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짜 축구다 - 끝나지 않은 축구전쟁의 역사
SHO'w 지음 / 살림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공은 둥글다'고 말한 사람은 옛 서독의 축구 감독 제프 헤르베르거였다고 한다. 그후 이 지극히 당연한 말이 축구에 관해 언급하는 가장 흔한 표현이 되었고, 한국의 축구 아나운서와 해설가들 입에 가장 흔하게 오르내리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이 둥근 축구공 하나가 무엇이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애간장을 태우고, 이 둥근공 하나를 골문에 밀어넣고, 못 밀어넣고에 따라 그처럼 희비가 엇갈리고, 천국과 지옥을 몇번씩 왔다갔다 하는 것일까? 

지난 우리나라 대표팀과 스위스 전은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 이것 때문에 경기종료 휘슬이 불리자 이천수는 땅바닥에 주저 앉아 울었고, 우리도 울어야 했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이제 더 이상 12번째 선수라고 하는 붉은 악마의 함성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고, 16강에만이라도 진출해서 여전히 우리를 흥분시켜 줘야할 대표팀을 더 이상 독일의 그리운드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 안타까움을 위로하듯 읽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펼쳐든 순간 축구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술술 쏟아진다. 읽는 내내, "어머나, 이런 일이 있었다니..."하며 자꾸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축구만큼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스포츠가 또 있을까? 될듯 될듯하면서도 안 되는 천금 같은 골을 기어이 골대 안으로 집어 넣었을 때의 그 기쁨과 감격이 좋아 누구는 축구를 좋아할지 모르지만, 나의 경우 그 마음 졸이는 안타까움이 싫어 지난 2002년 우리나라에서 치뤄진 월드컵도 처음부터 보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축구는 각 나라의 역사와 함께 했고, 그 나라의 이미지를 살리기도 했고, 죽이기도 했다. 이 책은 바로 축구가 그 나라에서 어떻게 토착화 했으며,  어떻게 그 나라의 역사와 함께하고, 발전해 가는지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그라운드에서 두 팀이 그냥 무조건 공을 따라가고, 넘겨 주고, 골대로 밀어 넣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나라마다 축구공을 모는 스타일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고, 기술이 다르다니 말이다. 또한 축구가 한 나라를 위로 하기도 한다.

아르헨티나의 대표팀 같은 경우 2002 한일 월드컵에 국비 지원을 받을 수가 없어 자비로 원정에 나섬으로 헝그리 정신을 보여 주기도 했고, 그러면서 그들은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건 비단 아르헨티나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얼마전 신문을 보니 16강에 진출한 가나는 돌아가 학교와 병원을 짓겠다고 했고, 우리와 한차례 경기를 가졌던 토고의 선수도 저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2002년도에 그처럼 우리를 흥분케 했던 것은, 경기침체로 웃을 일 없었던 우리에게 태극전사들의 승전보는 희망을 줬고, 우리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그러니 조그만 공 하나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느니만큼 월드컵의 명암도 뚜렷해, 지는 경기를 하는 경우 훌리건들의 난동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선수들이 욕을 먹는 것은 차라리 약과다. 잘못해서 선수들이 암살을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축구가 반드시 사람들에게 희망만을 주지는 않는다.

이 책의 미덕은 이미 말한바있지만, 축구가 그 나라의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으며 발전해 가는가를 개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새롭게 안 사실은, 훌리건이 잉글랜드에서부터 나왔는데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역사적 배경이 흥미로 왔고, 초기 축구는 공이 아니라 덴마크 왕자의 잘려나간 머리통으로 차기 시작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또한 각 나라 월드컵 대표팀의 선수와 감독의 면면을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해줬다. 특히 히딩크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네덜란드의 토털풋볼을 구사하기 시작하고 있는데, 축구 감독들의 리더십이나 전술이란 어떠한 것일까 궁금해졌다. 이쉽게도 이 책에서는 그다지 많이 할애 하지는 못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예전엔 우리나라팀과의 경기만 주로 보았던 나의 시야의 좁음이 다소는 넓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는 어떻게 싸우는가 지켜 볼 마음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월드컵의 상업성, FIFA의 관료주의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그것은 명실공히 세계인의 축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바라기는 세계가 너무 월드컵에만 치중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책도 보면 월드컵을 겨냥해 나왔고, 내용도 거진 98% 이상이 각 나라 대표팀들이 월드컵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가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니 횟수를 거듭할수록 월드컵이 도도해지는 수 밖에. 좋은 경기란 게 꼭 월드컵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니면 제목을 월드컵에 맞추던가 했어야 하지 않을까?

축구를 하나의 스포츠로 즐길 줄 알아야 그 스포츠가 건강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하나에 치중해서 거기에 온 사활을 다 걸고 안되면 허탈해 하는 것은 건강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즐길 때 확끈하게 즐기고, 졌을 때 태극전사들에게 애정어린 박수를 보내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는 것이 정말 좋아 보였다.

우리는 분명 승리에 목마르다. 우리팀은 아쉽게도 이번 월드컵에서 별로 빛을 바라지 못했지만 2010년 월드컵에서는 다시 한번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 앞으로 4년을 어떻게 기다린담? 그 4년 동안 다른 경기에도 관심을 가져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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