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쓴 마쓰다 미리는 일러스트나 만화로 먼저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은 여행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그림은 간단한 일러스트가 있긴 해요. 제목이 "잠깐 저기까지만," 이지만, 표지에는 이어서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라는 부제가 함께 있습니다. 그 말처럼 때로는 혼자,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의 기록은 간단한 편입니다. 다녀온 행선지, 일정, 그리고 먹었던 음식과 묵었던 숙박내용,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여행에 썼던 경비내역을 간단히, 또는 어쩌면 아주 자세하게 써놓습니다.  네, 때로는 간결하게, 그리고 때로는 자세하게 쓴 부분이 있습니다.

 

 첫 부분에서 이 책 저자도, 처음부터 여행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일본내 전국의 47개 도도부현을 전부 가보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는데, 마음에 드는 건, " 대부분 '잠깐 저기까지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간다" 는 거였어요.

 

 날짜와 행선지, 그리고 동행인을 간단하게 적은 차례를 다시 보면서, 많은 부분은 자국(일본인입니다)을 여행했지만, 북유럽이라고 할 스웨덴이나 핀란드에 갔던 기록도 있습니다. 지역 특산물은 참 다양한데, 자주 소개해주고, 경비를 소개한다는 점은, 실제 그 지역에 다녀올 예정이라면 좋은 정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다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부 외국인 셈이니, 자세히 써두어도 '음, 그게 뭘까, 그런게 있다는 군.' 정도 됩니다.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가볍게 다녀오는 여행의 상세한 기록같은 느낌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읽어가면서, 단지 여행지의 일정소개가 전부일까 하는 생각이 들 즈음, 가끔씩 보이는 것이 있어요.

 

 내 만화 주인공 수짱이 중얼거렸던 대사. 이걸 그릴 때, 아직 30대였다. 마흔을 넘어 뭔가가 해결된 게 아니다. 막연한 불안을 떨쳐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순간의 행복을 인정할 수 있는 힘을 갖추었다. 헬싱키 거리를 마음대로 걷고 있을 때, 나의 '행복'은 완벽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를 현혹시키는 것은 무엇 하나 없었다.-- 페이지 174  

 

 아마도, 그때의 일들이 해결된 것 아니더라도, 마음이 다르다는 그런 거겠지요.

 

 반성하며 소화도 시킬 겸 좀 걸었다. 나라 공원에는 수학여행 온 중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온데다, 먹이를 탐내는 사슴이 그들을 따라붙어서 왁자지껄 시끄러웠다.

 

 멈춰서서 그 집단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러다 발견햇다. 혼자 있는 아이. 어느 그룹과도 섞이지 못했다. 사슴도, 나라공원도, 예쁜 노을도, 토산품 가게도, 그 아이에게는 상관없는 것들이 아닐까. 이 일정을 무난히 넘기는 것만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빨리 '어른 이라는 장소로 도망쳐 오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에게, 그녀에게 빔을 보냈다. 어른이 되면 좀 자유롭단다. 혼자 여행을 떠나도 괜찮아.

한동안 나라 공원을 산책한 뒤, 결국 돌아가는 길에 명물 감잎초밥을 구입. 도쿄에 돌아와서 깨끗이 먹어치웠다. - 페이지 186 

 

 길지도 않고, 조금씩 스치듯이 보이는데, 익숙하지 않은 지역특산음식의 이름보다 이런 이야기들이 저는 잘 보였어요. 어른이 되고 나서의 여행이라는 건 이런 거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다시 보니 이렇게 써있습니다.

 

 " 어른이 되면 좀 자유롭단다.

  혼자서 여행을 떠나도 괜찮아."

 

 언제쯤 내가, 나를 어른으로 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그 때는 지금의 모습이 그리울 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럴 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때도 새로운 것과 즐거운 것들을 잘 지키면서 살고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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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3-07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책을 다 읽고나서 표지를 보는 일이 많아지는 걸까요.

AgalmA 2015-03-08 00:10   좋아요 1 | URL
제 생각엔 우리는 이미지를 더 쉽게 받아들이니 책 속 내용을 그 표지를 봉투 삼아 보관하려는 게 아닐까요^^?
여행갈 때 스케치하려고 작심은 합니다만 막상 가면 구경하고 사진찍고 무언가 끊임없이 쫓겨 늘 빈 노트만 가져오더라는ㅜ_

서니데이 2015-03-08 00:13   좋아요 1 | URL
그럴수도 있겠군요, 좋은 표현이십니다, agalma님, 편안한 주말 되세요^^

해피북 2015-03-08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스다 미리님의 <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을 읽어보려고 생각 중이였는데 요 책 소개를 읽어보니 요책도 괜찮은거 같아요^~^

서니데이 2015-03-08 21:10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이 말씀하신 <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과 <잠깐 저기까지만>을 비교해보면, <마음이...> 쪽이 일러스트로 설명한 부분과 여행지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자세한 것 같아요. 두 권 다 같은 작가의 책이니까 일본 현지를 소개한 내용이 많긴 합니다. 그 책도 좋을 것 같네요.

세실 2015-03-0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이 되니 카페에 혼자 앉아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실수도 있네요^^
아직 혼자 여행 떠나본적 없지만 조만간 시도해 보려구요.
이 책 끌립니다~~~

서니데이 2015-03-08 21:20   좋아요 0 | URL
이 책 읽다가 갑자기, 가까운 곳이라도 금방 다녀오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어디를 꼭 가보고 싶은 것도 아닌데도 말이에요. 이 책이 끌린다고 하시니, 기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