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의 명절 연휴중 하루 지나고 체해서 명절 4일을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보통은 이틀 소화제 하루치 들이 부어 먹으면 나아졌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회복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젠장 또 나이 먹었어.



 

오늘이 마지막 연휴의 끝이라는 것이 슬퍼서 아직도 손발이 차갑고 (수족 냉증 없는데 말이지) 속이 울렁거리고 약간의 두통이 있지만 아침 공기를 맞으러 밖으로 나가 한참을 걷다가 들어 왔다. 우울증에 산책이 좋다는 얘기에 공감이 갈 정도로 울적했던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 비록 나의 연휴가 체증으로 날아갔지만 모처럼 잠들지 못했던 날들을 모두 충전시켜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12월도 나는 수동감시자로 2주를 살았다. 그것 때문에 그동안 미뤄놨던 지인들의 연말 모임 (3명 정도의 모임)에 모두 불참 소식을 알렸고 다음을 약속했다. 그렇게 연기 된 약속에는 지인 한명이 확진 되는 일로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만남으로 남았다. 보고 싶은 이들도 만나며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 요즘. 책만 주변에 남았다.

 

이사 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1년 만에 누적된 책들이 또 많다. 지인에게 넘길 책들중 리뷰를 쓰지 책들을 골라내는 일로 오늘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그것만으로 힘든 날, 이다.


 

새해 첫 날,

오전 내내 흩날리던 눈을 바라보던 우리 루키는 어느덧 나와 5년째가 되었다. 아프지 말고 또 하루 하루 잘 살아내자.















쥰에게​ 잘 지내니? 네 편지를 받자마자 너한테 답장을 쓰는 거야. 나는 너처럼 글재주가 좋지 않아서 걱정이지만. 먼저, 멀리서라도 아버님의 명복을 빌게. 나는 네 편지가 부담스럽지 않았어. 나 역시 가끔 네 생각이 났고, 네 소식이 궁금했어. 너와 만났던 시절에 나는 진정한 행복을 느꼈어. 그렇게 충만했던 시절은 또 오지 못할 거야. 모든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전 일이 되어 버렸네. 그때 너한테 헤어지자 했던 말은 진심이었어. 부모님은, 널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가 병에 걸린 거라고 생각했고 나는 억지로 정신병원에 다녀야 했으니까. 결국 나는 오빠가 소개해 주는 남자를 만나 일찍 결혼했어. 이 편지에, 불행했던 과거를 빌미로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아. 모두 그땐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나도 너처럼 도망쳤던 거야. 그 사람과 내가 결혼식을 올리던 날, 우습게도 가장 먼저 떠올랐던 사람이 너였어. 모르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 곳을 떠난 네가 행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어. 쥰아, 나는 나에게 주어진 여분의 삶이 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동안 스스로에게 벌을 주면서 살았던 것 같아. 너는 네가 부끄럽지 않다고 했지. 나도 내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 우린 잘못한 게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내 딸 얘기를 해줄게. 이름은 새봄, 이제 곧 대학생이 돼. 나는 새봄이 더 배울 게 없을 때까지 스스로 그만 배우겠다고 할 때까지 배우게 할 작정이야. 편지에 너희 집 주소가 적혀있긴 하지만, 이 편지를 부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한테 그런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만 줄여야겠어. 딸이 집에 올 시간이거든. 언젠가 내 딸한테 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용기를 내고 싶어.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을거야.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윤희에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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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2-02-02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른 낫길 바랍니다. 저는 명절 마지막에 음식 잘못 먹고, 다음 날에 배탈 날까 봐 덜 먹으려고 해요. 예전에는 연휴 내내 집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는 게 낙이었는데, 건강과 다음 날 출근 컨디션을 위해서 자제하고 있어요. ^^;;

오후즈음 2022-02-02 17:30   좋아요 0 | URL
맛있는 음식이 냉장고 가득인데 괴로운 며칠입니다. ㅜㅜ 사이러스님 너무 오랜만에 뵈어서 반갑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