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 문학 점령한 ‘차이나 파워’한국상륙

중국을 떠나 중국을 노래한 두 작가
천안문사태로 충격… 외국어로 창작
가치관 혼란 겪는 ‘中의 오늘’ 풍자

▲ 하진 /AP
미국과 프랑스 문단에서 ‘차이나 파워’를 떨치는 소설가 하진(Ha Jin·50)과 다이 시지에(Dai Sijie·52)가 나란히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하진의 소설집 ‘피아오 아저씨의 생일파티’(왕은철 옮김)와 다이 시지에의 장편 소설 ‘D의 콤플렉스’(용경식 옮김)가 한국 순수 문학의 종가(宗家)인 현대문학사에서 최근 한꺼번에 나왔다. 두 작가는 문화대혁명 기간 중 성장기를 보낸 뒤 유학길에 올랐고, 천안문 사태(1989년) 충격 이후 외국어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미국 보스턴대학 문예창작과 교수인 하진은 ‘전미 도서상’ ‘펜/헤밍웨이 문학상’ 등등을 두루 석권한 작가다. 중국 리아오닝성에서 태어난 하진은 29살 때 미국 유학길에 올라 영문학 박사학위를 땄고, 36살 때부터 영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오늘날 미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받는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닌 비범한 작가”란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인 다이 시지에는 나이 서른에 프랑스로 유학해 영화 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는 46살에 프랑스어로 쓴 첫 장편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를 발표해 일약 스타 작가로 발돋음했다. 이번에 번역된 장편 ‘D의 콤플렉스’는 지난 2003년 프랑스 3대 문학상 중의 하나인 페미나상을 받았다.

하진의 단편 소설들은 웃음의 미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중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암시한 채 보통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다루면서 통쾌한 웃음과 씁쓸한 웃음을 두루 섞어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다이 시지에의 장편 ‘D의 콤플렉스’도 오늘의 중국 사회에 대한 풍자 정신을 발휘한다.

프랑스에서 프로이트와 라캉 정신분석학을 공부한 중국인 뮈오는 새로운 사상을 무지한 동포들에게 전파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귀국하지만, 동포들은 코웃음친다. 한 노인이 뮈오에게 “팬더가 왜 나무에 몸을 대고 긁어대는거요?”라고 묻자 뮈오는 “프로이트는 팬더가 모성에 대한 욕구 불만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답한다. 노인은 “틀렸소. 팬더는 자신의 불알을 뽑아내려는거요”라고 핀잔을 준다.

그런데 뮈오는 사랑하는 여자 후친이 억울한 죄명으로 수감 중인 것을 알게된다. 그녀를 구출하려면 재판을 맡은 판사에게 숫처녀를 상납하는 것이 유일한 비책이다. 숫처녀 찾기에 나선 뮈오의 돈키호테적 여정을 통해 이 소설은 개방 이후 신구(新舊) 문화가 충돌한 가운데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중국 사회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풍자한다.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