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큰 고민거리가 될 때가. 처음에 무슨 일로 그렇게 고민하게 되었나, 하는 것도 잘 생각나지 않은 채, 막연히 잘 모르는 곳에 와서 길을 잃은 것처럼 헤메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오늘 아침까지 고민하던 일이라면, 오늘 저녁 자기 전까지 끝내는 게 그래도 좋고, 한 주일 고민하던 일이라면 그 주 안에 그래도 끝내는 것이 좋고,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생각하면 뭘 그런 일로 고민을 했을까 싶을 만한 일도 있고, 나중에 대강 이렇게 하기로 마음을 정하기는 하지만, 왜 그렇게 하기로 했는지 잘 모를 때도 있긴 합니다. 거의 대부분은 답을 정하고 나면, 알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그 사이에 그런 생각에, 그런 고민에 썼을 시간도 아깝고, 힘들었던 생각을 하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때로는 마음을 정했다거나, 답을 찾았다는 것 만으로도 다행스럽게도, 또는 기쁘게도 생각될 때가 있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다른 일을 하다가도 그 생각을 했었는데, 책을 고를 때에도 그냥 그 생각이 더 났는데,... 그랬는데, 그게 참 간단한 답을 못 찾아서 그런 거였구나 싶어서, 마음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아니, 실은 많이 쓸쓸했습니다.
코코아를 한 잔 따뜻하게 타서 먹기로 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대강 책상위를 정리했습니다. 알라딘 서재를 구경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웃음소리 자주 들리는 토크쇼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냥 오늘 어려운 숙제를 하나 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마음을 결정했어도, 답을 얻었다고 생각했어도, 그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달라진 거겠지, 그래 그거 하나는 달라진 거니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1분지나면 다음주, 그렇게 새로 하루가 시작된다는 건, 또다른 것들이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