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런 새 아빠라면 환영이지 [스텝파더 스텝 -미야베 미유키]




2004년 개봉한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속 4남매는 그들의 존재를 들키지 않으며 살고 있었다. 장남 야기라 유야와 둘째만이 홀로 된 엄마와 살고 있는 줄 알지만 사실 그 좁은 집에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한명의 엄마 밑에 네 명의 아이들은 아버지는 달랐다. 가장 어린 막내를 키우지도 못하는 엄마는 다른 남자와의 동거를 위해 아이들을 또 버렸다. 오래된 영화의 엔딩이 아직까지 생각나는 영화 속의 두 소년이 소설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거물급 추리소설 작가가 쓴 명랑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당황스럽지만 읽는 동안 내내 [아무도 모른다]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어느 날 찾아간 신흥 부자 주택 단지로 도둑질을 하러 찾아간 주인공은 벼락을 맞고 두 쌍둥이에게 보살핌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 되는데, 하필 그 아이들이 그 영화 속의 인물들과 너무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학교로 다니면서 집에서는 단 한명만 있는 것 같이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보내기만 하는 두 부모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정기적으로 보내졌던 그 돈도 어떤 때는 끊어지기도 한다. 우연치 않게 발견한 도둑은 쌍둥이들에게 발견되어 경찰에 잡혀가지 않는 대신 그들의 계부가 되어야 했다. 쌍둥이들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테니 자신들의 아빠가 되어 달라고 했다. 두 아이들은 어른들의 보살핌 없이 살기란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간혹 학교에도 가야 했고 잘못 걸려든 일에 보호자도 필요 했다. 결혼도 안한 총각이 쌍둥이의 아빠가 되어야 한다면,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것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쌍둥이 구별도 잘 못했던 주인공이 점차 두 사람의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해결하게 된다. 해결 되는 일들을 통해 어느덧 세 사람과 주인공의 아버지까지 포함하여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형성되어 가는 모습도 읽는 동안 즐거웠다. 무엇보다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에 하나둘씩 참견, 참여하게 되는 두 꼬맹이들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그래서 미미여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소설이 너무 낯설 것 같다. <화차>밖에 읽지 못했지만 미미여사의 작품들이 어떤 것들인지 알고 있는 독자로서 이 작품은 나에게는 참 너그러운 소설이었다. 흐뭇했고 즐거웠다. 잔인하지 않고 피 뚝뚝 흘리는 영상미 떠 올리지 않아서 좋았다. 무엇보다 착한 이들에겐 상이, 악한 이들에게는 적당한 벌이 가는 권선징악의 모습이 새롭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쁜 부자들에게는 적당히 돈을 빼앗아 가는 홍길동 같은 주인공의 설정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도 뭔가 허전한 것은 그들이 완벽한 가족을 이루지 못할 거라는 생각들 때문이다.


 

바람나서 집을 나간 부모 대신 잠시의 울타리가 필요했던 중학생 쌍둥이들에게는 주인공만큼 좋은 스텝파더가 없을 것이다. 적당한 무관심이 주어지는 자유도 좋았겠지. 미성년자인 두 쌍둥이들이 보호자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분명 고아원으로 보내질 것이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선택은 그들을 보호해주는 보호자를 찾는 것뿐이었는데 그 조건에 딱 맞는 사람이 비 오는 그날, 벼락이 쳐서 쌍둥이들 앞에 놓아 줬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직은 결혼 따위 관심 없고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 관심도 없는 주인공에게 집에 빨리 오라는 아이들의 전화를 받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면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그런 모습을 더 보고 싶은데, 이야기는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 그런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미미여사를 좋아하지 않았던 내게는 휴식 같은 소설이었다. 그녀도 그런 마음으로 쓰지 않았을까?


 

“쌍둥이의 아버지는 언젠가는 반드시 집에 들를 것이다.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어머니도 그렇게 돌아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언제일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하늘을 흐르는 강이 어디서 끝나는지 누가 알까. 운명도 미래의 일도 그와 같은 것이다. 가야 할 곳으로 갈 따름이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흘러가면서 즐겁게 살자.

그것으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니까.” P358



새해니까 생각해 본다. 뭘 어떻게 몸부림치며 살지 말자고 말해본다. 흘러가면서 즐겁게 살자.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하자.

절판된 책을 가지고 있는데 무척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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