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무삭제판) [드림믹스 36종 할인] - [초특가판]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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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1992년도 작이다. 그때는 내가 에로 영화는 좀 질색팔색했던 편이라 감히 거들떠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이런 영화도 볼 생각도 다하고 나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이 영화를 볼 생각을 했던 것도 그동안 즐기지는 않지만 알게 모르게 에로 영화를 봐 온 탓 아니겠는가? 그래봐야 침대에서 뒹구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생각하면 세상에 못 봐 줄 야동은 없을 것도 같다.

 

좀 거시기 한 것은, 어제 다운 받아놓고 졸려서 못 보고 아침에 말짱한 정신으로 봤다. 식전 댓바람부터 에로 영화 보기는 머리털 나서 처음인 것 같다. 그런데 이때가 아니면 따로 본다는 것도 귀찮은 것 같아 마음 먹었을 때 보자 했다. 방 바깥에선 하필 엄마가 일찍 일어나 계셨다. 평소 땐 그 시간 깨지도 않더만. 영화속 두 남녀의 신음 소리 밖으로 새어나갈까봐 신경이 안 쓰인 건 아니지만 노화로 인해 엄마의 청력도 예전만 같지 않으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영화 참 불온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안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인종차별이 심했을 옛 시절 동양의 남자와 서양의 여자가 사랑을 했다는 것도 심상치 않은데, 나이 30의 중국남자와 나이를 속인 15살 짜리 프랑스 소녀와의 사랑은 또 얼마나 파격적인가?

 

       

이 영화는 그런 질문도 가능하다. 사랑 이후에 어느 쪽이 사랑에 대한 기억을 더 강하게 갖게 될까하는 질문. 아무래도 남자가 여자 보다는 더 강하게 가질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어찌보면 이 영화는 여성 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 다분히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 물론 중국 남자와 프랑스 여자(아이)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엔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별로 그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감독은 동양적인 것들을 조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을 갖게 만든다. 예를 들면 중국남자는 그저 돈만 많을 뿐이지 관습에 매어 원치 않은 결혼을 해야 한다는 나약한 인간으로 설정했다. 더구나 아편쟁이 아버지 앞에서는 설설 기기까지 한다. 또한 남자의 아버지를 통해 중국 사람들은 돈은 많은데 아편이나 즐기는 미개한 민족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나중에 남자는 자기 아버지와 같이 절망속에 이편을 하지 않는가.

 

이런 남자를 보고 여자 아이는 결혼해서도 만나자고 꼬드긴다. 듣기에 따라선 너는 너의 나라 관습대로 살아. 하지만 간간히 우리 서양 문명을 즐기라고 말하는 것도 같다. 더구나 베트남이 어떤 나란가? 한때는 프랑스의 식민지 아니었나? 홈그라운드의 잇점이 있기도 하다. 게다가 영화 중간중간 프랑스 여자아이의 가족들이 얼마나 이 중국남자를 조롱하고 무시하는가? 하다못해 여자아이의 엄마가 사랑했냐고 물었을 때 그냥 돈 때문에 상대했을 뿐이라고 하자 크게 노하지도 않는다. 물론 그건 소녀의 가정이 갖고 있는 특수한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남자를 돈이나 뜯는 상대 외에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우월한 민족의 창녀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여자들 중엔 남편이 술집 여자 상대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래봤자 내 남편 스트레스 푸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러나 결코 용서하지 못하는 건 어떤 여자에게든 정을 주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이치인 셈인 것이다. 남녀의 성역할만 바뀌었다뿐.

 

서양문명이 동양의 그것 보다 우월하다는 건 엔딩장면에서도 또 한 번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세월이 흘러 소녀는 어느새 중년의 여인이 되고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남자가 전화가 와서 너와의 사랑을 잊지 않고 있으며 영원히 기억할 거라고 말하곤 끊었다. 그런 것으로 봐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 한다는 그 속설에 쐐기를 밖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인종과 문명이 다른 사람과의 사랑이기도 했으니 그렇게도 읽혀진다는 것이다.    

 

연출이나 촬영이 나름 좋아 보이긴 한다. 무엇보다 감독이 편집증이 있나 싶게 섹스 장면이 너무 노골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진지하고 나름 아름답기도 하다. 하지만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다소 미진하고 불온해 보인다. 소설은 어떨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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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2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와 <컬러 오브 나이트>로 제인 마치는 섹스 심벌이 될 줄 알았는데, 그 후로 하락세였던 걸로 압니다. <컬러 오브 나이트>에서의 베드신이 <연인>보다 수위가 높아요.

stella.K 2017-05-24 20:26   좋아요 0 | URL
헉, 정말...? <연인> 대단하던데...
여자가 보통이 아니네.
<컬러 오브 나이트>는 별로 볼 것 같지는 않다.
이 영화는 뒤라스의 원작을 영화화 한 거라 본 거였거든.
음악이 많이 듣던 거였는데 이 영화 주제 음악이더군.
좋더라고.^^

페크pek0501 2017-05-25 2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걸 민음사에서 나온 책으로 읽었어요. 책은 별로 노골적인 성 장면이 없었던 것 같아요.
작가는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걸까,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더러 밑줄을 친 곳도 있지만 두 번 읽을 책으론 생각하진 않죠. 술술 읽히지 않았거든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읽어야 해서 집중력을 요하고, 나라마다 다른 문화의 차이라는 것도 있고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호기심으로 읽었어요. 안 읽었다면 계속 읽어야 할 작품으로 생각했을 거예요.
(굳이 책을 추천하진 않겠습니다.ㅋ)

stella.K 2017-05-26 11:58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군요.
원작이 어렵다는 말을 듣긴 들었어요.
프랑스 문학이 쉽게 읽히진 않죠.
역시 마음만 있다뿐 여전히 읽게될 것 같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