 그녀의 개그에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면 너무 멀리 떠난 그녀가 멋쟁이 희극인 이었음을 다시 한 번 추억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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