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행복한데 왜 만족하지 못할까?

>>‘유부남 이야기’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우리는 초조함을 입에 물고 삽니다. 대개 심심한 것을 참지 못하다 사고를 치기도 하고요. “내 삶에도 반전과 활기가 필요해”하고 노래를 부르다가 그만 일탈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합니다.

아르헨티나의 젊은 작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가 쓴 ‘유부남 이야기’(histrorias de hombres casados)를 권해드립니다. 왜 멀쩡하던 30대 남자들이 어느 날 자기 목을 옥죄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마는지, 이 책에 그 해답이 담겨 있습니다. 모두 일곱 편의 작품들이 엮였는데 일단 ‘세르비뇨 거리에서’라는 작품부터 읽어보십시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남자는 마누라 대신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러 갔다가 그곳에서 금발 미인인 학부모를 만나 연애를 하게 됩니다. 마침 그때 아내는 다리에 생긴 뾰루지 때문에 병원에 갔다고 하네요. 항상 일은 그렇게 시작되지요. 저자는 “참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행복의 절정에 있으면서도 혹시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며 또 다른 길을 찾아나서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72쪽)는 것입니다.

비르마헤르가 독자를 공략하려고 장만한 무기는 두 가지, 유머와 섹스입니다.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아슬아슬한 삶, 그 정 중앙에 화살을 날립니다. 그것들을, 우연과 반전과 복선에 섞어서 매우 재미 있는 이야기의 틀을 짭니다.

아참, 비르마헤르의 별명이 ‘우디 앨런과 서머싯 몸을 한데 합쳐 놓은’, 혹은 ‘한번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요’라고 합니다.

프랑스 작가 장 폴 뒤부아의 장편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Vous plaisantez, Monsieur Tanner)도 권해드립니다. 일단 너무 재미 있습니다. 이 책은 독신으로 사는 남자가 삼촌으로부터 엄청난 대저택을 유산으로 물려 받는 대목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래 살던 집을 팔아서 만든 돈으로 15년 동안이나 비워있던 그 대저택을 하나씩 수리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자기 손으로 집을 지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모른다고 할 만큼 집에 손을 대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시종일관 익살과 해학을 잃지 않는 저자는 주인공 타네 씨가 기와공, 굴뚝 수리공, 미장공, 도장공, 배관공, 보일러공 등을 차례로 불러들여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산전수전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저자는 결국 우리네 삶이란, 얼굴 생김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것은 결코 슬픈 일도 고통스러운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또 저자는 “우리는 절대로 집을 가질 수 없다. 그 안에 들어와 살 뿐. 즉 생활할 뿐.”(78쪽)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수리를 할 때는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안에 자리 잡은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집이나,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서로에게 은밀하고 조용한 생태계가 되어줄 수 있다’(212쪽)는 것입니다. 황혼기에 접어든 부부처럼요.

아참, 집수리를 하다 보면 리비도가 없어진다고 합니다. 성적 욕망이 깨끗이 사라진다고 하네요. 저자는 ‘집수리의 공사판은 성이라는 것에 설 자리를 주지 않는 이 시대 최후의 보루다.’(87쪽)라고 외칩니다. 경험 있으십니까?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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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네씨는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stella.K 2006-05-1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