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에서 행복을 되찾다
기발한 자살여행
마르토 파실린나 지음|김인순 옮김|솔출판사|348쪽|9500원
북유럽의 핀란드는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항상 우등생이다. 최근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군에 뽑혔다. 소국이지만 정보 통신 기술에 관한 한 강대국이다. 백야와 설원, 순록의 나라답게 산타클로스의 고향이라고 자칭하면서 관광 수입도 올린다.
그러나 핀란드에도 고민은 있다. 해마다 1500명 이상이 자살한다.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다. 비애. 한없는 무관심. 우울증이 이 불행한 민족을 짓누른다’라고 시작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켐파이넨 대령은 군인답게 명쾌하게 설명한다. “2개 대대 병력이 해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1개 여단 병력은 목숨을 끊으려는 계획을 세운단 말이지”
현재 핀란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인 아르토 파실린나<사진>는 이 소설을 통해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유쾌하게 그렸다. 자살을 시도하는 불행한 사람들이 결국 삶의 행복을 재발견하는과정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형상화한 것.
켐파이넨 대령은 사업가 렐로넨과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자살에 실패한 인연으로 진정한 우정을 쌓는다. 두 사람은 자살이라는 공동의 대의를 좇는 사람들을 모집하기 위해 신문 부고란에 광고를 낸다. ‘당신은 자살을 생각하는가? 두려워하지 말자.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광고를 보고서 600여 명이 몰려든다. 토의 과정에서 집단 자살을 결행하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 뒤 바다 상공에서 기구의 공기를 빼고 모두 물 속으로 몸을 던지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죽음의 항해자들이 망망대해에서 입을 모아 우렁차게 부르는 이별가가 천사들의 합창처럼 우주에 울려 퍼진다. 기구에서 하늘을 향해 폭죽을 쏘아 올리고, 누군가가 감격한 나머지 바다로 뛰어내린다...’라는 숭고한 상상력이 회의장을 맴돈다. 그러나 그 숭고미로 인해 상황은 더 우스꽝스러워진다.
아무튼 스무 명의 자살 희망자들은 광장에 모인다. ‘그 밤늦은 시각에도, 자살자들은, 60년대에 스탈린의 세계 혁명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앞장섰던 핀란드 극좌파들 못지 않은 불굴의 단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물론 자살자들은 노동가를 부르지 않았으며, 깃발도 앞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극좌파들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실패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었다’라는 대목에 작가의 풍자적 전언이 들어있다.
켐파이넨 대령은 버스를 대절해서 ‘죽음을 향한 무명 용사’들을 이끌고 북쪽 끝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이 용사들은 중간의 우여곡절로 인해 스위스를 거쳐 포르투칼의 해안 절벽까지 간다. 과연 이 용사들은 죽음이라는 약속의 땅에 들어갈 것인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반전이 독자들을 기다리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