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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평점 :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좀 놀라운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글쓰기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왔다. 그리고 모르긴 해도 앞으로 꽤 오랫동안 이 분야의 책은 계속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이 분야의 책은 나름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즉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저자 특유의 감각을 가지고 펼쳐 보인다는 것.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분야의 책은 여기까지가 한계는 아닐까 싶었다.
글쓰기의 방법과 기술에 대해선 너나 할 것 없이 가르치는데 정작 아무도 글쓰기 철학에 관해서 말하는 책이 없다. 물론 글쓰기도 작가나 강사가 달라서 고전을 섞어 가며 깊이 있게 가르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예 고전에서 글쓰기의 답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동서를 아우르며 ‘문장사’라고 하는 역사를 꿰뚫기도 한다. 또한 그 범위도 세분화 하면서도 깊고, 넓다(이 책의 목차를 보라). 한마디로 문장사 개론서라고나 할까?
이 책을 읽다보면 문장이란 이토록이나 깊고 넓은데 왜 우리는 문장을 그저 실용적인 것에만 한정지으려 하는 것일까 반성도 하게 된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내가 깨우친 바를 정리하거나 알리려 하지 않고, 소통이란 미명하에 어떻게 하면 튀어 볼까, 어떻게 하면 관심을 받아 볼까로 한정지어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나름 반성도 해 본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문득 지금 우리나라 몇몇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지난 날 있어왔던 우리나라 문학의 카르텔과 문학상의 성토가 오버랩 된다. 우리나라 선조들의 글쓰기를 보는 시야가 이토록이나 넓고 방대한데 우리는 어느새 이렇게 제도의 틀에 갇혀 이 어항 안에서만 놀라고 하고 있는 걸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문장은 사람의 사상을 담는 그릇이다. 문장이 모여 글이 되고, 그것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된다. 누구는 그 한 권의 책으로 입신양명의 길을 열기도 하겠지만, 누구는 자신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도 좌지우지 한다(조선의 문체반정). 오늘 날 문단의 카르텔이 21세기 문체반정은 아닐까를 생각해 보게도 되는 것이다.
저자가 어떻게 글쓰기에 관해 이런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글쓰기는 책 읽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좋고, 나중에 이 책이 제시한 책을 따라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단지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같은 내용이 반복되기도 하는데 그 점만 가뿐하게 뛰어넘을 수만 있다면 이 책은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에 관한 생각과 고민이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