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들이 다 나온다.

임수정은 물론이고, 한예리, 정은채, 정유미까지.

 

영화를 왜 보느냐고 묻는다면 그때 그때 답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어떤 사람은 스토리가 궁금해서, 어떤 사람은 감독이, 영상이 좋아서 등등) 이 영화만 놓고 보자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본다고 하겠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이 영화는 특별히 감독이 그것을 배우에게  한껏 양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만큼 배우의 감정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고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 정말 저예산이다. 동선도 없고, 고작 커피나 홍차를 마시면서 상대와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영화에 익숙치 않은 사람은 뭥미하며 어리둥절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대화에 따른 배우의 감정이다.

첫번째 나오는 한 쌍은 남녀는 사랑이 식어져 헤어졌다 다시 만난 사이다. 남자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답답하고, 속물스럽다. 여자는 그동안 잘 나가는 배우가 되어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났을 때 반갑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역시 긴장감은 없고, 다소 권태롭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옛정은 남아 있어 앞으로 그럭저럭 만남을 이어갈 것처럼 보인다. 

 

두번째로 테이블을 마주 앉은 사람은 막 관계를 시작하려고 하는 남녀의 떨림과 어색함이 잘 드러나있다. 특별히 둘은 어느 싯점 좋아질뻔 했는데 돌연 남자가 해외 여행을 가버리는 바람에 잠시 소원해졌다 갑자기 다시 만난 사이이기도 하다. 여자는 그동안 겪었을 감정을 상대에게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먹는다. 그때의 여자의 복잡한 심경을 감독은 잘도 포착한다.

 

세번째는 한 쌍의 남녀가 아니라 결혼을 앞둔 젊은 여자와 가짜 모녀 연기를 해야하는 어느 중년 여자와의 대화다. 처음엔 역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오고 가지만 대화가 진행될수록 왠지 의뢰인에게서 진짜 딸같은 묘한 감정을 발산한다.

 

마지막 네번째는, 결혼을 앞둔 옛 애인에게서 결혼 후에도 밀회를 갖자는 앙큼한 제안을 거절하기까지의 대화 과정을 포착했다. 

 

대화로만 이루어져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 속에 오고 가는 인간의 감정은 훨씬 다양하고 풍부할 수 있음을 감독의 카메라는 잘 보여주고 있다. 보고나면 네 편의 옴니버스 단편 소설을 보는 것 같고, 감독에게 왠지모를 무한 신뢰감이 느껴진다. 뭔가 색다른 형식의 영화를 보고 싶다면 감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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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12-23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일 영화 보러 갑니다. 큰애가 표 사 놨는데 제목을 듣고도 까먹었어요. ㅋ

그리고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박수 짝짝짝!!!

stella.K 2017-12-24 09:28   좋아요 1 | URL
ㅎㅎ 우리 나이가 그래요.
듣고 돌아서면 가물가물해 진다니까요.ㅋㅋㅋ
무슨 영환지 모르지만 재밌게 보고 오세요.

서재의 달인은 언니가 올해도 안 되셔서 아쉬워요.ㅠ
올해도 언니가 계셔서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구요, 내년에도 변함없이 좋은 글 부탁드려요.^^

프레이야 2017-12-2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좋지요. 성탄과 연말 따스하게 보내세요 스텔라 님 ^^

stella.K 2017-12-25 11:26   좋아요 1 | URL
아, 이 영화 보셨군요.
저는 이 영화보면서 사람이 가만히 앉아 얘기만 할 뿐인데
이렇게도 많은 마음들과 생각들이 표현되고
그 파장들이 흐르고 있었다는 게 새삼 놀랍더군요.
참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만들었어요.

프레이야님도 남은 연말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