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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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느 날부턴가 사람이 싫어졌다고 했다. 그것은 인간이 수치스럽고 쪽팔려 서란다. 홀로코스트, 십자군 전쟁, 몽골군의 바그다드 함락, 난장 대학살, 상대성원리와 게놈의 비밀을 이해하려는 호모사피엔스가 어느 날 무모하고 어리석어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인간 대신 책을 선택했고 몇 년 동안 미친 듯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저자의 사춘기적 이야기다. 그리고 그맘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거창한 역사적 사건을 가지고 무모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하진 못했지만, 비슷한 나이에 인간이 시시해서 책을 붙들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어쨌든 이 책은 그렇게 읽어나간 저자의 책과 사유의 기록이다. 쉽게 말하면 서평집 같은 거다. 하지만 알다시피 저자 김대식은 전문 서평가가 아니라 뇌과학자다. 뭐 뇌과학자라고 해서 서평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저자의 서평 쓰기가 좀 남다르긴 하다. 보통 그렇게 책에 대한 책을 쓰는 작가들은 한 권의 책을 집중 분석하고 자신의 감상이나 사유를 쓰는데 반해 이 책은 어느 생각 깊은 철학자의 단편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평소  두 권 정도의 책을 같이 읽는 경우가 많은데 마침 이 책과 함께 읽었던 책이 활자가 좀 빽빽한 책이었다. 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3백 쪽이 넘어 두 권을 같이 읽어주려면 눈 꽤나 아프겠군 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쪽수만 많지 의외로 여백이 많아 읽는데 부담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겹쳐서 읽게 되는 경우 좋긴 하지만 이 책 자체로 놓고 볼 때 뭐 이렇게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게 종이 낭비가 심해 보인다. 요즘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본다'라는 개념에 맞게 활자보단 여러 가지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 걸 좋아하는 독자도 있긴 하겠지만 나는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활자 활용도가 많은 책이 좋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지는 못했다.

게다가 김대식하면 우리나라 지식계 아이돌은 아닐까? 뭐라고 부르던 그가 엄청 똑똑한 사람이란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니 외국어는 얼마나 잘 알겠는가? 사실 나는 지금까지 알아주는 작가의 서평집 서 너 권은 읽어보긴 했는데 이렇게 미출간된 책까지 섭렵하고 쓰는 사람은 김대식이 처음은 아닐까 한다.

물론 뭔가에 대해 말하는 것에 있어서 출간된 책이면 어떻고 미출간된 책이면 어떻겠는가? 그런데 나도 한국 사람이긴 한가 보다. 우리나라 사람들 지식에 대한 열등감이 그렇게도 많다는데 외국어 하면 거의 까막눈 수준이면서 저자가 미출간된 책 가지고 논하고 있으니 뭔가 모를 넘사벽 같은 위화감이 확 느껴진다. 차라리 열등감이면 나았을까? 설령 그 책이 번역되어 나와 있어도 내가 사 볼 확률은 그리 높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이미 번역된 책 가지고 얘기하는 것과 이렇게 번역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언제 번역될 거라는 기약도 없는 책 가지고 논하고 있으니 작가와 독자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이 전문 서적이라면 또 그럴 수도 있다고 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누가 봐도 대중서로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런 책에 미출간이 웬 말이냐!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런 거 가지고 선동할 나는 아니지만 글쎄... 전반적으로 보면 조금 달라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감동하리만큼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질문'은 필요해 보인다. 남들 하니까 나도 하고, 남들 사는 것만큼 나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못 벗어난 우리들이기에 '어떻게'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왜'라는 존재적 질문에는 취약해 보인다. 그래서 우린 또 너무나 쉽게 허무주의로 빠져들기도 하지 않는가. 그런 우리들에게 다소 도전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명인이 썼다고 해서 무조건 감동할 준비부터 하고 읽기 시작한다면, 뭐 사람마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생각 보다 별로네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한 번쯤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도로 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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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3-27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속담에 모난 돌 정맞는다는 말이 괜히 생겼겠습니까요..
뭔가 달라 보이면 처막을 각오해야하는 ..
그래서 남들과 비슷하게...
평범하게 하는 말에는 상당히 폭력이 숨어 있는건 아닐까 싶더군요..
남들하고 다르게 보이면 맞을 수 있다라는 압박..

혹시나 다르게 보이면 이세끼 필시 역모를 꾸밀지도 몰라 라는....

당연히 모두 다른데 읽는 사람도 사람에 따라 다른 것도 나쁘지 않는 정도라는
마지막 문장에 느낌표 딱 박히네요~~~~~

stella.K 2017-03-27 18: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런데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 정치를 보는 시각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편파적이고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지면 역적으로 몰고,
정치로 분노하고 한을 풀을려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좀 너무 한다
싶기도 하더구요. 물론 뭐 따지고 들면 한도 없고 끝도 없는 거지만.
이쪽이나 저쪽이나 왜 내 말만 옳고 남의 말은 조금도 듣지 않으려고 하는지.

암튼 이 책은 김대식 팬이라면 좋아할 것도 같은데
저는 좀 그랬습니다.ㅋ

cyrus 2017-03-3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100자평 봤어요. 저자가 국내 미번역한 책 몇 권 소개했다고 불평을 하는 독자도 있던데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저자가 소개한 책들을 다 읽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예요. 저자가 읽었던 책을 알고 싶어서, 또는 그 책들을 읽으려고 저자의 책을 골랐다면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stella.K 2017-03-31 18:0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니까. 거 참 묘해.
근데 난 이 책 기대를 너무 많이해서 그런가?
생각 보단 좀 별로였어. 여백이 너무 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