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플렉스의 힘’… 모든 세대 홀렸다

‘왕의 남자’주말에 한국 최고 흥행 영화로 등극
마케팅총괄 정승혜씨 “적은 제작비로 서자 취급당해… 뚝심으로 버텨”

▲ 정승혜 대표
‘왕의 남자’가 5일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명)의 기록을 넘어,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가 된다. 이전 기록을 세웠던 영화의 제작비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총제작비 60억원의 ‘작은 영화’가 이런 기록을 만든 것은,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이기도 하다. 소설가와 방송작가가 새 ‘신화’의 의미를 짚어봤다.

배우를 캐스팅 하면서 가장 듣기 불안한 말은 “시나리오는 좋은데”, 영화 시사 뒤 나오는 평가 중에 가장 애매한 말은 “영화는 좋은데” 이다. 5일 대한민국 영화역사에 흥행신기록 수립이라는 왕관을 쓸 ‘왕의 남자’는 이 두 가지 말을 다 들으며 출발했다.

▲ 영화 '왕의 남자'의 한 장면
배우의 입장에서는 수염 붙이고 한복을 입어야 하는 시대극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에 선뜻 응하기 힘들었을테니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라는 칭찬을 거절의 답으로 사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도무지 영화에 대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감독에 대한 신뢰감으로 ‘올인’한 감우성과 정진영이라는 배우는 영화의 성공요인 중 으뜸이다.

▲ '왕의 남자'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정진영, 강성연, 이준기씨. /연합
‘얼굴 조금 곱상했을 뿐인데’라는 이유로 그를 선택했다손 치더라도 이준기라는 배우의 발견은 또한 이 영화가 10대, 20대에게 어필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왕의 여자’ 녹수를 연기한 강성연을 비롯, 단 몇 장면을 위해 영화에 뛰어든 수많은 배우들의 기여도 빼놓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것 또한 결과론적 회상이다.

사실 ‘왕의 남자’는 “제작비 50억원도 안되는 물건으로 어디다 들이대냐”는 호통에 ‘서자’처럼 주눅이 들어 방황했다. 다른 영화들 눈치 보느라 ‘순제작비 44억원’이라며 면을 세우긴 했지만 사실은 41억 5000만원으로 촬영을 마쳤음을 고백한다. 언제부터 우리 영화가 제작비가 너무 작아도 창피한 일이 되었는지 마음 아팠던 순간이기도 하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영화의 성공의 힘은 컴플렉스, 혹은 뚝심이란 생각이다. 투자사인 시네마 서비스에 무이자로 빌린 23억의 부채를 갚기 위해 “빚은 나의 힘”이라 외쳤던 제작자겸 연출자인 이준익 감독, 창립작품을 내놓기 까지 긴 시간을 견딘 제작사 이글 픽쳐스, 전작 ‘황산벌’로 맺은 살가운 인연 때문에 기다려준 수많은 스탭들 모두 그걸로 버텼다. 이들이 돈 안들이고 가질 수 있는 건 자부심과 뚝심이었고, 그건 이 영화의 진심이 되었고, 그게 또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이 된 것이 아닐까.

역사적 사실에 기반에 두었지만 완벽한 고증이 아니라는 매도 맞아보고, 예쁜 남자에 관한 부정적인 유행을 선도한 데 대한 일각의 불편함도 감수하고, 1000만이 넘는 영화가 갖추지 못한 스케일의 부실함에 변명도 했지만 결국엔 그 모든 것을 극복한 영화라는 자신감이 더 크기에 이 영화에 관련한 사람들은 언제나 솔직하다.

스타에 대한 강박을 뛰어넘고 사이즈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을 이기고 성공한 ‘왕의 남자’는 소박한 진심을 갖고 시작할 수많은 영화들에게 ‘정신적인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 ‘뚝심’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자신감’을 이뤄낸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가치다.

참, ‘실미도’를 누르고 역대흥행 2위가 되는 순간, 이준익 감독은 강우석 감독으로부터 승용차를 선물로 받았다. 본인의 영화 기록을 깨줘서 고맙고(?) 예상하지 못한 이른 시기에 빚을 갚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부담스런 영화에 감독에 대한 신뢰로 돈을 댄 투자자이자 친구로서의 고마움이 가장 클 것이다.

정승혜·영화사아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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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iiilll 2006-03-0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한 스탭들에게 영화사 측에서 약소한 성의라도 보여주었으면 좋겠네요. 헤헤

stella.K 2006-03-06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반가워요 디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