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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로버트 멀리건 감독, 그레고리 펙 외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12년 5월
평점 :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뭐 원작이 워낙에 탄탄하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하지만 난 애석하게도 아직 원작을 보지 못했다.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몽타주 기법에 약간의 서스펜스 기교까지.
당시로선 꽤나 공들여서 만든 영화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게다가 당대 최고의 핸섬 가이 그레고리 펙을 앞세웠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했을까?
저때는 잘 생긴 사람이 정의의 사도가 되거나
영웅이 되는 건 당연지사였다.
요즘엔 여러 가지 캐릭터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더구나 그레고리 펙 풍채도 좋지 않은가.
그의 죽음은 별이 지는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영웅이 지구를 떠나는 것과
맘 먹었을 일인지도 모른다.
아, 그가 이 지구에 없고 이렇게 오래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게
약간 서글프다.
우리는 잘 모르면 무조건 이상한 쪽으로 몰아가는 습성이 있다.
그럴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만들어진 정보가 사실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게 어린 아이에게만 있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아니 어른 일수록 편견과 아집 때문에 더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는 인종차별에 관한 법정 영화이긴 한데
왜 은둔하는 이웃에 관한 이야기를 전면에 배치했을까?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이 영화는 인종차별에 관한 영화지만
영화 자체도 백인에 의한, 백인을 위한, 백인의 영화다.
영화를 보고 무엇을 깨달을지는 오로지 그들의 몫인 것만 같다.
만일 이 이야기가 흑인의 관점에서 씌여졌더라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지만 저 때만해도 그들에겐 힘이 없었다.
그래서 백인들은 스스로가 깨우치거나, 홀로 외로이 정의를 위해 싸우거나,
서로 뭉치거나 했다는 거다.
이야기가 가진 미덕은 많지만 원작이 왜 성경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책이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한 번 읽어보고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