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꼼짝하기 싫어 ‘안락의자 탐험가!’

흥미진진 탐험기 5

▲ 생각의 나무 제공
탐정소설을 보면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족속이 나온다. 바바리에 중절모를 눌러쓰고 음침한 뒷골목을 누비며 사건을 해결하는 ‘행동파 탐정’과는 달리 하루 종일 안락의자에 편히 앉아 몇 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사건의 전말과 범인의 정체를 ‘짜잔~’하고 알아내는 사람들이다. 그와 비슷하게 ‘안락의자 탐험가’라는 족속도 있는데, 이는 굳이 직접 모험을 하진 않더라도 책을 통해 세계 곳곳의 경이를 체험하는 사람들이다. 남들 눈에는 게으름뱅이지만, 그래도 스스로 생각하기엔 ‘실속파’라고 할까?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고 땀나는 여름에는 우선 시원한 극(極)지방으로 가보자. ‘인듀어런스’(캐롤라인 알렉산더 지음, 뜨인돌)는 유명한 섀클턴의 남극 탐험에 동반했던 사진작가 프랭크 헐리가 목숨을 걸고 찍은 장엄한 흑백사진들이 시종일관 눈을 사로잡는 책이다. 빙산에 갇혀 꼼짝 못하는 인듀어런스 호(號)의 모습이나, 이후 2년여에 걸친 표류 생활의 처절한 정경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특히 섀클턴이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험한 바다와 높은 산을 지나서 사우스조지아 섬의 포경기지에 도착하는 장면을 읽을 때면 한여름에도 머리가 쭈뼛쭈뼛 곤두서는 감동이 느껴진다. 한 권쯤 갖고 있다가 가끔 삶이 재미 없어진다고 느낄 때마다 펼쳐볼 만한 ‘실용서’이기도 하다.

정말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모험담을 하나 소개하자. 필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글을 쓰는 작가 중 하나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캐나다 생태학자의 ‘울지 않는 늑대’(팔리 모왓 지음, 돌베개)는 그가 젊은 시절 북극에서 수행한 늑대 생태 조사에 관한 이야기다.

살벌해 보이는 늑대 얼굴이 박힌 표지만 보면 “이거 또 무슨 처절한 이야기냐” 싶은데, 막상 책을 펼쳐 들면 연신 키득거릴 수밖에 없는 유쾌한 소동이 펼쳐지면서 자연의 경이로움과 늑대라는 종(種)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 주는 놀라운 책이다.


이번에는 좀 따뜻한 곳으로 가보자. 어쩌면 ‘모험’이라기보다는 ‘여행’ 쪽에 더 어울리는 책인지도 모르지만, 휴가철을 맞아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책이 ‘나를 부르는 숲’(빌 브라이슨 지음, 동아일보사)이다.

전체 길이가 3360㎞에 이르는 등산로인 미국 동부의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주파하겠다며 나선 저자와 말썽쟁이 친구가 겪는 소동이 쉴 새 없는 웃음과 감동,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이를 느끼게 한다.




자연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인간의 노력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데르수 우잘라’(블라디미르 클라우디에비치 아르세니에프 지음, 갈라파고스)를 추천하고 싶다. 러시아 연해주의 숲을 누비는 사냥꾼의 이야기를 통해 험난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논픽션이다.

사실 이 작품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만든 영화로 더욱 유명한데, 원작과 영화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봐도 상관 없다. 어차피 원작을 먼저 읽은 사람은 당연히 영화를 보게 마련일 테고, 영화를 먼저 본 사람은 원작이 궁금해서 분명 찾아 읽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이렇게 많은 책을 언제 다 읽느냐고 투덜거릴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준비한 책은 지구 최강의 모험담을 막강한 사진과 함께 한 권에 집대성한 종합선물인 ‘퀘스트’(크리스 보닝턴 지음, 생각의나무)다. 산과 바다, 강과 동굴 등 세계 곳곳의 오지와 극한지대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갖가지 도전과 성취를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내용 못지않게 장정 역시 예술이어서 표지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싫증나지 않을 정도다.




박중서 출판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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