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문을 보니 종로서적에 이어 태평서적도 문을 닫았다는 기사가 났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중대형서점이 문을 닫는 이유로는 서점의 기업화와 온라인 서점의 등장을 들고 있는데, 그 말이 일견 어느만큼의 타당성을 지녔을런지 몰라도, 그 서점이 가지고 있는 경영상의 문제나 서비스의 질의 문제도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사실 큰 서점이 가지고 있는 장점도 많이 있기는 하다. 우선 책의 종류가 많고 책이 가지런히 꽃혀 있어서  뽑아 보기가 쉽고 선택의 폭이 넓다. 하지만 그런 서점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책은 언제나 서서 볼 수 밖에 없고, 설혹 앉을 의자가 있다고 해도 귀퉁이에 띄엄 띄엄 있다.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친절하긴 하지만 왠지 기계적이고 계산된 듯한 느낌이 든다.

미국의 서점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 나라도 국민들이 책 안 읽기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가 보다.  어느 서점에서는 경영난을 해소해 보고자 편안한 소파를 들여놓고, 언제든지 커피를 따라 마실 수 있도록 해 놨다고 한다. 그랬더니 손님들이 서점을 내 집처럼 편하게 드나들고 매출신장에도 도움이 됐다는 보도를 아주 오래 전에 접한 적이 있었다. 이런 보도는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귀담이 들을만도 한데, 우리나라 서점은 별반 달라질 줄 모른다.

나는 오래 전 동네서점에 대한 추억이 있다.  그러나 중학교 들어갈  무렵부터 드나들기 시작한 그 서점에 주인 아저씨는 퉁퉁하고 인정 많은 아저씨였다.  나에게 가끔 농담도 걸어주고  가끔 술판을 벌이시면 내가 결코 안 마실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에게 "한잔 하지."라고 권해 주시기도 했다.

아저씬 당시 '한비자'의 매력에 빠져 계셨고 가끔 그 얘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그러면서도 인생이 재미없다고 흘려버리 듯 말하곤 했는데, 지금이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오히려 내가 위로를 해드려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어린 착각에도 빠지곤 했다.

지금은 책에 겉포장을 입히는 경우는 없어졌지만, 그 시절엔 어느 서점이건 겉에 포장지로 옷을 입혀 읽는 동안 깨끗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를 잊지 읺았다.  말하자면 나는, 그 아저씨가 책을 싸 주시는 동안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짧게 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학에 다니던 어느 날 모처럼 그 단골 서점에 나갔더니, 서점 안이 온통 난장판인 채 분주하게 뭔가를 싸고 옮기고 실어나르고 하는 것이다.  나는 무조건 들어가 그곳 일하는 아저씨에게, "이 서점 문 닫아요?" 했더니 아니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이어도 아니라고 말하는 게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의 불문율 같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그 후 난 그 아저씨를 더 이상 뵙지 못했다. 중학교 들어가던 그 해부터 대학 1,2학년 정도까지 단골로 다녔으니 꽤 다닌 셈이지.   그때 난 그 아저씨게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한 시절을 보내버린 것이다.

 그런 동네 서점의 특징은, 책들을 천정 높이까지 쌓아 놓고, 손님들이  무슨 책인가를 찾으면 사다리를 놓고도 귀신 같이 찾아 준다는 것이다.  그건 정말 이색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은 어느 서점엘 가도 그런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헌책방 같은 델 가면 모를까).  어쨌거나 서점도 그런 옛정이 묻어나는 모습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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