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인간아 > 1월 6일 - 쉬핑 뉴스 (The Shipping News, 2001)

주연
케빈 스페이시 Kevin Spacey
줄리안 무어 Julianne Moore
조연
주디 덴치 Judi Dench
케이트 블랑쉐 Cate Blanchett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Pete Postlethwaite
리스 이판 Rhys Ifans
고든 핀셋 Gordon Pinsent
단역
스콧 글렌 Scott Glenn
제이슨 베어 Jason Behr
지네타 아네트 Jeanetta Arnette
로리 파인 Larry Pine
로버트 조이 Robert Joy
로만 포드호라 Roman Podhora
다니엘 캐쉬 Daniel Kash
마크 로렌스 Marc Lawrence
Nancy Beatty
R.D. 레이드 R.D. Reid
John MacEachern
연출 부문
라세 할스트롬 Lasse Hallstrom 감독
각본 부문
로버트 넬슨 야곱 Robert Nelson Jacobs 각본
E. 애니 프룰스 E. Annie Proulx 원작
기획 부문
메릴 포스터 Meryl Poster 기획
봅 웨인스타인 Bob Weinstein 기획
하비 웨인스타인 Harvey Weinstein 기획
촬영 부문
올리버 스태플톤 Oliver Stapleton 촬영
제작 부문
스티븐 P. 던 Stephen P. Dunn 제작팀장
미쉘 플랫 Michele Platt 제작팀장
다이아나 포코니 Diana Pokorny 제작부
롭 코원 Rob Cowan 제작
린다 골드스타인 노울톤 Linda Goldstein Knowlton 제작
레슬리 홀러런 Leslie Holleran 제작
어윈 윙클러 Irwin Winkler 제작
음악 부문
크리스토퍼 영 Christopher Young 음악
프로덕션 디자인 부문
데이비드 그롭먼 David Gropman 미술
의상 부문
레니 에리치 칼푸스 Renee Ehrlich Kalfus 의상
편집 부문
앤드류 몬드쉐인 Andrew Mondshein 편집
기타 부문
케리 바든 Kerry Barden 배역
빌리 홉킨스 Billy Hopkins 배역
수잔느 스미스 Suzanne Smith 배역

꽃 같은 인생

'욕'이 욕보는 세상입니다. 욕을 들어쳐먹을 놈들은, 욕먹지 않고, 애꿏은, 좆같은 애오라지 인생들만, 주구장창, 된 뻘창처럼 왕창 욕먹고 다니는 세상입니다. 무엇이든, 올곧게 가지 못하는, 방향이 토라진 꼴이 도처에 널린 세상은 올바른 세상이 아닙니다. 죄 지은 잡것들은 떵떵거리면서, 희희낙락 한평생 한갓지게 잘 살아갑니다. 평생을 순결하고 맑게 살아온 사람들은, 계속해서 농투성이 무지렁이처럼 뿌리만 깊숙하게 내리뻗으면서, 정작 열매는 잘 맺지 못하면서, 슬픔과 고독의 꽃만 무화과처럼 피워대며 살아갑니다.

살면서, 점점 욕에 대한 언어유희만 늘어갑니다. '꽃 같은 인생'은 '좆 같은 인생'입니다. 정작 저는 '좆'이 뭔 의미인지도 잘 모르지만요. '된장'은 '젠장'의 다른 말입니다. 아름답고 정겹고 구수한 된장을 모독하는 말이지만요. '아저씨 발냄새나.'나 ' 저런 십장생.'이나 '씹팔센치.'나 '이런 게시판을 보았나.'나 '수박 씨발라먹어라.'는 더욱더 심한 언어유희를 가장한 욕지거리입니다.

쉬핑뉴스라는 영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저는 우선 욕지거리에 대한 농담 섞인 농지거리를 먼저 말합니다. 붓의 펄럭임과 스침을 말하기 이전에, 이미 묵의 농담에 대해서 깊이 신경써야 함은 더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붓질을 배우기 이전에, 먹을 가는 법을 먼저 배우는 건 그래서, 온당한 일일 겁니다. 이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우선은, 케빈 스페이시와 쥴리안 무어와 쥬디 덴치와 케이트 블랑쉐라는 이름의 아우라 때문입니다. 사랑하지는 않지만 영혼의 꼬리가 솔깃해지는 힘을 가진 이름들의 조합에 저는 우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감독은, 라세 할스트롬이 아닌가요! (사실은, 이상하게, 자꾸만 라스 폰 트리에 감독과 헷갈립니다. <킹덤>과 <초콜렛>의 이미지는 아득하기만 한데 말이지요.)

케빈 스페이시가 우리나라에 알려진 건 아마도 <유주얼 서스펙트>를 통해서였을 겁니다. 저도 예전에는 개뿔 전혀 모르다가 이 영화를 통해 케빈 스페이시라는 배우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니까요. 어리버리하고 친근한 케빈 스페이시의 이미지는 이후 계속해서 재탕삼탕 두고두고 맛간 사골처럼 우려지게 되지만, 그래도 <쉬핑뉴스>의 배역은 그나마 알맞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릴 때 아버지에게 주구장창 학대를 당하고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물에 대한 공포를 가지게 된 아해가 갖가지 잡다구리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야기에 헐리우드의 어떤 배우가 알맞겠습니까. 더구나 음탕하고 방탕한 여자를 우연히 만나 딸까지 싸질러놓고, 여자는 왠 놈팽이와 바람맞아 도망가다가 물에 빠져 죽어버리고, 딸은, 어미된 년이 돈을 받고 팔아먹으려다가 간신히 구하게 된 상황입니다. 이러한 꼴에, 그는 '코일'이라는 성을 가지고, 예전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그 고향에서 벌어지는, 끔찍하고 섬득한 과거의 재현이, 이 영화에서는 펼쳐집니다.

각자 태어나는 순간, 영혼에는, 미늘 하나씩이 꿰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은 다음에야, 영혼이 대롱대롱 매달려 손맛을 적절히 내주다가, 마침내 들어올려져 미늘이 빠져나가고 우리의 영혼은, 털썩, 탁한 저수지 물에 잠긴 그물망 속으로 내던져지는 게 아닐까요. 죽기 전에는, 여하간 이 미늘의 끈덕지고도 독한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향에서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 개개인의 과거사는 끔찍합니다. 그러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점잖고 고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살아가는 척 할 수 있다는 건, 인간이 얼마나 독하고도 고독하다는 증거인지요.

정말로 '꽃 같은 세상'입니다. 모든 존재는, '좆'으로 잉태되었고, '좆'을 통해 세상을 나와, 존재가 되었음에도, 저는 아직까지도 '좆'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꽃 진 자리에서 열매가 슬며시 맺듯, 우리도, 좆 진 자리에서 생명으로 드러나는 것이겠지요. '꽃 같은 세상'이든 '좆 같은 세상'이든 결국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이 지나갈 때 우리는 무슨 붓글씨를 쓰듯, 좆을 놀리게 되는 건가요.

생뚱맞게, 원효가 생각납니다. 내 좆은 꽃인데, 원효의 꽃은 도끼였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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