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 산다는 것 낭만픽션 4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뭣도 모르던 시절, 나는 일본문학을 백치미 같다고 한 적이 있다. 뭔가 있어보이긴 하는데 영혼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때는 지금같이 일본문학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기 전이었고, 또 어찌보면 바로 그때가 활발히 번역되기 시작한 때였는지도 모르겠다. 하루키 정도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만일 마쓰모토 세이초를 그때 알았더라면 나는 그런 백치미적 발언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늘 예술가의 삶을 염탐하기 좋아하는 나로선 이책이 처음 나왔을 때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난 이게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를 에세이 형식으로 푼 그런 책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일본의 예술가의 삶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며, 그것도 현대가 아닌 헤이안 시대나 에도 시대 같이 옛 시대의 예술인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작가의 저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각 예술인들의 작품의 아름다움이나 자신들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설명하거나 표현하는 건 애저녁에 없다. 순전히 예술과 권력 사이에서 고뇌하는 예술인을 그렸다.

첫 장을 피면 운케이라는 대략 1200년대를 살다간 불상 조각가를 만날 수가 있는데, 예술가의 삶을 다룬건지 아니면 무슨 야쿠자 조직을 다룬 건지 조금은 당황스럽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나라 문학의 도제 시스템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런 것을 보면 이 도제의 역사와 뿌리는 상당히 깊은 것이겠구나 하며, 더불어 우리가 아무리 지금의 문학의 도제 시스템을 비판해도 이건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일말의 걱정 어린 전망도 짚어보게 된다. 

무엇보다 난 이 책을 통해 예술과 권력의 관계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예술과 권력은 하등의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 그 둘은 너무나 밀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은 지극히 개인적일 것 같지만 권력을 갖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권력은 정적을 제거해야 유지 발전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최고의 예술만을 추구하겠다는 순수한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은 언젠가 이인자에 의해 제거될 가능성이 높다(그것은 영화 <해어화>나 <아마데우스>를 보면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최고라고 알고 있는 예술품들은 당대 일류가 되지 못한 것이거나 최고의 아류일 가능성 높다는 것이다. 우린 그걸 최고의 작품이라고 좋아라 하는 지도 모르고.

그러므로 예술은 순수하고 고독하다...? 뭐 이런 건 고흐 같은 예술가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고, 사실 알고 보면 예술은 일류를 제거한 서슬 시퍼런 칼 끝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일본의 예술은 무사정신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 것으로 보아 그들은 예술과 무사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비해 우리나라는 문만을 숭상할 줄 알았지 무는 그 보다 못한 것이며, 예술은 더 없이 천한 것으로 여겨오지 않았던가?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예술이 일본의 그것보다 한참 늦은 것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사대정신만 죽자고 계승 발전시켜 오지 않았는가. 이 사대정신의 유령은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고.

문득, 우리나라 예술가들에게도 이 무사정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랬다면 늙은 예술인가고, 젊은 예술인이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발정난 개마냥 미처돌아가지는 않았을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사정신을 지녔다면 실오라기 하나 흐트러트리지 않았겠지. 늘 절도와 절제를 몸에 익히지 않았을까? 그들이 뿜어내는 예술이란 어땠을지 감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특히 활복의 정신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정신이기도 하다. 그것을 여지없이 보여줬던 건 다두였던 센 리큐였고.

작가 역시 무사다운 문장의 절도와 절제미가 한껏 느껴진다. 어떻게 당대 예술인 10인방을 한 사람 당 5 내지 6장에 할애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연작으로 엮을 수 있는지 과연 대가다운 경지란 생각이 든다. 나는 한동안 이 작가에게 매료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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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31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제방식도 단점이 많겠지만 장점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좋은 스승을 인연이 닿아 만나고 청출어람할 수 있다면야..더없이 좋겠죠....

stella.K 2016-10-31 15:20   좋아요 1 | URL
그렇죠. 옛날엔 변변한 서당도 없었던 시절이니
도제외엔 어디서 전문지식을 쌓겠습니까?
그런데 그것이 오늘 날엔 변질이 되서 문제 아니겠습니까?ㄷㄷㄷ

cyrus 2016-10-31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건 무사 정신보다는 선비 정신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사나 선비나 둘 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사회 변화를 쉽게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stella.K 2016-11-01 10:53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 맞는 것 같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