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클라인 지음 | 유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352쪽 | 1만3000원



우연과 필연의 문제는 철학의 고전적 주제다. ‘자유 의지’냐 ‘결정론’이냐는 대표적인 논쟁 거리였다. 실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래방 가요 목록에는 ‘우연’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유행가만 10개가 넘는다. 2000만 명이 넘는 남자(여자) 중 지금 내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이 사람과 살을 섞은 것은 우연인가 아니면 필연이었나.

그런데 바이오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독일 권위지 ‘슈피겔’에서 학술 담당 기자로 활동한 이 책의 저자는 우연이 ‘법칙’이란다. 하긴 2001년에 낸 다른 책의 제목은 ‘행복의 공식’이었다. 자신이 제시한 공식대로만 하면 행복해진다는 그 책은 21개 언어로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뉴턴의 혁명적 발견 이후 서구를 지배해 온 필연과 법칙, 확실성의 세계가 흔들린 건 20세기 물리학 때문이었다. 소립자가 일정한 법칙에 의해 일정한 값을 갖고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양자역학이 밝혀낸 것이다. 게다가 수학자 괴델은 ‘불완전성의 정리’를 통해 수학적 논리 체계로 모든 명제를 증명할 수 있다는 기존의 믿음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찰스 다윈은 자연의 다양성을 우연으로 설명했다. 어떤 생물도, 인간의 어떤 특성도 계획에 따른 것은 없으며, 목표도 의도도 없이 그저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기 때문에 우연히 생겨난 것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 바로 ‘진화’라는 선언이었다.

수많은 우연은 대부분 ‘복잡성’과 ‘자기 연관성’이라는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 지구 생명의 시작서부터 컴퓨터의 개발까지 우연은 ‘창조자’로서 행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연을 뜻하는 영어 ‘chance’를 떠올리면 된다. 우연은 기회이자 행운인 것이다. 때로는 불안과 위험이지만, 우연은 필연이 갖지 못하는 가능성으로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자, 이제 아내(남편)의 얼굴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라. 당신의 가능성이 거기에 있을 테니.

(신용관기자 (블로그)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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