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 - 상상의 힘으로 근대 유럽을 건설한 19세기의 공학 천재
데이비드 하비 지음, 이현주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턴가 나는 집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복부인이 되겠다는 말은 아니고, 인간이 살기 위한 기본 요건, 즉 의.식.주 중에 이 주(住)에 해당하는 건축이 어떻게 발전해 가는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내가 '건축'이란 것에 무지하다는 것을 알게됐고, 건축과 인간과의 관계는 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알고 싶어졌다.

건축과 인간과의 관계를 알려면 즉 인간이 건축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발전시켜 왔는가를 알필요가 있을 것 같고 그에 관련된 평전을 읽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 뽑아 든 것이 이 책이다.

무식함을 자랑하는 것 밖엔 되지 않되는 거겠지만, 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프랑스의 상징인 에펠탑이 이 구스타브 에펠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잊고 있었거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굳이 뉴욕 맨하탄에 있다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그 곳에 가지 않아도 그것이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있는지는 뻔히 알면서도 이것을 만든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새삼스럽게 알게 됐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 온 걸까 쓴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내가 별천지에 살았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좀 변명 같을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새삼스럽게 느낀 건 내가  이렇게 건축물에 무지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건 건축물에 대한 서양의 사고방식과 동양의 사고 방식이 달라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생각해 보라. 뭐든 '동양 최대' 내지는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탑에 대해서는 그리도 생각이 없는걸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탑이 다보탑 정도인데 그것은 저 프랑스의 에펠탑에 비하면 그 높이나 규모면에선 새발의 피도 안되 보인다. 더구나 불교의 융성기와 쇠퇴기를 반복해 오면서 그것은 역사의 유물이 된지 오래다.

차라리 정서상 가까운 건 돌탑이다. 누군가 오며 가며 소원을 비는 마음으로 하나씩 쌓아 올렸다던 이름없는 돌탑이 우리에겐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세상에 누가 한 나라를 상징하고 그 이름에 개인의 이름을 붙이고, 그 탑으로 돈을 벌어 들일 생각을 했겠는가? 탑은 우리에겐 그저 하나의 소원이 이루어지기 바라는 정령(情靈)이 깃든 상징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탑의 진정한 의미는 신화의 상징이고 인간 욕망의 상징은 아닐까? 구약성경을 보면,

여호와께서 인생들의 쌓는 성과 대를 보시려고 강림하셨더라.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이 무리의 한 족속이오, 언어도 하나임으로 이 같이 시작하였으니 이후로는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 수 없으리로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들로 하여금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창세기 11:5~7)

이것은 인간의 오만함을 드러낸 바벨탑 사건을 묘사한 것인데 그만큼 탑엔 인간의 욕망이 함축되어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구스타브 에펠도 자신의 이름을 딴 탑을 세우기까지도 만만치 않은 난항이 있었다. 당대 지식층들은 노골적으로 탑 건설을 반대하기도 했고, 그에 못지 않게 찬성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 탑에 대한 애증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죽했으면 잘 알려진 사실로, 소설가 서머셋 모옴은 에텔탑이 보기가 싫어 그 안에서 식사를 했다고 전해지고 있지 않는가. 그만큼 에펠탑은 프랑스 어딜가도 보일만큼 높이 세워져 있음이 분명한가 보다. 그러니 서머셋 모옴 그 성격에 식사인들 마음 편히 했겠는가?

신은 가장 높은 곳에서 인간을 내려다 보고 있다고 하는데 에펠의 눈도 탑 맨 꼭대기 위에 있었을 것이니 가히 신화적 존재가 아니었을까?

탑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복잡 미묘한가 보다. 사람은 탑에서 긍지와 자부심도 느끼지만 죽음의 욕망도 함께 느껴 에펠탑에서 공중으로 몸을 던짐으로 죽기를 서슴치 않는 자살자도 나왔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지금은 자살방지를 위해 뭔가를 설치해 둔 모양이지만.

책을 읽다가 저자가 바르트의 <신화론>을 잠깐 인용한 것이 눈에 띄어 나 역시도 그 일부를 인용해 본다.

"...에펠은 예술가들의 항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자신의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래의 탑의 모든 쓰임새를 꼼꼼하게 열거하였다. 그것들은 모두 우리가 공학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과학적인 쓰임새들이다. 공기 역학 측정, 물체의 저항에 관한 연구, 전기 통신의 문제들, 기상학적 관측 등등. 이것들은 의심할 바 없이 명백하지만, 탑의 압도적인 신화 옆에선 우습게 보인다. 이미 탑은 그 신화의 인간적인 의미를 세상 도처에 알려준 상태인 것이다. 이는 실용적인 구실이 아무리 과학의 신화에 의해 고상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을 엄밀히 인간적이게 해주는 그 위대한 상상의 기능에 비하면 보잘 것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건축물 하나를 세울 때 무조건 크고, 편하고, 아름답고를 뛰어넘어 이런 신화적 발상도 있어야 폼나는 것이 아닐까?

난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지루했다. 대체로 평이하게 별 어려움 없이 읽히긴 했지만 평전을 대할 때는 그 사람의 남다른 삶을 알고 싶어서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배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읽는 게 용이하지마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책을 고르는데 좀 신중해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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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헬퍼 2006-01-1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펠탑도 도시 미관을 헤친다고 한 때 철거 논쟁이 있었다지요. 혹시 이 책이 지루하게 읽었다는 그 책인가요. 그래도 리뷰를 보니 책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데요.

stella.K 2006-01-1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향 나름이겠죠. 저 개인적으론 그랬다는 것입니다.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주미힌 2006-01-1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 욕망의 탑, 신화적 상상의 탑이라...

2006-01-19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1-1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더라요? 에펠탑이 보기 싫어 안봤다던 문인이 있었죠?

stella.K 2006-01-1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제가 님을 아주 많이 좋아하게될 것 같습니다. 흐흐
물만두님/잘 인 읽으셨군요. 다시 읽으세요. 흥~!

검둥개 2006-01-20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읽고 싶어지는데요. ^^
어떻게 지루했다시면서 일케 읽고 싶게 리뷰를 쓰셨나요? :)

stella.K 2006-01-20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지루하시면 어쩔려고. 그래도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