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시대의 작가로 산다는 것
스테판 말테르 지음, 용경식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 <동물농장><1984>는 두 개의 등대처럼 우뚝 서 있다. 이 두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존재를 본다. 그러나 그는 유언에 자신의 전기를 원치 않는다고 썼다.(283p)

 

이 책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조지 오웰의 전기를 담고 있으며, 나는 이 책을 읽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하긴, 언제 선대의 사람이 무엇을 원한다고 해서 후대의 사람들이 그걸 그대로 지켜 준 적이 몇이나 될까? 역시 이번에도 그것을 보기 좋게 어기고 이 책이 나와 준 것이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작가다. 그런 작가의 변변한 평전 하나 없어서야 말이 되겠는가? 하지만 그동안 국내외 작가들이 그에 대한 책을 낸 것도 사실이다. 그를 모르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안 다면 그에 대한 책을 내고 싶어 안달이 나는가 보다. 그건 아마도 조지 오웰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나온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비교적 전기에 충실해 보인다.

 

나는 지금까지 조지 오웰의 두 권의 책을 읽었는데(유감스럽게도 그 유명하다던 위의 두 책은 아직 이다) 처음 읽었을 땐 그의 책을 읽기가 불편하다고 불평도 했지만 그의 유명세 때문일까? 어느 새 그에 대해 알고 싶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의 문학의 원천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에 대해 어떤 것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았다.

 

무엇보다 난 그가 짧은 생애를 살았던 건 알고 있었지만 무슨 생각에선지 결혼을 안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결혼을 했다. 그것도 두 번. 첫 번째 결혼은 비록 그가 원하던 상대와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불행했던 건 아니었다. 단지 결혼 생활 중 다소 병약했던 아내를 진정으로 배려하지 못하고 잠시 다른 상대에게 마음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부부는 아이를 입양하며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충실했고 결혼 생활에 대해 불만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에겐 여자들이 원치 않은 일을 거의 충동적 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의 첫 사랑이었던 재신터를 비롯해 몇 명의 여자를 숲속으로 유인에 겁탈하려고 했다. 그것은 예술가들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성 편력과는 다른 것으로도 보인다. 왜 그가 그런 충동을 보이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나와 있지는 않다. 오늘 날 같으면 문제가 될 법도한데 그의 시대만 해도 옛날이었을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더구나 그가 유명해지기 전이기도 했으니.

 

또한 창녀와 동거한 이력도 있다. 창녀와 진지한 관계가 되고 또 나중에 그녀에게서 모든 것을 도둑맞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여자 보는 눈이 없었던 모양인가 보다. 하지만 그건 일부러 자신을 밑바닥 삶으로 몰고 간 필연적인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는 왜 그랬을까  

그는 극단적인 환경에 처한, 사회의 밑바닥인생, 즉 거지, 부랑아, 범죄자, 창녀와 같이 생활하면서 밑바닥까지 내려갈 결심을 한다. 그가 그런 결심에서 글감을 구하고 싶어 한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 중 가장 하등한 인간들곁에서 자신을 정화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결심은 그를 접시닦이로까지 몰고 간다(122p).     

 

아버지가 공무원이기는 했지만(인도의 아편국. 그는 인도 태생이기도 하다) 아주 부유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먹고 사는데 별 지장이 없는 정도? 하지만 여느 부모가 다 그렇듯 그는 어머니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튼스쿨을 다니기도 한다. 알려지다시피 이튼스쿨은 명문대로 갈 수 있는 정통 코스라고도 할 수 있는데, 거기서 나름 우수한 학생이기는 했지만 학교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떤 선생님은 좋아했다. 이를테면 <멋진 신세계>를 쓴 올더스 헉슬리 같은 선생님. 그는 헉슬리에게서 프랑스어와 문학을 배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더구나 헉슬리의 소설은 나중에 그가 미래의 디스토피아 세상을 그린 <1984>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으니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대단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또 이 시기에 엄청난 독서를 하면서 작가의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부모의 바람과 달리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경찰 공무원이 돼서 (지금의 미얀마)버머로 발령을 받기도 하는데 그것은 그가 원해서이기도 했다. 그곳에서의 경찰로서의 삶은 길지 않았지만, 그곳이 영국의 식민지였던 만큼 그는 영국인의 버마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보면서 거기서 제국주의를 경멸하기에 이르고 그것은 평생에 걸쳐 그의 삶을 지배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영국으로 다시 귀환해서도 호텔 청소와 광산의 광부 일 등을 하면서 밑바닥의 삶을 살기도 하는데, 특히 그는 스페인 내전의 종군 기자로 참전하면서 파시즘의 괴물과 마주했고 평생 반파시스트로 살기도 한다. 그가 어떻게 파시즘과 마주했는지는 그의 유명한 소설 <카탈로로니아 찬가>에 잘 나와 있는데, 역시 작가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했는가가 그 작품 경향을 지배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동물농장><1984>는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동물농장>은 그가 스페인에서 돌아온 즈음 착상되었다고 한다. “서구 사회주의 운동에 끼치는 소비에트 신화의 새로운 영향을 깨달았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눈이 열려서 소비에트 체제가 무엇인지, 스탈린이 이끄는 전체주의 국가가 무엇인지 깨닫기를 바랐다. 그는 영국 지식인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 역시 우롱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238p)

그런 <동물농장>의 출판이 쉽지는 않아 어떤 출판사든 받아만 주면 이후의 그의 모든 책은 그 출판사에서 내는 것으로 마음먹었다니 그가 이 작품을 얼마나 절박하게 출판하게 되길 원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유명한 책도 우화를 동화로 착각해 아동용 도서로 분류되기도 했다니 웃프기도 하고.

 

<1984>1946<폴레믹>에 발표된 문학이 죽은 곳에 밝히기도 했는데,

분명하고 힘 있는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두려움 없이 생각하는 사람은 정치적으로는 정통파가 될 수 없다...... 책들은 관료주의자들이 만들어놓은 큰 테두리 안에서 수태되고, 많은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 일단은 완성되고 나면, 개인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조립라인의 끝에서 탄생하는 포드자동차와 다를 게 없다. 이런 문학은 명백히 쓰레기임을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런 쓰레기 외의 다른 것은 모든 국가구조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과거의 문학이 살아남으려면, 일단 전부 다시 쓰여질 것을 각오해야한다.(257p)

<1984>는 이렇게 출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뭔가 오늘 날의 문학에도 시사 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그는 그렇게 작가로서 많은 글을 남겼는데 그러면서 작가에 대한 생각들을 고취시켜 나갔을 것이다. 그는 죽기 전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생각한다. 작가의 첫째 의무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 시의 적절하지 않다거나 이런저런 불길한 영향력을 본의 아니게 행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핑계로, 거짓말을 하고 사실을 은폐하거나 주관적인 감정을 왜곡하도록 강요당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271p)

 

작가는 늘 불온함과 부조리를 느끼며 그것과 맞서는 존재는 아닐까? 그는 병약했다. 평생 폐가 약해 고생을 했고 역시 그 때문에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생은 약하고 고독했을지 모르나 작가로서는 강했고 외롭지 않았다. 그의 생애는 짧았지만 그는 작가로서 충실했다. 난 이제 그의 작품을 보고 불편하다고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읽지 않은 나머지 작품을 보면서 세계를 조망할 것이다. 독자는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책이 다큐를 보듯 짜임새가 있고 유려하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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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8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7-08 14:16   좋아요 1 | URL
저는 좀 의외로 조지 오웰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전엔 막연하게 고독하고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밑바닥 삶이야 그가 자청해서 선택한 삶이었고.

무덤덤한 건 우리의 삶이 평안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족한 게 없잖아요.ㅋ

2017-07-10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7-10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조지 오엘의 주요 작품은 다 읽었습니다. 동물농장, 카탈로니아 찬가, 1984..
1984가 단연 좋더군요. 나머지 작품들도 다 괜찮았습니다. 헉슬리의 작품도 그렇고 조지 오엘도 그렇고 문체가 좋은 작가는 아닌 듯합니다. 문장이 아름답고, 문학적 기교가 뛰어난 작가들은 아닌거 같다는 인상...하지만 뭐, 한국 작가 작품읽을래, 오웰 작품 읽을래...라고 하면 단번에 오웰 작품을 읽을 거라는..ㅎ

stella.K 2017-07-11 12:55   좋아요 0 | URL
ㅎㅎ 야무님 소설 별로 안 좋아하시죠?
그럼에도 조지 오웰을 전작하셨다니 확실히
조지 오웰이 난 사람이긴 한가 봅니다.ㅋ
맞아요. 문체는 그닥 좋은 작가는 아니죠.
하지만 역시 작가정신이 빛나고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17-07-2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농장>과 <1984>를 읽고 나서 조지 오웰의 문장이 별로 좋은 편 아니라는 평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훌륭한 소설입니다. 훌륭한 소설이라면 문장력이 크게 돋보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stella.K 2017-07-27 17:4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게 또 은근 위로가 되기도 하더라구요.
우린 왜 문장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내용이 좋아서 세기에 남을 책이 된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를 생각해요.
그러니까 작가가 문장에 매달리는 걸까 싶기도 하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