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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사진은 모두 지나간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낡고 바랜 사진도 그렇지만, 지금 막 휴대전화에서 찍은 사진 역시 이제 과거가 된 한 순간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씩 이 순간에서 멀어져 가는 것들을 하나 둘 발견하게 됩니다. 그 때에는 몰랐던 것들을 때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보게 되기도 하는 것 처럼요.
찾아보면 지나간 것들, 지금은 그 때와 달라진 것들은 사진이 아니어도 많이 있습니다. 동네에 많았던 사진관들은 이제 많이 없어지고, 그 자리는 다른 최신의 상품을 파는 다른 가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가게의 주인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고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다들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으로 잘 알려진 미카미 엔의 책입니다. 원제가 에노시마 니시우라 사진관 江ノ島西浦寫眞館 (2015년) 입니다. 제목에 나온 것처럼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에노시마이고, 오랜 시간 대를 이어온 니시우라 사진관을 운영하던 할머니의 사후 유품을 정리하러 온 손녀와, 이 사진관을 찾은 손님, 그리고 이웃 주민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사진을 전공했지만, 한 순간의 일로 사진을 그만두었던 여자, 과거의 일부분을 잃어버린 남자는 사진관에 남은 미수령사진을 정리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이들은 과거의 일들의 비밀을 찾아내고 용서받으며 화해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갑니다.
사진은 때로 어떤 사건에 있어서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단지 한 순간, 한 장면의 일부분만을 남길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이 그렇듯, 사진도 과거의 한 조각에 불과합니다. 모든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것만 같은 사람, 니시우라 사진관의 전 주인이 비운 사진관에 남은 미수령 사진처럼, 조금씩 찾아나서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희망이 남아있다면, 조금은 기대해볼 수도 있겠지요.
이 책을 읽게 되었던 것은 책 소개페이지의 이 부분 때문이었어요.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한번 망가졌던 인생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책의 내용에 대한 소개보다도, 이 인용부분이 갑자기 눈에 잘 들어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그런 것은 잊어버렸는지, 나중에 금방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책을 처음부터 찾아야 했습니다. 복잡한 살인사건이 등장하지 않는, 평범한 것 같은데도 약간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미스터리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피소드에 따라서는 조금은 주인공보다 먼저 알아차린 것 같은 부분도 있었고, 반대로 주인공의 설명을 듣고서는 그렇다니까 그런 줄 알겠다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사진을 찍으면 다들 비슷한 자세로 비슷한 얼굴로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 새 우리는 조금 더 편안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사진 속에서 그 때와 달라진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 우리에게도 하나 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이라는 건 찰나의 시간과 장소를 잘라내는 행위라고 했죠. 저는 지금 이 섬에 있는 저를 ...... . 얼굴을 빼앗기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제 모습을 기록해두고 싶습니다,. 되도록이면 원래대로 돌아갈 기회를 준 가쓰라기 씨가 찍어주었으면 합니다....... . 그리고 증명하고 싶어요. "
"무엇을요?"
" 가쓰라기 씨가 사진을 다시 시작해도 누군가의 인생이 그리 쉽게 망가지지는 않는다는 걸요. 한번 망가졌던 인생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요."
마유는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 그녀는 이렇게 까지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 가지 일로 머리를 싸매거나, 오랫동안 후회하거나, 불안을 느끼며 살아왔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평생 바뀌지 않는 사람도 분명 없을 것이다.
"딱 한 장만이라면 찍을게요."
"물론 좋습니다."
아키타카는 안도한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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