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퍼 픽션(Hyper-Fiction)'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소설가 로버트 쿠버의 <잠자는 미녀>가 열림원 '이삭줍기 시리즈'의 열다섯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세간에 익히 알려진 그림 형제의 동화를 '다시쓰기' 한 작품으로, 잠자는 미녀 이야기에 대하여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버전들을 공주, 왕자, 노파 요정이라는 세 인물의 관점에서 나열한다.
가시덤불에 둘러싸여 누구도 섣불리 범접할 수 없는 아주 오래된 성, 그 안에서 1백 년 동안 잠자는 미녀 찔레공주와 성 안에서 유일하게 깨어 그녀를 보살피는 요정 노파, 그리고 성 안으로 들어가려는 왕자의 모험이 뒤엉켜 있다. 꿈과 현실의 구분은 물론, 왕자의 판타지와 공주의 판타지조차 뒤섞인다.
소설은 영화의 '컷'처럼 마흔두 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끊임없는 '시작'의 반복일 뿐 전개도 종결도 없다. 작가는 다양한 시각에서 이야기 내용을 음미하고 갖가지 변주를 제시하며, '잠자는 미녀' 속에 내재된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의 구조를 폭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