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때가 있다 - 내 인생의 사계절을 지혜롭게 경영하기 위한 "때" 사용법
김태규 지음 / 더메이커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집어드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한다. 사람이 자신의 앞날을 예견하고 싶어하는 건 거의 본능이 아닌가 싶다. 어렸을 땐 자신의 사주가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가 삼시세끼 다 챙겨주고, 공부만 잘하면 되니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단지 공부하는 것 하나가 힘들어서 일뿐. 공부하는데 장애물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나이들면 들수록 되는 일 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고 어느 길로 가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어떻게 떠밀려서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한다지만 또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니 불안할 것이다. 세계 정세도 불안하고, 나라 꼴은 더 안 좋고 등등.

 

그렇게 불안하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니 점이나 예언에 목매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나만해도 그렇다. 뭔가 움츠러든 마음을 펴고 다시 일을 해 보려고 했으나 내가 확인한 건 그 일 하기가 더 어려워졌고, 특히 인사는 만사라고 했건만 좋은 뜻을 가지고 일을 하려고 해도 사람과 마음이 맞지 않아 마음만 더 심난해 졌다. 그럴 때면 의심이 든다. '이 길이 아닌 게벼.'하며 난 앞으로 뭘해야 하지? 막연해지고, 난감해진다. 그럴 때면 나도 솔직히 뭘하면 좋을지 사주팔자라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된다. 그런 거 봤다고 크게 도움이 될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냥 위로 삼아서라고 해 두자.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예견하고 싶어하는 건 거의 본능은 아닐까? 사람들이 점을 보는 건 요행수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사람은 약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걸 인정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가? 사람이 자신이 약한 존재인 것을 알면 겸손하고 자중자애하며 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그러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 약점을 이용해서 상술에 써먹는 사람도 많으니.   

 

명리학도 사주팔자나 점처럼 미래를 예견하는데 쓰이는 것처럼도 보인다. 또 그것은 일견 맞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읽은 이책은 그 보다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사람의 삶이나 운을 자연의 순환에 빚대어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기 좋아한다. 봄은 유년시절을, 여름은 청년을, 가을은 장년을, 겨울은 노년에 빚대곤 하는데, 명리학은 그 보단 좀 더 세분화 해서 사람과 자연의 주기를 24절기, 15년, 60년, 360년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명리학은 자신이 지금 어느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학문인 것이다. 더 나아가 나라나 세계 정세에도 적용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제법 그럴 듯하게 맞아 떨어진다(참고로 저자는 2016년 하반기는 우리나라가 24절기 중 동지를 지나는 싯점이라 여전히 어렵고, 2017년에는 통일이 올 것이라고 했다. 맞는지 어쩌는지는 그때가 되보면 알겠지만 아주 틀리지만도 않을 것 같긴 하다). 

 

명리학은 주역만큼이나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을 자연의 순환주기에 맞춰 풀이하고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것은 결국 인간은 뭘 정복하고 지배하기 보다는, 자연의 일부로 자연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게 가장 좋은 거라는 것이다. 진시황이 죽지 않으려고 불로초를 찾아 헤멨다는 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인가? 또 그 후예들이 아직도 이 땅에 너무 많이 존재한다. 다 어리석은 일이다. 왔으면 가는 게 당연하고 맞는 것인데 아둥바둥 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이런 명리학의 이치를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 준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글쎄 어릴 때부터 알면 너무 욕심없이 살아서 사회 발전에 오히려 저해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적어도 청소년 시절부터 알려주면 좋겠다. 이놈의 세상은 자본주의니, 신자유주의니 하지만 결국 사람을 경쟁체제로 몰아가고 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그 경쟁을 성장이란 말로 바꾸길 좋아한다. 모든 사람이 경쟁과 성장을 향해 나간다면 과부하에 걸리고 만다. 물론 그럴 수도 없지만. 누군가는 성장을 해야한다면, 누군가는 성숙을 지향하며 안정을 향해 나가야 한다. 그런 식의 밸런스가 필요한데 세상은 그런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다. 마치 퇴화되고 도태되어 버린 존재로 낙인 찍길 좋아하는 것이다.

 

명리학의 이치를 깨달으면 내가 현재 잘 안 풀릴지라도 그것 때문에 낙심하거나 초조해 할 필요가 없고, 잘 나간다고 해서 잘난 척 할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말이 알고 보면 명리학에서 나온 말이다. 누구는 인생에 봄을 지나지만 누구는 가을을 지난다. 봄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며, 가을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마는 아니다. 그것을 세분화 해서 24절기도 절기마다 좋은 의미도 있지만 부정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책을 보라. 자세히 나와 있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그에 맞혀 지혜롭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 적이 있었다. 그렇게 내가 다시 한 번 알을 깨고 나왔을 때 나의 재능을 반겨 맞아 준 한 사람으로부터 나는 나중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신앙 좋은 척 하지만 자신이 가진 경제력으로 점잖은 교회에서 사람들을 자기 발 아래 두며 징그러운 야욕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그것이 마치 하나님이 자신에게 부여해 준 권위인 양 떠들고 다녔으니까). 그를 보면서 역시 이 세상은 돈이었구나 싶었다. 적어도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신앙이 가진 진실함과 위대함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일견 부럽기도 했다. 나도 인간인지라. 하지만 난 안다. 대체로 있는 사람이 장자리를 맡는 건 세상이나 교회나 다르지 않고, 그렇다고 그 사람의 인격까지 성숙한 건 아니라는 걸. 화무십일홍이랬다고 그의 권세나 능력이 언제까지 갈 것 같지만 사람은 상승곡선을 타면 반드시 하강곡선을 그리기 마련이다. 내려와야 하는 것이다. 그는 지금쯤 어느 지점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성숙해져야 하는 그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가진 뜻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해서 낙심할 것은 없다. 이 책을 보며 나 자신 그렇게 위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참 열정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흔들릴 때가 너무 많았다. 그러나 저자는 인생의 여정을 다루는 장에서 그것이 욕망이나 의욕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욕망이나 의욕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욕망이나 의욕을 추구하고 관철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고 여긴다(252~253p).

 

오래 전, 시나리오를 공부한답시고 학원을 다녔을 때 같은 수강생 하나가 나의 손금을 봐준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나의 손금을 자세히 보더니 너무나 확신에 찬 어조로 끝까지 못 간다고 했다. 무엇을 하더라도 끝까지 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걸 너무나 확신에 넘쳐 외치다시피 한 게 미안하던지 운명이란 개척하라고 있는 것이지 운명 그대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 정주영 회장은 자신의 손금에 재물운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칼로 째서 그 손금을 만들었다고 했다. 없던 손금을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의 강한 의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어찌보면 열정이나 에너지는 절박함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르긴 해도 정주영 회장은 자신이 부자가 되어야만 하는 절박함이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갑부가 되긴 했지만 말년에 자신의 운을 잘 다스리지 못해 건강을 잃고 명을 재촉했다고 책은 전하고 있다. 그는 말년에 대통령 선거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한다. 과욕이고 노욕이었던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자의 말이 맞는 것 같긴 하지만 그가 그렇게 한 것에 후회가 없다면 그것 또한 그의 운명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도 그렇다. 어쩌면 그 수강생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나는 포기가 빠른 사람이다. 그래서 성취는 없어도 명을 재촉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분수를 아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런 사람에게도 질긴 인연 하나쯤은 있을 것이고, 죽어도 포기 못하는 것 하나는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가 나의 손금에서 미쳐 보지 못한 뭔가를 나는 가지고 있을 거란 말이다. 난 그런 사람이 부럽긴 하다. 바위 같은 사람. 세상의 어떤 비 바람이 불고 휩쓸려 갈지라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끝까지 해 내는 사람. 내게 그런 에너지가 없다면 그런 사람 곁에 있어야 할 것이다.

 

책에서 나의 눈이 오래도록 머물었던 구절 하나가 있었다. 삶이란 고생하거나 허전하거나. 얼마나 그럴 듯한 말인가. 20대 말 30대 시절 나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났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단 이유만으로 그 사람들과 인간적인 부침을 겪어야 했다. 물론 그들이 나에게 기쁨을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힘들게도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도 싫었고, 사람도 싫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따라서 인간적 부침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 처음엔 좋았다. 하지만 또 어느 만치 지나고 나니 헛헛했다. 나중엔 묘하게도 향수병 같은 것도 생겼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이 나에겐 전성기이기도 했고 그 시절 인간적 부침이 많았던 건 어쩌면 통과의례 같은 거란 걸 나중에 깨달았다.

 

가수 이상은은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고 노래했다. 그 얼마나 인생을 통찰한 노래인가. 고난 속에 축복이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난 그나마 오늘을 버티고 살고, 아직도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분명 세상은 세상 살아가는 법칙이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연속에 나를 맞춰가며 살아가는 법칙 말이다. 인간은 자연을 거스르며 살 수가 없다. 그것은 인간도 자연속에서 낳아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명리학은 정말 공부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명리학이 처음이라면 이 책은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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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1-1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자주 듣는 말중에 철없다는 말..저도 때를 몰라요...때를 다 알면 아마 벌써 죽었을지도요...

stella.K 2015-11-11 13:57   좋아요 0 | URL
도인이 되셨겠죠.ㅋㅋ

2015-11-11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1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5-11-11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가 있는 거 정말일까요? 그렇다면 최대한 늦게 오면 좋겠어요 힘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할 때. 예전같으면 빨리 날고 차라리 빨리 가는 게 낫다 그랬는데 생각도 나이 먹을수록 달라져요. 리뷰 좋네요. 책은 재미없어보이는데ㅎㅎ제목 너무... 자기계발서예요?

stella.K 2015-11-11 14:20   좋아요 0 | URL
좋은 건 빨리 오고 나쁜 건 늦게 오는 게 날까요?
아니면 나쁜 건 빨리 지나가고 좋은 때를 기다리는 게 날까요?
저는 올해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올핸 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대체로 홀수 년이 힘들고,
짝수 년이 그나마 좋고 그랬죠.
긴 리뷰 읽어줘서 고마워요.
제목이 좀 그렇긴 하죠? 그런데 전 좋았어요.
주역 보다는 쉽고 매력적이에요.
나이들면 이런 게 좋아지나 봐요.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