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상영관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프랑스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을 때였고, 무엇보다 남세스러운 장면이 많아서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그저 빨리 끝나주기를 바라면서 본 기억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때 교회 청년부 친구들과 본 것 같은데, 거기엔 형제들도 끼어 있었다. 그래서 더 더욱 영화가 빨리 끝나주길 바랐고, 끝나고 뒤풀이에서도 영화 얘기는 많이 못했던 것 같다.

지금 같았으면 어땠을까?

 

 

지금은 카운터 테너란 음역이 있어 거세할 필요는 없게 되었지만 옛날엔 그렇지 않았나 보다. 다시 보기 시작을 하면서 문득 당대의 여성들이 파리넬리의 노래를 듣고 쓰러질 정도라면 우리나라 사극에 내시들을 그렇게 그리는 건 희화됐을 거란 짐작은 충분하다.

 

왕의 승은을 입은 건 좋긴 하지만 왕의 밤은 늘 한정되어 있고 그 외로운 숱한 밤을 왕의 여자들은 어떻게 보냈을까? 정사에는 없으나 야사에는 있을 법한 상상력이 건드려진다. 음양의 법칙에 의해  이성에 끌리도록 되어 있다고는 하나 이성도 이성 나름이고, 취향 나름일 것이다. 거세를 했어도 여성성이 많은 남성이 여성에게 어필되지 않을 거라고 누가 말하겠는가? 그러니 그 옛날 궁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다시보니 이 영화는 한마디로 예술과 에로시티즘의 절묘한 교합이란 생각이 든다. 윤리니 도덕을 따질라치면 결코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고, 18세기 유럽이 지금보다 성적으로 깨끗했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예술은 원래 에로시티즘을 업고 발전해 오지 않았는가. 

 

역시 영화의 압권은 파리넬리가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불렀을 때가 아닌가 한다. 파리넬리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객석의 여자들이 쓰러졌다는 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근데 뭐 여자는 한 장의 편지에도 쓰러지는 위대한 존재가 아니던가. 예전에 레이프 가렛이었나? 클리프 리처드 내한 공연 때였나, 너무 열광한 나머지 속옷을 벗어 휘날렸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데 18세기 여인들이 쓰러지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 그런데 그가 노래를 부를 때 딴청을 했던 여자가 뒤늦게 감동을 받는다는 설정이 어딘가 모르게 작위적이란 느낌도 든다. 파리넬리가 '울게 하소서'를 불렀을 때는 나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파리넬리가 진짜 역사적 인물이었는지 허구인지 의문이 갔다. 그의 형이 마약으로 아픈 동생을 낫게 해 줬다는 것도 왠지 석연찮고, 엔딩 때 파리넬리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동생을 대신하여 임신을 시켜주고 떠나는 장면도 웬지 구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 봤더니 파리넬리는 카를로 브로스키의 예명이고, 실존 인물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엔 카스트라토 양성 학원이 있었다고 한다. 거세된 남성은 보통의 남자 보다 몸이 크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거세된 남성이 카스트라토로 성공하는 건 아니고, 수술의 비위생적 환경 등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교황청에서 패쇄를 명령해 이후 사라졌다고 한다.  

 

영화는 프랑스 영화가 아니라 프랑스, 벨기에 등이 합작한 이탈리아 영화라고 봐야할 것 같다. 감독도 이탈리아 사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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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7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7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9-07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 시절 음악 수업 시간에 많이 틀어주는 영화 : 파리넬리, 아마데우스, 불멸의 연인

중고딩 시절 음악 수업 시간에 파리넬리, 아마데우스 중 한 편이라도 본 사람들 많을 걸요. ^^

stella.K 2016-09-07 17:17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앞의 두 편은 나도 봤는데 불멸의 여인을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안 나네. 봤나? 그거 베토벤 이야기 아냐?ㅋ

cyrus 2016-09-07 18:02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이 세 편 영화를 음악 시간에 다 봤어요. ㅎㅎㅎ

yureka01 2016-09-0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멜로디가 떠 오르네요....^^.

stella.K 2016-09-07 18:40   좋아요 1 | URL
네. 그 노래 슬프기도하고 몽환적이기도 하고,
뭔가 빠져들게 만들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