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잠시도 쉬지 않는 화학공장"

다이앤 애커먼 ’뇌의 문화지도’ 출간

사람들은 예술 작품 앞에서 작가와 자신을 괴롭힌다. 놀랍고, 아름답고, 뭔가 있어보이지만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냐”라며 작가에게, 감독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냥 즐겁게 받아들여도 되는 일이지만 인간의 좌뇌는 반드시 뭔가 의미가 있어야한다며 고집스럽게 “왜?”라고 묻기 때문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스완네 집 쪽으로’ 편에서 겨울날 어머니가 건넨 마들렌느 과자를 차에 적셔 맛보는 순간, 어릴 때 마들렌느를 먹던 숙모 집과 그 주변의 분위기, 촉감, 소리의 폭포 속으로 이동했다고 썼다.

뇌의 생성과 진화를 살펴본 책 ’뇌의 문화지도’(작가정신 펴냄)에서 저자 다이앤 애커먼은 뇌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느낌과 생각과 욕망들이 개울처럼 흐르는 꿈의 공장이자 주름진 옷장, 공모양의 뼈 속에 들어있는 작은 폭군”이라고 부른다.

“잘 잊혀지지 않는 노랫가락이 머무는 곳도, 갈망이 계속 옆구리를 찔러대는 곳도 그 곳이다. 뇌는 잠시도 쉬지 않고 분주하게 대화를 나누는 복잡한 화학공장이다. 뇌는 또 자그마한 번개들이 여기저기서 번쩍이는 공간이다. 뇌는 겨우 몇 초 사이에 실존주의를 생각할 수도 있고 자신의 탄생과 죽음을 생각할 수도 있다.”

천억 개에 달하는 뇌속의 뉴런, 수지상돌기, 축색돌기 등은 작은 접촉점(시냅스)을 통해 악수하듯 의사를 소통해 의식을 만들고 행동을 빚어내는 능력이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적인 그림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것은 ’시계란 딱딱하고 각지다’라고 패턴화하고 있는 우리의 뇌가 녹아내린 시계를 보고 낯설고 당황해 거듭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겐 무려 천 개나 되는 자아가 있다”고 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어린시절부터 유전자의 자극을 받고 탄생하는 자아가 사랑스럽고, 괴상하고, 유치하고, 어른스럽고, 치졸한 여러가지 모습을 띠게 되는 과정도 소개된다.

분노, 스트레스, 아드레날린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뇌가 그것들을 어떻게 누그러뜨리는지, 넘쳐흐르는 감정을 말로 가두고, 잘 떠오르지 않는 기억들을 말로 구슬리는 뇌의 능력도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자아’에서 탈출해 인간을 다시 쓴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뇌 과학자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을 만 하다.

셰익스피어는 ’소문’을 “추측, 질투, 억측이 부는/파이프”라고 묘사했다. ’키스’는 “굶주린 뱀이 얼어붙은 물을 만난 것처럼/위안이 되지 않는 것”이었고, ’리처드 2세’에서 왕은 “시간을 세는 시계”로 변신해서 “내 생각은 하찮고, 한숨과 함께 삐걱거린다”고 탄식했다.

이런 묘사는 “셰익스피어가 소란한 와중에도 정신을 집중할 수 있고 단어와 감각적인 기억을 재빨리 찾아내 이미지로 사용할 수 있는 재능, 신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향해 열려있는 뇌”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베스트셀러 ’감각의 박물관’을 냈던 저자는 이번에도 해박한 과학적 지식과 시인같은 감수성, 깊은 철학적 사유의 세계를 과시하며 독자를 유혹한다.

원제 ’An Alchemy of Mind’. 김승욱 옮김. 476쪽. 2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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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4-2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이름이 예뻐요. ^^

stella.K 2006-04-2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다이앤을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