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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의 곁 - 가까이 두고 오래 사랑할 도쿄 여행법
고현정 지음 / 꿈의지도 / 2015년 12월
평점 :
고현정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적어도 내가 보는 이 배우는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카메라 발 허세 잡는 배우. 그래서 무조건 그 앞에서 예쁘게만 나오거나, 멋있게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배우. 난 그런 배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고현정에겐 그게 없어 보인다. 배역이 주어지면 거기에 자기를 온전히 던질 줄 안다. 그래서 좋아한다.
얼마 전 이 책과 관련해서 그녀가 TV에 나온 걸 봤다. 순전히 배우에 대한 관심 하나로 보긴 했는데 그다지 많이 감동스러운 건 아니었다. 하긴, 예능 프로를 감동하려고 보나? 그냥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북 콘서트 현장을 스케치한 프론데 그냥 나쁘지 않은 정도.
솔직히 말하면 난 이 책에 대한 기대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단지 내가 요즘 나오는 여행에 관한 책을 거의 읽은 적이 없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일본 도쿄에 관한 책을 냈다니 관심이 간 것뿐이다. 그래서일까 책은 대체로 만족스럽다.
처음엔 역시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에세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그냥 여성 월간지('레이디 00'니 '여성 00'하는 잡지 말이다) 같은 데서 보면 라이프 스타일 섹션이 있는데 그런 콘셉트의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정말 글은 조금이고, 사진만 많다.
그게 이 책의 콘셉트이라면 콘셉트일 것이다. 이 책은 일본 도쿄를 고현정이란 배우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결혼하고 2년 반을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로든 이곳을 한번 찍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선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도쿄의 이곳저곳을 짚었고, 거기서 보거나 산 물건들을 소개하고 그 물건을 만든 사람들과 짧은 인터뷰를 한다. 그렇게 해서 꾸민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그 짧은 글도 어떤 면에선 딱히 눈에 들어와 박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준이 낮다는 것이 아니다. 그냥 바람에 모래가 흩날리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훅하고 모래바람날리고 나면 그제야 아, 이 배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겨우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다. 그제야 겨우 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열심히 소개하는 도쿄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숨겨 놓은 것 같다. 그건 아무래도 자신의 얘기를 너무 많이 하면 늘어질 것 같아서는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그녀의 성향 때문일까? 사진도 누군지 모르지만 꽤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웃을 때 적당히 웃는 경우를 못 본 것 같다. 웃으면 거의 함박웃음을 짓곤 했던 것 같은데 난 그런 그녀를 좋아한다. 요즘엔 TV에서 잘 못 보는 것 같은데 책도 좋지만 자주 나와 행복에 찬 그녀 특유의 함박웃음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