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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Littor 2017.6.7 - 6호 ㅣ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어떻게 운이 좋아 1년인가, 10개월치 정기구독권을 무료로 받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리뷰를 쓰지 못했다. 다 게으름 탓이겠지만 이건 또 독자로서의 예의는 아닌듯하여 늦게라도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지가 좀 되서 자세한 리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전에 창간호를 산 적이 있는데 그때는 (돈 주고 사서일까) 좀 낮선 느낌에 딱히 나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호들갑 떨고 싶으리만치 좋다는 느낌도 안 들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읽을 거리도 많고 재미가 쏠쏠했다.
기억에 남는 건, 장강명 작가가 창간호 때부터 우리나라 문학상을 고찰하는 글을 써왔는데 그게 나름 흥미가 있었다. 이번호까지 다섯번의 연재로 마무리가 되는데 그 나머지는 단행본에서 이어질거란다. 물론 우리나라 문학상이 문제가 많지만 그게 한 권의 책으로 나올만큼 할 얘기가 많았나 새삼 놀라고 있는 중이다. 하긴 최근 어느 일본 작가가 세계적인 문학상에 대한 수다를 책으로 낸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할 말이 많긴 많은가 보다. 문학상도 문학상이지만 출판사 역시도 확실한 지명도가 있지 않으면 책을 잘 안 내려고 하니 이 (악)순환의 고리는 언제쯤 정상화가 될지 모르겠다. 프랑스 같은 나라에선 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독자더러 순순하게 작품으로만 판단해 달라고도 한다는데 과연 우리나라에도 그런 날이 올까 싶다.
또한 릿터는 주목 받고 있는 외국 작가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번엔 미셸 뷔시를 다루었다. 누구냐면 <검은 수련>, <절대 잊지 마> 등 주로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인데 요즘 부쩍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많다. 무엇보다 북 디자인이 상당히 매력적인데 특히 <검은 수련>은 뭔가 악마적이면서도 고혹적이라 나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의 인터뷰는 젊고 잘 생긴 문학평론가 허희가 인터뷰어로 나섰는데, 작가도 작가지만 그가 나섰다니 더 관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엔터테이너적이어도 되는 건지.
그 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소설이다. 특히 아킬 샤르마란 젊은 인도 태생의 작가의 '모험과 즐거움이 가득한 삶' 단편은 의외로 잘 읽혔다. 이야기는 섹스 밝힘증이 있는 주인공이 이제 그만 정리하고 결혼할 사람을 만나 조신하게 있다 결혼하려고 하는데 그걸 앙큼하게 어기고 적당히 즐기는 삶을 살아간다는 뭐 그런 얘긴데 유쾌하다. 그래봤자 주인공은 섹스 머신 같긴하지만.
그리고 이어서 구병모와 최영건의 단편도 나오는데 웬만하면 읽으려고 했는데 못 읽었다. 왜 그리도 재미가 없던지. 어제도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읽었는데 우리나라 여성 작가들은 이야기를 좀 재밌게 쓸 필요가 있다. 여성 작가는 재미없을 거라는 인식이 남성 작가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내러티브가 약한 건가 아니면 크리에이티브 정신이 부족한 건가? 독자로서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은지가 언제인지 모른다. 읽을 새도 없지만 솔직히 겁이난다. 재미없고 돈만 버렸다는 느낌을 갖게될까 봐.
이번호에서도 에세이스트 서경식의 글은 계속되고 있는데 그의 글발이야 뭐 이미 정평이 나있는 거고, 글중에 특별히 프리모 레비를 다루고 있어 관심있게 읽었다. 언제고 프리모 레비의 글도 읽어줘야 할 텐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이 잡지가 <악시트>보다 한 달 늦게 나온 줄로 알고 있다. 이 잡지도 작가의 인터뷰가 눈에 띄는데 <악시트>를 내고 있는 출판사는 벌써 그 부분을 따로 떼어 한 권의 책으로 내기도 했는데 이 잡지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는지 조용하다. 따로 책으로 내도 괜찮을텐데.
잡지는 말 그대로 잡스러운 책이고 난 잡지에 별로 욕심이 없었는데 자꾸 보니 그도 욕심이 난다. 무엇보다 팔거나 내다버리지 못하겠다. 이런 거 잘 모아두면 나중에 괜찮은 기록물로도 남을 수도 있는데. 하지만 모아두면 짐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나 무료 정기구독 기간이 끝나도 계속 읽고 싶어질 것 같다. 이런 선물은 안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역시 공짜는 양잿물을 마시는 것과 다를바 없는 것 같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