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ㆍ한승원 '원효'로 격돌

한승원 ’소설 원효’ㆍ이광수 ’원효대사’ 동시 출간

신라시대 고승 원효(元曉)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같은 시기에 출간돼 관심을 끈다.

중진작가 한승원(67) 씨가 3년여의 집필기간을 거쳐 내놓은 ’소설 원효’(비채 펴냄ㆍ전3권)는 원효의 삶과 사상을 새로운 각도로 조명한 작품. 같은 시기에 춘원 이광수의 소설 ’원효대사’(화남출판사ㆍ전2권)가 재출간됐다. 이 소설은 춘원이 1941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춘원의 ’원효대사’는 일제시대 이후 반세기 이상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여러 차례 재출간됐다. 허구를 가미해 소설적 재미를 추구했지만 춘원의 불교적 사유가 녹아있는 역사소설이자 종교소설로서 일반 독자들에게 원효의 이미지를 형성시켜온 ’원조격’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소설 원효’는 ’아제아제바라아제’ ’초의’ 등을 통해 이미 불교소설의 한 경지를 열었던 한씨가 오랜기간 작품구상과 집필과정을 거쳐 완성한 작품이다. 한씨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여러 불교경전은 물론 원효의 저작들과 ’화랑세기’ ’오국사기’ 등 역사서를 두루 공부했다고 밝혔다.

한씨의 ’소설 원효’와 춘원의 ’원효대사’는 전쟁을 놓고 원효가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의 문제에서 입장이 확연하게 갈라진다.

이에 대해 한씨는 “신라의 모든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던 삼국전쟁의 광기어린 분위기 속에서 원효는 중생을 도탄에 빠뜨리는 전쟁을 중단하라고 외쳤다”며 소설에서 원효의 반전사상을 부각시켰다.

그는 “이광수는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연재한 ’원효대사’에서 원효가 신라 젊은이들에게 ’성스러운 전쟁에 기꺼이 몸을 던져라’라고 부르짖게 했다”며 “춘원의 ’원효대사’는 식민지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에 기꺼이 참여하도록 충동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원효의 삶과 사상을 오독(誤讀)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원효대사’의 작품해설을 쓴 국문학자 이병주 동국대 명예교수는 “일제가 춘원에게 ’원효대사’의 집필을 허락한 것은 원효가 승병(僧兵)을 일으켜 나라에 충성한 불요불굴의 정신을 비상체제하의 한인(韓人)에게 알려 이른바 ’국가총동원’의 선정성을 노린 것이었다”면서도 “이광수는 이를 역이용해 한민족의 민족정기를 불러일으키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았다”고 집필배경을 설명했다.

시인 김준태 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이광수가 문학적으로 원숙기에 접어들어 쓴 이 소설은 그가 작가로서 야심을 저버리지 않고 창작에 전력투구했다는 것을 엿보게 한다”면서 “소설 ’원효대사’의 한계는 주인공 ’원효의 한계’가 아니라 일제 강점기를 살다간 춘원 이광수의 한계였다”고 해설했다.

’원효대사’의 재출간 문제를 놓고 화남출판사의 이승철(시인) 편집주간과 한승원 씨 사이에 e-메일 논쟁도 오갔다. 한씨가 “원효의 사상을 오독한 것”이라며 이광수의 소설을 비판한 것에 대해 이승철 주간은 “어떤 이유로도 출판의 자유는 침해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원효의 사상은 여러 작가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원효대사’의 재출간에는 불교 승려출신인 화남출판사 방남수(시인ㆍ48) 대표의 의지도 작용했다. 그는 이광수의 ’원효대사’에 자주 나오는 어려운 불교용어와 한자들을 독자들이 소화하는데 어렵다고 여겨 주석을 붙인 책을 새롭게 출간하겠다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세웠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재출간본은 서지학자 김영복 등이 참여해 원전 수록 한자에 대해 꼼꼼하게 주석을 달았다. 시인 김준태, 국문학자 이병주 씨의 작품해설도 곁들였다.

원효에 대한 다른 시각이 담겨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을 비교하며 읽는 것도 독자들에게 새로운 흥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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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2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효라 아주 흥미로운 소재예요.

stella.K 2006-04-27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해요.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간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