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면서 상처를 주고 또 받습니다. 사람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의도하지 않은 말과 행동이 남에게 또는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오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받으면 아프고, 때로는 주고 나서도 아픈 것이 상처가 아닐까요.
1.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요.
갑자기 따귀를 맞는다면? 놀라고 정신이 들면서부터는 내게 부당한 일을 했다는 점에 반응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화를 내거나, 맞받아치거나, 아니면 여기서는 참고 있다가 시간 지나고 나서는 내가 뭘 잘못하진 않았나 하면서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화를 돌리기도 합니다. 또는 내 손으로 하기는 손이 아프니까 내 대신 때려줄 사람을 데려올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때렸고, 맞았을 때, 이를 지켜보는 제3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저 내 생각이라면서 한발 빼고 자기 의견을 내 놓기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이 더 복잡해지는 겁니다. 모두 용서하라거나 아니면 맞아서 황당한 내게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부터, 왼쪽 맞으면 두 쪽 다 때려주라거나 아니면 무관심하게 쿨한 태도를 보이라거나, 등등등.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말로 시작했지만 논쟁이 격화되어 서로 자기 말이 맞다 우겨대기 시작하면 어느 말이 맞는 건지 정하는 데에 다들 온 신경이 다 쏠립니다.
그 사이 때린 사람은 슬쩍 자리를 피하고, 맞은 사람은 뺨을 감싼 채,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하며 일생의 혼이 담긴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맞은 사람은 난데, 조금 지나면 이때 때린 정도와 맞았을 때의 통증을 느끼는 정도차를 설명해주는 사람도 나올 거에요. 평균적으로 이럴 경우에는 어떠하다면서...
2.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들이다
철썩. 악!! 누가 내 신체에 위협이 되는 행동은, 결과로 나타나기 전이라도 실행된 순간부터는 이미 위협입니다. 그럴 때는 나도 내 신체를 방어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이 맞겠다고 한다면 그건 본인의 선택일 수 있어도,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이럴 때 참고 견디라는 말을 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어쟀든 방어보다 더 좋은 건, 상대가 시도조차 하지 않도록 하는 거겠죠.
폭력의 방식이 행동이 아닌 말로도 상처를 줄 수 있는데, 별 생각없이 한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죠. 말이라는 게 뭐 별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의 말이 심장에 꽂혀본 사람은 알죠. 그게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잘 낫지 않고 자주 통증을 불러일으키는지. 그러니까 말조심을 해야하는데, 크게 나쁘게 한 말이 아니더라도 듣는 사람은 자기입장에서 오해하기도 하니까, 때로는 누가 문제인지 복잡해질 때도 없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물리력을 방어하듯, 그런 말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법을 배워두면 좋을 거에요. 별 이야기 아니면 듣고 무시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도 하더군요. 그럴 때 운이 좋으면 무반응으로 말한 사람을 오히려 화나게 할 수도 있으니,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아요. 더구나, 기분 나쁜 말을 듣고 참으면 그것도 스트레스가 되어 누군가 또는 자신에게 화를 내게 되는데, 굳이 그럴 필요도 없는 일 아닌가요.
3. 객관적이며 주관적인
사람은 다 달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 비슷비슷해, 라는 말을 합니다. 그만큼 비슷하면서도 다른 거겠죠. 비슷하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다르다는 점에서는 차이를 생각하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잖아요. 말 안해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과, 말 안하는데 어떻게 아냐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그때그때 이 사람의 입장, 저 사람의 입장으로 조금씩 바뀔 뿐이지만, 다른 사람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해해보려고 시도는 해 보아야 조금이라도 상대와 가까워질 수 있겠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면서도 누구나 다 잘할 수 있는 건 아닐거예요.
우리는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서 상처가 낫도록 서로 돕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면 치료를 해 줄 사람을 만나러 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의 치료법이 잘 맞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치료를 받거나,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거에요. 당신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또는 그 말이 맞아도 마음을 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어느 누군가의 답만이 정답이라도 정해진 건 아니라는 거겠죠. 많은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서로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에 좋은 점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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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두행숙 옮김 /
걷는나무 / 2013년 11월
1. 이 저자의 책 중에서 <따귀맞은 영혼>이라는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날 때렸다면 하고 이야기를 시작해봤습니다. 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적극적이라서, 아마 왼쪽을 맞고 오른쪽을 내주면 주저하지 않고 오른쪽도 때릴 것만 같습니다. 운이 더 나쁘다면 아까 맞은 왼쪽을 한 번 더 때릴지도요.^^;
2.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지 않는 법에 대해 설명한 책인데, 상대가 나를 모욕했다면 무시해버리기, 다른 사람과 관계의 문제를 겪고 있을 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가해자와 피해자로 이분해서 끊임없이 매일 경우의 문제점 등 여러 가지로 인간관계의 문제를 고민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3. 이 책에서는 여러 경우에 대해 잘 아는 듯이 말하기보다는, 실은 이럴 수도 있다는 식의 설명을 더해서 부담이 적었습니다. 본문에서 설명하는 내용이 중간중간 그림으로도 나와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이런 표현이 저는 마음에 듭니다.
상처받았을 때 '욱' 하는 분노가 생기지 않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그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다. 격한 분노나 지나친 자책은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다. 분노는 쉽게 낙담하지 않는 투지로, 자책은 긍정적인 자기반성으로 활용해야 한다. 머리끝가지 화가 날 때나 열등감에 마음이 움츠러 들 때 자신을 제어하는 안전핀으로 이 책을 활용하여,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페이지 255)
4. 상처가 생기면 그 상처가 빨리 아물고 흉터가 많이 남지 않도록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상처를 피할 수 없다면, 상처를 낫게하는 방법과 이겨내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사고처럼 막을 수 없을 때도 있고, 피하기 힘들 때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상처를 입은 사람은 다시 상처입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잘 극복하면 의외로 그 전보다도 두려움이 줄어들기도 한다니까, 지금은 어렵지만 잘 될 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