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프리먼의 소설가를 읽는 방법
존 프리먼 지음, 최민우.김사과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이 책을 읽으면 문학 그것도 소설만 국한해서 보더라도우리가 아직도 미처 다 알지 못하는 작가들이 참으로 많구나 하는 것이다. 지난 2, 30년 동안 우리나라 출판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서 출판의 춘추전국 시대를 이루고, 그덕에 우리가 모르는(또는 모를 뻔한) 작가들의 작품을 알게 됐지만 출판도 자본주의의 그것을 피해갈 수 없으니 그들만의 리그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니까 아주 작품성이 뛰어난 작가들의 작품이 아니면 번역되기가 아직도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얘기다.

 

놀라운 건, 우리가 그리도 동경해마지 않는 미국 작가라도 (물론 앞으로 번역될 확률이 가장 높긴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작가가 있더라는 것이다. 그에 대표적인 예가,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다. 들어는 보셨는가? 적어도 난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런데 그가 <인피니트 제스트>란 소설을 무려 천 페이지에 걸쳐 썼는데, 그 소설은 그 이름도 유명한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를 미국의 테니스 학교 캠퍼스를 배경으로 썼다는 것이다. 그냥 작가와 작품명만 들으면 그런가 보다 할 텐데, 이런 설명이 붙으면 엇, 이런 책이 있어서 하며 당장이라도 사고 싶겠지만 번역된 것이 없다. 이렇게 아직도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미국 작가의 작품도 많은데 제 3 세계의 알려지지 않는 작가와 작품은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가 번역되어 알고 있는 제 3세계의 작품은 정말 세발의 피다.

 

그래도 우리가 이 책을 읽는 목적은 그런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어떻게 글을 쓰나'에 있지 않는가? 얼핏 이 책은 작가들의 인터뷰를 모아 논 <작가란 무엇인가?>와 비견된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작가란 무엇인가?> 이전에 이런 책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책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였다. 나도 읽어 본 적이 있는데, 물론 장단점은 있겠지만 이 책 보단 <작가란 무엇인가?>가 조금 더 나아 보이긴 했다. 무엇보다 인터뷰어의 사전 조사와 꼼꼼한 질문에 작가들의 답이 상당히 사실적이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아는만큼'의 법칙은 여기서도 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해 이책은 작가의 인터뷰에 대한 정리 보고 형식이 더 많아 내용의 꼼꼼함을 선호한다면 앞의 책을, 그런 꼼꼼함 보다 정리된 형식을 원한다면 이책이 유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단 이책의 단점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는 작가도 다수 포함하고 있어 그런 작가는 아무래도 가독성이 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책을 선호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물론 그건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를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 때문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난 작가들이 어디서 영감을 얻으며, 그들은 왜 쓰고 싶어하는지를 알고 싶다. 뭐 아무리 글은 엉덩이로 쓰는 거라고 그러고, 무조건 쓰라고 글 쓰기를 가르치는 선생들은 하나 같이 말하지만 사실 그건 좀 한계가 있는 것이고, 작가가 꿈이라면 선배 작가들은 어떤 글을 써 왔으며, 어떻게 쓰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건 당연하고 오히려 그게 글을 쓰는 사람들에겐 더 유익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글을 쓰는 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가를 또 한 번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에 유명한 일화를 남긴 무라카미 하루키는 워낙 많이 다루었으니 여기선 좀 제외하고, 오르한 파묵의 경우를 보자. "...... 아침에 일어나서 일곱시에 책상에 앉아 다섯 시간 동안 글을 써서 소설의 한 페이지를 보탭니다. 두 페이지 반을 쓸 때도 있죠. ...... 제게도 소설을 쓰려면 일상이 평온해야 한다는 말이 옳을 것입니다. 많은 소설가에게 그러하듯 말이죠. 하지만 저는 힘든 시간에 소설을 쓰는 버릇을 들여왔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것이 삶에서 맞닥뜨리는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요.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이 항상 저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490p) 또는 마크Z. 다니엘레프스키란 우리에겐 별로 알려지지 않는 작가는 한 쳅터를 완성하는데 무려 9개월이 걸린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도 매일 다섯 시간을 씨름해 한 장. 많으면 두 장 반을 쓰고, 한 쳅터를 완성시키는데 무려 9개월이 걸린다고 하면. 나는 글 쓰는데 재주가 없다며 구겨버린 원고를 다시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글 쓰기의 대가도 그럴진대 못 쓰겠다고 팽개쳐 버리는 원고의 시간은 상당히 짧을 것이다. 그리고 우린 이런 일화에서도 위로와 용기를 내어야만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난 작가에 관한 모든 것이라면 그런 책은 환영이다. 그래놓고 별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 그건 이 책의 저자가 모르는 작가를 너무 많이 다뤘기 때문이거나, 우리나라 출판 시장이 아직도 넓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 탓일 것이다. 그러니 날 너무 원망하지 말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