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이훈구 지음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누가 그를 괴물로 만들었나[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 이훈구]

 

 

올해 1월 친모와 계부, 그리고 이부동생까지 살인을 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목적은 오로지 친모의 돈 때문이었다. 빚에 허덕이던 그를 구원해줄 사람은 친모밖에 없었지만, 그의 맘처럼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친모를 죽이고 그 돈을 가로채는 것이었고, 결국 그는 가족을 죽인 존속 살인범이자 폐륜아가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떠 오른 오랜 사건이 있었다.

 

 

 

2000년 부모를 토막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 일이 났었다. 부모를 살해한 사람은 명문대를 다니고 있던 둘째 아들 이은석 이었다. 군 제대를 하고 온 이십대 중반의 중산층 가정의 둘째 아들은 왜 그의 부모를 잔인하게 살인을 했을까? 용인 살인사건처럼 그는 도박이나 부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주변에서는 너무도 얌전한 아이라는 평가를 받은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부모를 죽일 만큼, 그것도 11개의 토막으로 나눠 시체를 여기 저기 버리고 정도의 분노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심리학자인 이훈구가 그의 방대한 양의 일기와 그와 인터뷰를 하고 그의 형과 지인들을 통해 살인을 한 이은석 심리상태를 좀 더 알아보려고 했다.

 

 

 

먼저 그가 태어나기 전인 이은석의 부모님의 환경을 살펴보았다. 이은석 어머니는 이화여대를 나온 부잣집 외동딸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집안에 돈이 있어 그 시절에 피아노도 배우며 부족함 없이 사란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보다 훨씬 더 능력 있는 남자를 원했고, 성공하고 싶어 했다. 그녀가 고른 남자는 해군 사관학교 출신인 엘리트 장교였다. 비록 나이가 열 살이나 차이가 나더라도 원대한 꿈을 이뤄줄 사람은 그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권위적인 군인 출신의 남편은 더 이상 진급하지 못했고 과묵하기만 했던 집안은 늘 냉소적이었다. 무엇보다 군인 출신이다 보니 지방 발령이 많았고 함께 같이 사는 날도 얼마 없었다고 했다. 그런 집안에서 자란 이은석은 늘 형과 비교가 되는 삶을 살았다. 그의 부모는 사랑보다는 혹독한 질책을 하였고, 관심보다는 원망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작은 일에도 이은석모는 히스테리를 부렸으며 모든 스트레스를 그에게 풀었다. 고성이 오갔던 집안에서 이은석은 주눅 들었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의 이중적인 성격에 힘들어 했다.

 

 

 

워낙 키가 작고 외소하며 내성적인 그는 학교생활도 행복하지 않았다. 종교 생활을 하던 때에 만났던 누나나 동기 친구를 좋아하는 감정을 갖는 것까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현할 마음을 배우지 못했다. 가족에게도 그런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작은 키의 열등감이 있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소신에 자부심이 많은 아이였고 그것으로 친구들과 싸움이 있었다. 친구들은 그를 잘난 척 하는 친구라고 생각하며 그를 따돌렸고 이은석은 학교에서 혼자가 되었다. 군대에 가서는 우유부단한 태도로 자신의 아래 병사에게도 무시와 조롱을 받았다. 자신의 물건이 없어지는 일을 겪어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감당하면서 군대 생활이 끝이 나기를 기다렸다. 그런 괴로움과 고단한 생활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희망을 주었던 것은 영화였다. 영화만이 그의 지루한 일상을 바꿔 줄 수 있었다. 하루에 서너 편씩 영화를 보고 그 영화를 기록했다. 영화가 그의 유일한 안식처이며 위로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것은 매체에 불과 했다. 그래도 그를 위로한 것이 있기에 마음의 지옥에서 벗어 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도화선이 된 것은 그의 형의 독립에서 시작됐다. 그의 부모가 그의 형의 명의로 아파트를 마련해주면서 형은 답답한 집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그가 마음의 응어리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은 형이 독립을 한 것이 아니라 형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나중 인터뷰에서 혹시 이 시간이 살인이 된 시발점이 되지 않아나 물었지만 그는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은석의 감정이 극대화 된 것은 이때부터로 보였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당했던 부모의 학대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쏟아졌던 모진 말과 멸시에 상처를 받았던 일들을 얘기 했지만 그의 부모는 그의 아픔을 모른척했고 인정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일을 들춰 얘기하는 옹졸한 인간으로 치부했다. 작은 키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받은 학대에 있었다고 생각하며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 받고 싶었지만 부모는 그를 위로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딱 한 마디, 미안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동안 받은 상처를 얘기 했을 때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 한마디만 했어도, 이런 비극은 없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그 한 마디는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이은석의 사건은 우리 사회와 현대 문명의 치부를 한꺼번에 터트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한 대학생의 용서할 수 없는 패륜, 반사회적 행동, 비뚤어진 성격으로 귀인하고 이 사건을 서둘러 망각하려 한다면 우리는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섬뜩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사건은 앞으로 계속 발생할 수도 있다. "(246~7쪽)

 

 

그의 형은 동생의 살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얘기를 했었다. 그가 받아 왔던 정신적 학대에 일부분은 인정해줬던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행동을 모두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왜 형과 함께 독립을 꿈꿔보지 못했는지 의문이었다. 어린 나이도 아닐 테니 가출이라도 한번 해보지 않았나 궁금했다. 부모의 정신적 학대에서 벗어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택해 봤으면 어땠을까? 그의 좋은 학벌로 과외라도 해서 돈을 벌어 자립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그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까. 언젠가 세상 밖으로 나올 그가 마음의 치유를 다 끝내고 나오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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