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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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매일 행복하겠어 [오 해피데이_ 오쿠다 히데오]



이사를 가기위해 짐을 줄이지 않았다면 그녀의 심정을 백프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총 6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오쿠다의 단편집에 있었던 첫 번째 이야기 <sunny day>의 노리코의 마음은 어떻게든 짐을 줄여보자는 나의 절실함과 비슷해보였다.



노리코는 집에 방치된 피크닉 테이블을 옥션에 팔게 되면서 옥션의 맛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쓰지 않는 물건을 찾아 팔았지만 이후에는 내가 사더라도 비싸고 좋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을 찾아내었다. 그녀의 품목들은 많은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물건들이었다. 처음 아무도 선택되지 않는 물건을 만날 때는 마치 시련을 당한 것처럼 슬퍼했지만 환호하는 물건을 내놓자, 그녀의 평범했던 얼굴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생기 있어 보인다며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그저 물건을 팔고 돈이 생겨서 그동안 가고 싶었던 비싼 음식점을 갔던 것으로 즐거워졌을까.


단순하게 물건을 팔고 돈만 얻었다면 노리코는 옥션을 통한 즐거움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구매자가 노리코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노리코의 집에 잠들고 있던 물건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으로 점점 활기찬 매일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과하면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녀가 물건을 팔기위해 집안의 물건들을 찾아내는 것처럼 나도 그랬다. 노리코의 옥션 아이디 sunny day같은 날이 cloud day로 바뀌는 것은 한 순간이었고, 내게도 행복이 오래 지속 되지 않았다. 행복한 날이 어떻게 매일 되겠어.

 


어떻게든 물건을 버리자는 생각으로 대학교 앨범을 빼고 초중고 앨범도 다 버렸다고 하니 주변인들이 뭘, 그렇게까지 버렸냐는 얼굴들이었다. 어린 시절 유독 많이 받았던 편지들이 커다란 박스 4개나 있었는데, 그것도 다 버렸다. 버리면 버릴수록 기분이 좋았다. 이 물건들을 버리고 나면 공간이 비워진다는 것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가슴이 뛰었다. 노리코가 더 좋은 물건을 찾아 옥션에 올려 물건을 팔고 싶어 했던 것처럼 그래서 결국 남편의 애장품까지 올렸던 것처럼, 나 또한 필요 없는 물건을 더 많이 버려 빈 공간을 만들고 가벼운 집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에 추억의 물건들을 다 버리고 말았다. 잠깐 행복했다. 물욕을 버리고, 조절 할 수 있는 배포를 가질 수 있다니, 지금의 나이에 철들었다며 스스로 칭찬까지 했다. 하지만 추억의 물건이 하나도 없는 현실의 집에서 간혹 그리워졌다. 집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리듯이 도망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외롭고 서글퍼졌던 어떤 날은 촌스럽게 웃고 있었던 초등학교 시절의 사진들이 너무 그리워졌다. 행복하지 않았다. 버리고 행복해질 줄 알았던 순간이 어느 날은 없어서 슬펐다.


 

두 번째의 이야기 <우리 집에 놀러오렴>을 읽으면서 점점 변하는 평범한 직장인 다나베 마사하루보다 살고 있던 모든 집기들을 들고 집을 나간 아내의 마음에 감정이 이입됐다. 잠시의 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대부분의 물건을 들고 나가버렸고 텅빈 집에 남게 되었다. 필요한 물건을 사기위해 들렸던 곳에서 잊고 있었던 자신의 취향을 찾아버렸다. 결국 그가 잊고 있었던 턴테이블의 음악도 찾아 들으며 그곳은 남자들의 욕망이 가득 담긴 아지트로 변하게 되었다. 결혼이라는 틀에 자신의 취향을 멀리 했던 그에게 자아가 찾아 왔다. 원하는 소파를 사기위해 얼마나 발품을 팔던지, 이런 꼼꼼함은 어디다 숨겨 놓고 나온 것인지.


 

그의 집에 잠시 들린 아내는 놀랐다. 내 남편의 취향이 이런 것이었나? 남편의 몰랐던 취향을 발견한 것은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설레임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은 별거가 새로운 시작이 되었을테니. 그들의 앞으로의 날들에는 정말 행복한 일들만 있을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들에 혼자 낄낄거리며 다시 웃었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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