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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슬픔 , 애수 (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닐 조단 감독, 줄리안 무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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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질투며, 집착이며, 증오이고, 배신이며, 갈증이며, 욕망이다. 동시에 사랑은 기적이고, 선이며, 생명이고, 신께로 나가는 통로이다. 모든 존재하는 것엔 빛과 그림자가, 긍정과 부정이, 믿음과 의심, 신앙과 미신이 존재한다.

이것을 너무나 멋지게 소화하고 있는 게 바로 이 영화가 아닌가 싶다. 사랑은 불륜이며 동시에 로맨스다. 사랑해서 결혼할 수도 있지만, 사랑없이도 결혼은 한다. 그리고 후에 사랑이 온다. 거기에 사랑과 결혼의 딜렘마가 있다.

작가인 남자 주인공(랄프 파인즈? 이 사람은 잉글리시 페이션트에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은 작가답게(?) 모든 것을 의심하고 질투하는 사람이다. 그는 공교롭게도 친구의 아내를 사랑한다. 그런데 운이 좋은 걸까? 어느 날 그 친구가, 아내가 다른 남자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니 그 확실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그에게 부탁한다. 마침 그는 친구의 아내가 왜 폭발 사고가 있던 날, 사랑은 같이 있지 않아도 언제나 함께하는 것이란 이해 못할 말을 남기고 떠나갔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말하지면 친구는 아내의 부정을 알고 싶었고, 그는 그녀의 사랑의 진실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왜 자신을 떠나갔는지? 왜 배반했는지? 그는 단순히 그녀가 자신이 싫어져서 그의 곁을 떠난 줄로만 알았다.

이 모든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사립탐정을 고용하고 그 사랑의 단서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 친구에겐 자신이 그 단서를 찾은 양 위장을 한다.  작가들은 흔히들 전지적 싯점에서 소설을 쓰듯, 그는 자신이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옳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작가들도 에고이스트들이니까.

하지만 사립탐정이 목격한 사실, 증거물 특히 그 탐정을 통해 그가 입수한 그녀의 일기를 보면서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단순하고 잘못 되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예를들면, 폭발이 있던 날 자신이 그토록 머리에 부상을 입었는데도 그녀는 자기를 돌아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로써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가 잠시 기절하고 있던 사이, 그녀는 신께 매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를 살려달라고. 살려주시면 그를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그대로 그는 살아났고, 그녀는 신과의 약속대로 그를 만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에도 점점 더 신께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집요한 추적에 결국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결혼하게 되길 바라지만 그녀는 카톨릭 신자였다. 카톨릭의 전통과 법에 따라 그녀는 함부로 이혼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둘은 결국 사랑을 이루고 남편에게 친구에게 이혼해 줄 것을 요구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 이혼과 결혼을 이루기 전에 여자는 병을 얻고 죽고 만다.

이를테면 작가겸 화자(랄프 파인즈)는 사랑을 암울하고 욕망에 사로 잡힌 것으로 보여주는 것인 반면 사라(줄리언 무어)는 한없이 자유롭고 선한 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의 극한 정점은 사라의 죽음이다.

거기엔 상당한 사랑의 미학을 복선에 깔고 있으며 특히 추리극을 표방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매력이있다. 또한 작가인 화자와 보는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세련된 교차 편집의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나는 이즈음 영국 영화들 또는 할리우드 영화라도 영국을 배경으로한 영화를 좋아게 됐는데, 이국적인 매력도 있긴 하지만 하나의 잘 만든 소설을 보는 것 같아 좋다. 특히 이 영화는 미장센이 뛰어나다. 작가의 상징물인 타이프라이터. 스산하고 물을 잔뜩 머금은 영국거리.(영화엔 비오는 장면이 특히 많다) 줄리안 무어의 촉촉하고도 신비스러운 매력이 잘 녹아들고 발산한다.  

특히 타이프라이터가 갖는 그 묘한 매력을 나는 끊을 수가 없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한대 들여 놓을까 생각 중이다. 요즘엔 컴퓨터의 워드 기능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일텐데...또한 이 영화는 나중에 몇번씩 봐뒀다가 습작 겸 소설로 옮겨보는 작업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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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의 일기 - [할인행사]
샤론 맥과이어 감독, 르네 젤위거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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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재미있다. 로맨틱하고, 코믹하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르네 젤위거는 어쩌면 그렇게도 짜증나는 푼수역을 천연덕스럽게 잘도 소화해 내던지. 그것이 주인공이 갖는 캐릭터가 아닌가.

영화는 결혼 안한 여자들이 갖는 환상이나 강박관념을 가벼운 터치로 잘 보여준다. 예를들면, '바람둥이를 조심하라.' 그러나 그것 역시 주인공을 피해 가지 못했다. 어찌보면 그건 통과의례 같은 것이 아닐까? 조심하면 왜 조심해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 것인지, 어느 정도로 조심해야 하는 것인지. 등등. 사람들은 결과만 막연하게나마 알거나 씁쓸하게 안다. 전자는 경험을 안 해봤을 경우고, 후자는 해 봤을 경우일 것이다. 그리고 고민을 하지. 나는 이대로 독신으로 지내야 하는 것일까? 과연 나에게도 맞는 짝은 있는 것일까 하고.

대부분의 사랑 영화가 그렇듯, 사랑을 이루는 과정은 보여주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에게 맞는 짝은 이 세상 어디엔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사랑을 지켜나가는 것은 역시 본인들의 몫인 것 같다. 그런데도 그 사랑을 못 만난 사람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 남의 사람이 되있어."라고.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

내가 이 영화에 관과할 수 없었던 건, 일기가 갖은 특성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일기는 나만이 아는 얘기를 독백으로 쓴다. 거기엔 누구도 볼 수 없고 개입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일기에 갖는 보편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오늘 날 인터넷 사이트나, 자기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공공연히 자신의 일기를 공개한다. 거기엔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 아직 쑥스러워서 그런지 공개일기는 확실히 100% 공개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내가 공개할 수 있는만큼만 공개되는 것같다.

일기는 어디까지 진실을 쏟아 부을 수 있을까? 솔직히 이 영화에서의 일기는 정말 일기라기 보단 메모나 낙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메모나 낙서 같은 일기에서도 진실할 수 없는 주인공의 심리를 포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기란 필요없는 걸까?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일기는 쓸 때는 자기 자신에게(또는 위하여) 쓰지만 언젠가는 공개된다. 아니 어쩌면 무의식 중에라도 공개되길 바라면서 쓰고 있겠지. 개인사적 사료로서도 필요할 것이고.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족적을 남기고도 싶고. 또 잘하면 문학사(안나의 일기처럼)나 미시사적 관점에서 필요할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말이 생각이 난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기가 쓴 일기를 태워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실제로 태워버리기도 하지만, 또 언젠가는 그런 자신을 후회하게 된다고.

난 아직까지 그런 충동을 느껴 본적은 없다. 부담스럽긴 하지만. 다시 읽고 싶은 생각도 없고. 요즘엔 모아두는 건 좋은데 쌓아두는 건 왜 그리도 부담스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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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1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그렇지만 책도 가볍게 읽기 좋더군요. 전 글을 쓰는 버릇이 안 되어 있어서 일기는 초등학교 이후로 써 본적은 없지만 남의 일기를 읽는 것은 즐겁죠...비록 소설이라도...전 즐겁게 읽은 책입니다
 
투게더 - [할인행사]
첸 카이거 감독, 탕 윤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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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소재로한 영화는 특별히 그 울림이 크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대로 음악을 소재로한 대표적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데우스>나 <샤인>을 들을 수가 있을 것 같은데, 물론 그 영화는 동시에 어느 특정인의 전기(傳記)를 다뤘다는 점이 더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기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나 개인적으론 다른 어떤 영화보다 울림이 컷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 정서가 맞아 떨어진다. 어쩌면 중국 영환데도 우리나라 정서와 흡사한지. 정을 그리워 하면서 정을 배반하는 베이징이란 도시가 주는 인상이 흡사 서울을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붉은 것을 좋아하는 민족답게 화면엔 붉은 색채가 돋보인다.

또한 주인공의 아버지는 어떠한가? 자식하나 성공시켜 보겠다고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간이라도 빼줄 아버지의 이미지는 우리나라 여느 시골 출신의 아버지와 이미지가 그 맥락을 같이한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빼어난 바이올린 솜씨에 빠져들 것만 같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역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답게 그의 생각이나 행동도 독특하다.

그리고 베이징역에서 우연히 알게된 직업이 확실히 뭔지모를 사치스러운 여자와의 만남. 양념격이라고는 하지만 나름대로 재밌는 설정이다.

그리고 콩쿨의 비리도 잘도 다룬다. 하다못해 협연자와 은사와의 관계도 실소를 자아내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뭐니 뭐니해도 이 영화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건 역시 부성애이다. 부성애 영화의 대표적 작품으론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 영화에 비할 건 못 되지만, 자식이 도시물을 먹고 아버지는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 주인공은 시간이 흐르면서 아버지를 부끄러워 할 수도 있는데 여기선 마지막까지 그러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갖는 미덕이 아닌가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의 감독을 그다지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첸 카이거 감독의 작품은 조금은 난해해 그의 작품을 별로 즐겨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충분히 애정이 갔고,  본인 스스로도 참 편안하게 만들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채로운 건 그가 직접 출연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감독이 직접 출연한 영화는 왠지 무게가 더 실려 보인다. '첸 카이거 감독이 그렇게 생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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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미 이프 유 캔 - 할인행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Tom Hanks)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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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제목답게 쫓고 쫓기는 긴박성은 그리 많이 나타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속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속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은 레오가 유능한 외과의사로 변신한 뒤, 자전거를 타다 심한 상처를 입고 후송되어 온 소년을 보는 장면이다. 그전에 레오가 의사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TV 영화에서 본다. 그 영화에선 의사가 연신'동의하나? 동의합니까?'를 연발했다는 점이다. 이에 착안한 레오는 그것을 써먹어 보기로 한다.

두명의 인턴 중, 한 인턴이 자기가 본 소견을 레오에게 보고한다. 그는 또 다른 인턴에게 '동의하나?'라고 물어 본다. 그 상황에서 그 인턴은 한번쯤 레오의 정체를 의심할 법도 하건만, 레오가 자리를 떠나고 오히려 자신이 동의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장면에서 드러난다.(난 또 이 장면에서 얼마나 웃었던지.)

나는 영화를 보면서, 사기꾼이 갖춰야할 세가지 이미지가 있다더니 과연 영화는 그것을 잘 살려낸 것 같다. 그 하나는 잘 생겨야 한다는 것이고, 머리가 비상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주어진 직업에 있어서는 실제 그 사람보다 더 그 사람다워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사람에겐 여러가지 '나'가 있다고 한다. 어찌보면 영화 속 주인공은 한가지 역할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해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주체 못할 에너지 때문에, 컨닝없이 한번에 변호사 자격 시험에 합격했어도 그 일을 그만 둘 수 없었는지도 모르지. 나 같으면 변호사를 평생 안정된 직업으로 삼았을텐데 말이다.

그래도 이 영화가 좋았던 건, 영화가 희대의 사기꾼의 삶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휴머니즘도 담고 있다는 것이다(허리우드 영화의 격식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톰 헹크스가 레오에게 끝까지 선처와 믿음을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것에 무릎꿇고 도망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돌아왔다. 그리고 주인공은 복역 후 FBI에서 위조수표 감식하는 일을 하면서 이아 셋을 낳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결국 세상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지만, 세상을 믿게 만드는 것도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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