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지금까지 세 번 정도 영화화 된 것 같다. TV 시리즈로도 만들어지고일단 소피 마르소가 안나 역을 맡은 버전을 뒤늦게 챙겨 봤다. 이것도 순전히 박웅현 때문이다. 물론 그는 영화로 만들어진 안나 카레니니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의 책에서 이 작품을 다루었고, 그의 말의 향연에 굴복해 영화라도 먼저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물론  중학 시절 책을 사긴 했다하지만 두께에 압도 돼 결국 읽다가 포기했다.

 

영화가 생각 보다 그다지 감동스럽지는 않다. 박웅현은 가정을 이룬 사람이나 가정을 이룰 사람이 꼭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글쎄내가 볼 땐 이 작품은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봐야할 작품은 아닌가 생각한다. 솔직히 대문호인 톨스토이를 비판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원작을 읽지 않고 영화만 보고 깐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싶기도 하겠지만, 여기에서는 캐릭터에만 집중해서 보고, 작품 전체에 대한 느낌은 언제고 원작을 보고 다시 하는 걸로 하자.

 

언제나 그렇지만, 영화고 (동화를 포함한)소설이고 지간에 왜 미남과 미녀만이 사랑의 역사를 쓰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하거나 못 생긴 사람은 이야기 축에 끼지도 못하던가 끼어도 들러리다. 물론 이게 이야기의 법칙 중 하나긴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역시 또 한 번 나의 잠자고 있던 불만이 일깨워지는 느낌이었다.  

                     

 

또한 영화가 너무 연극적이다. 물론 당연한 것이고 19세기만 하더라도 낭만적인 사랑을 했을 것이다. 사랑이 전부인 것만 같고, 그 시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로미오처럼 구애를 하고사랑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가진 그 무엇이라도 다 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글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세기가 달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 시대의 사랑을 보면 오글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또 그러니만큼 아무도 19세기적 사랑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이런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거나, 그 시대엔 그렇게 사랑을 했구나 하며 신기해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난 모르긴 해도 톨스토이 할배가 여자를 잘 알고 작품을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남자로써 여자를 그만큼 묘사한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시대 여자들이 뭐 그리 대단한 대우를 받고 인권을 위해 투쟁을 했겠는가. 그저 남자의 꼭두각시. 들러리 정도밖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엄밀히 말해 안나는 겉모양만 아름다울 뿐이지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결혼은 해야 하니까 했을 뿐이고, 아이는 생기니까 낳았을 뿐이며, 부잣집 귀부인이니까 그렇게 살았고, 사랑을 단호히 거부하거나 쟁취하려고도 않았다. 그저 웬 알지도 못한 장교 청년이 사랑한다니까 거부하는 척 하다가 마음을 홀랑 드러내 줬고 집에서 나가자고 하니 그러겠다고 할뿐이다. 남편은 차치하고라도 아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선택한 사랑인데. 자식을 두고 집을 나와야 했다면 그 자식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사랑하고 살아야 했던 것 아닌가. 물론 아들에게 다 이해받을 수는 없겠지만, 엄마도 엄마의 인생과 사랑이 있었노라고 말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난 솔직히 톨스토이가 안나를 그렇게 밖에 그리지 못한 것에 좀 화가 나기도 했다. 어쩌면 여자가 그리도 덜 여물고 멍청할까. 사랑은 선물이 아니라 선택이다. 그 나머지도 책임져야하고 감내해야 할 것들은 감내해야 한다. 사랑을 해줬더니 아들이 보고 싶다고 징징거린다. 결혼한 여자를 사랑한 것은 어떻게 책임진다고 해도 아들이 보고 싶다고 징징거리는 여자는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나중엔 아편에 중독되고 자실까지 한다. 솔직히 이런 여자를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톨스토이의 의도가 읽혀지기도 하는데, 아마 톨스토이뿐만 모든 소설가가 거의 다 그럴 거라고 보는데 주인공을 어떻게 불행에 빠트릴 것인가. 될 수 있으면 처절하게 불행에 빠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희극일 때 보다 비극일 때 더 여운이 오래남고 기억되는 것이고 보면 얼마나 잘 주인공을 불행에 잘 빠트리느냐에 따라 소설가의 능력은 입증될 수 있는 것이다. 보라. 안나를 사랑했던 장교도 그렇고, 안나의 남편도 그렇고. 얼마나 이성적이고 담담한가. 오직 안나 혼자만의 선택이고 괴로움인 것처럼 하다 죽음조차 막지 못해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가.

 

하지만 톨스토이는 안나를 그렇게 그리는 것이 논란의 여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모르긴 해도 톨스토이가 21세기를 산다면 안나 카레니나는 다른 캐릭터가 되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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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2-09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피마르소의 미모대비 작품자체는
그저 그랬습니다 저도ㅎ
키이라나이틀리 주연의 안나까레리나가
궁금해집니다^^;

stella.K 2016-12-09 19:56   좋아요 0 | URL
올레 tv 평점에서 지금까지 젤 높은 건 비비안 리가
나온 영화더군요.
암튼 비교하며 보는 것도 좋긴한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러닝 타임도 생각 보다 길지 않더군요.
꼭 긴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렇게 평범한 걸 보면 충분히 표현을 못한 걸까 아니면
역시 원작을 못 뛰어넘는구나 싶기도 해요.^^

cyrus 2016-12-0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 소피 마르소의 모습이 있는 포스터가 붙여져 있어요.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저 포스터를 흘깃 쳐다보면 야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는 저 영화가 뭔지 몰랐고, 야하게 생긴 여자가 소피 마르소라는 것도 몰랐어요. ㅎㅎㅎ

stella.K 2016-12-10 13:2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좀 야하긴 하지. 근데 저 장면만 야해.
얼마나 건전한 영환데. 등급이 15세잖아.
트로이카가 있었잖아.
소피 마르소, 부룩 쉴즈. 피비 케이츠.
소피 마르소는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 같더군.
책받침 배우였짢아.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