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가르친다, 逆轉의 리더십

전략의 본질
노나카 이쿠지로 외 5인 지음 | 임해성 옮김 | 비즈니스맵 | 493쪽 | 1만9500원

“전쟁의 세계에는 단 두 마디 어휘만 존재한다. 즉 ‘이기느냐, 지느냐’이다.”

백전노장(百戰老將)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이다. 국가 간의 전쟁은 첨단기술력의 싸움이자 동시에 국가 지도자 리더십의 시험대다. 또한 군사 엘리트들의 피 튀기는 전략 대결의 장이기도 하다.

일본의 군사 전문가 6인이 공동 저술한 이 책은 리더십의 본질을 드러내는 가장 적합한 경우를 군사 조직과 전쟁으로 본다. 특히 불리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이를 뒤집는 역전(逆轉)을 가능케 하는, 전략적 안목을 가진 리더의 ‘실천적’ 자질에 관심이 많다. 이 책은 그걸 세세한 역사적 사실을 들어 제시하고 있다. 이억수 전 공군참모총장의 말대로 “불리한 상황 아래서 정확한 현실 인식에 근거하여 마침내 승리를 쟁취한 역사 속의 리더십을 재조명한 책”이다.

가령,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의 일대 결전을 앞두고 처칠은 자신의 비서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는 히틀러에게 영국을 공격토록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가 가진 하늘의 무기를 꺾어버리는 것이다.” 처칠은 절정기에 있는 독일의 기세를 역이용하여 오히려 ‘방공전(防空戰)’이라는 방어전을 도모해 궁극적인 승리를 얻고자 했다. 영국은 공격 측이 보유한 주도권, 즉 스피디한 작전에 따른 적의 시간적 유리함을 레이더로 상쇄시켰다. 다른 한편 항속 거리의 한계에서 발생하는 적의 시간적 불리함, 즉 체공 시간의 불리함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또 런던 같은 도시보다 레이더기지, 비행장 등의 지상시설을 우선적으로 적의 폭격으로부터 보호했다. 흥미롭게 따라 읽다 보면 처칠이 왜 그렇게 유명한 지를 알게 된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는 카프카스 유전지대를 제압한다는 목표 아래 스탈린그라드 진격을 명령했다. 소련군은 최고사령관 스탈린, 최고사령관 대행 주코프 및 참모총장 바실레프스키 등 3인이 지도했다. 특히 주코프는 소련군이 극히 불리한 상황에서 오히려 대반격을 제안했고 관철시켰다. 수적으로 열세인 병력을 감안, 끊임없이 적의 지근 거리에 우리 군대를 배치하는 전법을 개발했고 이를 위해 3개 반 구성의 소부대 편성을 도입했다.

이런 식으로 1930년대 중국의 국민당군(軍)에 의한 토벌전에 대항했던 모택동의 반(反)포위토벌전, 북한군에 의한 한국 침략에 대항하여 미군이 인천상륙으로 전세를 전환시킨 한국전쟁, 불리한 중동 정세를 유동화하기 위해 열세의 이집트가 이스라엘에 과감히 도전한 제4차 중동전쟁, ‘소국(小國)’ 북베트남이 민족해방의 기치를 내걸고 강대국 미국을 무릎 꿇게 한 베트남 전쟁, 그리고 독일 공군의 영국 본토 공격을 다룬 영국 전투 등 6개 전투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풍부한 자료를 이용하며 압축적 문장으로 당시 상황의 긴박성을 잘 묘사하고 있는 이 책에 대해, 전시도 아닌 평시에 반상(盤上)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프로 바둑기사 이창호는 이렇게 썼다. “전쟁사의 흐름에 대한 흥미 위주의 단순 파악을 뛰어 넘고 있다. 전략이 책상머리에서 짜는 작전계획이 아니라, ‘적(敵)과의 상호작용’임을 박력 있게 서술했다. 작전의 실체와 리더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덩달아 체득하게 된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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