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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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에 대한 총평을 하라면 이 책은 정말로 잘 쓰인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일종의 역대 대통령들로 본 현대 정치사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다. 장면 총리를 포함 12명의 대통령의 공과를 가감 없이 잘 구분해 써 놓고 있다. 덕분에 내가 모르고 있거나 막연히 알고 있는 대통령들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개기가 돼서 나름 이 책에 대한 신뢰가 간다.

 

나 같은 경우 태어난 연대가 그래서 솔직히 박정희 대통령 이전의 대통령에 대해선 별로 아는 바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얼마나 관심이 없냐면 나 이전의 대통령은 이승만과 윤보선외엔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에선 다루지 않았지만 과도정부 때 허정 총리가 있었고, 윤보선 이전에 장면 총리가 있었다. 책은 장면 총리가 상당한 젠틀맨으로 묘사가 되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자면 윤보선이나 이승만도 같은 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최규하 대통령까지도. 하지만 정치란 게 그렇게 젠틀해서만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나라 정치사가 몸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그들은 명예롭게 퇴위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사람은 시야가 깊지 못하면 그저 하나의 이미지로 단순화시키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박정희와 최규하의 대비다. 그 둘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였다. 날렵한 박정희에 비해 뚱뚱하고 굼떠 보이기까지 한 최규하를 보면서 어린 시절 최돼지란 별명으로 그를 놀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는 결코 무능력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당대 고급진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았던 몇 안 되는 공직자였고, 그로인해 뛰어난 외교를 펼쳤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니 그런 별명이 가당키나 한가? 하지만 그가 굼떴던 것도 일견 사실이기도 했다. 너무 시간을 지연시켜 국정을 그르친 사안도 있었다고 보고되고 있으니까. 어쨌든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그 사람이 그만한 자리에 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란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는다.

 

솔직히 그렇게 따지자면 가장 이해 못할 사람은 전두환 대통령은 아닐까? 그만 생각하면 나도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 정말로 이해 못할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은 아닐까?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 민주화 항쟁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가? 그로인해 그는 찬탈하다시피 대통령의 자리를 꿰찼다. 아무리 쿠데타가 그렇다고는 하나 어떻게 민족의 살인마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일까? 민주주의 국가라면서 이건 역사의 수치는 아닐까? 특히 대통령의 자리를 두고도 최규하 대통령과 얼마나 설왕설래가 많았던가?

 

재밌는 건 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양분된 시선이다. 전두환의 입장에서 보면 찬탈이고, 최규하의 입장에서 보면 뺏긴 것이다. 전자의 시각으로 보면 천하의 나쁜 놈이고, 후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리숙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박수도 손뼉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지 않은가? 책을 보면 대통령의 자리 하나로만 봤을 때 전두환이 빼앗은 것 보단 최규하가 내준 것이 타당해 보인다. 무엇보다 최규하가 대통령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만 아니었어도 그는 조용히 국무총리로서의 임기를 마쳤을 것이다. 그런데 박정희가 서거하자 그는 한 순간 의지가 꺾였다고 책은 전하고 있다. 총리라는 게 대통령 유고시 지도력을 발휘해야할 막중한 자리임에도 그는 그러지 못했고 박정희가 사라지자 한낱 뒷방 노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의 대통령으로서 재임 기간은 8개월이었다. 누가 봐도 고 박정희 대통령 이후 제대로 된 대통령을 세우기 위한 일종의 다리 역할이란 건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세월이 지날수록 자꾸만 전두환이 대통령의 자리를 찬탈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건 얼마 전에 나온 그의 자서전에도 나온 말인데 자신은 대통령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 말을 가지고 엄마와 대화를 나눴을 때도 엄마는 무슨 말을 하냐며 발끈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빗대어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고 설명하자 또 금방 수긍했다. 내가 이 말을 하는 건 그만큼 한 번 나쁘게 인식되어 버리면 역사를 인식하는 것도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엄밀히 말해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쉽게 떼어 내버릴 수 없는 건 그가 경제를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정치를 나라를 지키는 것과 백성을 먹여 살리는 일이라고 정의한 바 있는데 전두환만큼 이것에 성실하게 부합했던 인물이 또 있을까? 그것은 또 박정희 대통령과 닮아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점에서 퇴임 후엔 어땠을지라도 재임 기간 동안 훌륭한 통치술을 발휘했던 대통령으로 또한 전두환과 박정희를 드는 것에 이의를 재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자는 그럴 수 있는 것엔 그들이 군 장성 출신으로 훌륭한 용인술에 기인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정치인 출신의 대통령에게서도, 사업가 출신의 대통령에게서도 없는 군의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감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도 두 대통령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전두환 대통령의 경제 부흥은 단순히 용인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그는 경제에 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독선생을 데려다가 매일 하루 세 시간씩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것이 그의 시대에 경제 부흥이란 걸작을 남기게 되었으니 역시 모든 건 그냥 되는 것은 없으며 대통령도 할 만한 이유가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우리가 마지막까지 기억하는 대통령은 전두환이 아니다. 그 점은 또 외신도 불가사의한 것으로 여기는 부분이기도 한데, 세계 어떤 대통령 치고 재임기간 동안 성장, 물가, 국제수지 이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전두환만큼은 이 세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으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지막까지 기억하고 싶은 대통령은 누구일까? 박정희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한다. 나 역시 그것엔 이의를 달지 않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만큼은 좀 더 객관적일 필요는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그는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 난 인물로서 행동하는 양심이었고, 서민의 표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부엉이바위에서 자신의 몸을 던지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그렇게까지 그를 애틋하게 생각할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통치술은 대부분의 대통령이 다 그러하듯 신통치가 않았다.

 

이 책의 특징은 약간의 동양적 사관을 담고 있는데 관상으로도 대통령의 됨됨이를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상이 시라소니상이라는 것이다. 시라소니가 어떠한가? 무리지어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홀로 다니는 습성이 있다. 즉 그는 천성적으로 소통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된 후 실망스런 행보를 이어갔고, 야당이나 기업인들에게 소위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로 집고 넘어가야할 것은,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이다. 그것은 20035.18 기념식 당시 식장으로 입장하려다 한총련 학생들의 시위로 우회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 후 5.18 기념재단 간부로부터 사과는 받았지만 이러다가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란 말이 와전 돼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보도가 되면서 탄핵의 밀미가 되기도 했다고 하니 역시 정계라는 게 살벌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이 비슷한 말을 나중에 박근혜 대통령도 썼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통령의 자리가 역시 쉬운 자리는 아님에 틀림없는가 보다.

 

이왕 박근혜 대통령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녀는 또 어떠했나? 저자는 박근혜 편을 다루기 전에 시대는 다시 왕조시대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런 징조는 아버지 부시에 이어 아들 부시가 미국 대통령을 할 때부터 감지했는데, 일본에선 기시 노부스케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가, 중국에선 공산당의 원로의 자식들 모임인 태자당에서 시진핑이, 또한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역시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나 딸이 총리 또는 대통령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징조에 우리나라도 편승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의 카리스마를 그의 딸에게서 보고 싶었던 것이다. 보고 배운 것이 있을 테니 나라를 잘 일끌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1세와 2세대는 반드시 같으리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도 그렇게 간단치 않은 삶을 살았겠더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4년 간격으로 양친을 여의고, 하루아침에 내 집 같았던 청와대를 나오고, 믿거라 했던 아버지의 측근들이 자신 한 몸 살겠다고 등을 돌렸으니 그 마음이 어땠겠는가. 그런 와중에 그녀를 거둬줬던 건 최태민이라고 한다. 그것도 그의 꿈속에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도와달라고 부탁을 받아서. 그리고 음지가 양지된다고 IMF는 그녀에겐 기회였다. 갈 곳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입당을 권유 받고 그때부터 정치가로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도 얻었다.

 

박근혜가 대통령 선거 때 캠프의 좌장을 맡았던 김무성은 어느 날 기자들에게 그녀가 잘 쓰는 말을 공개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하극상, 색출, 근절이라고 한다. 그녀는 누구든 자신을 비판하면 나이가 많던 적던 하극상이냐고 했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나가면 누가 그랬는지 색출하고 이를 근절하려고 하는 영애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그 모든 것이 오늘 날의 불행한 사태를 빚은 것 아니겠는가? 생각하면 화도 나고 안타깝기도 하다.

 

문득 이쯤 되면 대통령 탓만 하고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대통령을 생각하는 국민의 의식수준도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까지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오늘 우연히 TV를 보니 매 선거 때마다 후보로 나왔던 허경영을 다룬 것 보았다. 물론 그는 허위사실 유포죄 때문에 이번엔 후보로 나오지 못했다. 뭐 워낙에 독특한 사람이라 방송도 그를 가십거리로 밖에 다루지 않았는데, 놀라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는 것이다.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 중엔 그가 독특하다는 걸 인정도 한다. 즉 맹목적이지마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그를 추종하게 만드는 건 지금까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가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 아니겠냐고 진단한다. 역사적으로 그렇게 해서 나라를 도탄에 빠트린 대표적 인물이 히틀러와 무솔리니라고 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 둘 다는 투표에 의해 선출됐다는 것. 이건 정말 우리가 생각해 볼만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글쎄, 청와대의 터가 안 좋은 걸까?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청와대를 제 집 삼은 대통령마다 나름 시작은 좋았지만 그 끝은 안 좋았다. 물론 그것이 터만의 문제겠는가? 저자는 그것을 대통령의 자리를 개인의 입신영달의 정점으로 간주한 권력자가 너무 많았다고 지적한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들은 후보 때부터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대통령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은 있는지 묻고 싶다. 그저 그 자리에 앉고 싶어 하기만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자는 말미에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첫째,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둘째, 당신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책은 18대 대통령까지 만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앞으로 1920대 대통령을 뭐라고 쓸지 궁금하다. 새 대통령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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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3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5-14 20:34   좋아요 2 | URL
아유, 제 서재가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리뷰 엄청 열심히 썼는데 좋아요가 이렇게 저조하다니.ㅠ
출력하면 A4 6장 분량인데...
제가 요즘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엄청 미워해 씹고 있었는데
벌을 받나 봅니다.
아니면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고 건방졌나요?흐흑~

이 책 기회되면 읽어 보세요.
제가 분량 때문에 다 리뷰 못한 것도 많은데
이 책 정말 좋아요.^^

서니데이 2017-05-13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오늘 여긴 갑자기 비가 많이 와서 조금 쌀쌀하지만 공기가 좋은 밤입니다.
stella.k 님 따뜻하고 좋은밤되세요.^^

stella.K 2017-05-14 20:03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고맙슴다.
계신 곳이 어딘지...?
여긴 별로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었어요.
바람은 4월에 많이 부는데 말입니다.
서니데이님도 오늘 밤 좋은 밤 되십시오.^^

2017-05-14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4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5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5-15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통령에 관한 책은 잘 안 읽어요. 그 이유가 어떻게 보면 제 주관적인 편견이기도 해요. 책 속에서 말하는 ‘훌륭한 대통령의 조건’이 문장으로 보면 수긍하지만, 막상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봐요. 독자들이 이 조건에 따라 지도자를 고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실패한 지도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선 지도자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지도자뿐만 아니라 지도자와 함께 일했던 정치인들이 스스로 반성해야 합니다. 물론, 제가 밝힌 생각도 이상에 가까워요.. ^^;;

stella.K 2017-05-15 18:36   좋아요 1 | URL
그건 그럴 거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그것에 도전해야지 않을까?

사실 이런 책은 저자 자신의 사견이 많이 들어갈 수 있있는 것도 사실이야.
얼마 전 읽은 황상민의 책은 자기 전공인 심리학적 관점
대통령을 분석했다기 보단 그냥 저자 자신이 평소 느꼈던 걸
쏟아낸 것 같아서 좀 아쉬웠지.
그런데 이 책은 그 두께에도 불구하고 난 꽤 재밌게 읽었어.
몰랐던 정치사도 알 수 있었고.
저자가 식견이 대단한 사람 같아.^^

2017-05-15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5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5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