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먹방이 대세다. 어떤이는 먹방이 대세인 것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자 먹기는 싫고 대리만족을 위해 먹방을 보는 것 같다고 진단한다. 그럴듯한 말 같긴 하지만 나는 먹방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어차피 먹지도 못할 음식 본다고 대리만족이 될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시신경을 자극해서 먹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보지 않는다. 설혹 본다고 해도 따라 해 먹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장은 언제 볼 것이며, 언제 다듬고, 씼고, 볶아서 언제 먹을 것인가?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길들여진 고정된 입맛이 무의식 중에라도 남아 있어서 아무리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했다고 해도 결국 우린 옛맛으로 회귀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솔직히 5성, 7성급 호텔 수석주방장이라고 해도 그들이 집에서 먹는 건 잘 익은 배추김치에 된장찌게면 밥 한 그릇 뚝딱이라고 하지 않는가?  무엇보다 난 먹는데 시간들이고 공들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사서 맛있게 먹는 거라면 모를까.  

  

그러는 가운데 지난 달부터 <식샤를 합시다 2>가 종편에서 방송되기 시작했다. tv 보는 것을 아주 많이 좋아하지 않는 나는 당연히 <식샤를 합시다 1>은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지금의 2편이 1편 보다 더 좋은지 안 좋은지 난 잘 모른다. 그런데 이 <식샤를 합시다 2>는 솔직히 별점으로 치자면 5개 만점에 많이 줘도 두 개 반 밖엔 줄 수 없는 좀 한심한 드라마다. 아무리 만화가 원작이라지만 어쩌면 캐릭터 연구를 그렇게 안 할 수가 있을까? 캐릭터 연구를 음식 뽀샵질의 반만 했어도 이 드라마는 꽤 괜찮은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대장금 버금가는. 하지만 매회 보면서 짜증 작렬이다. 솔직히 이런 드라마는 나는 두 번도 많다. 한 번 딱 보고 접었을 드라마다. 그런 내가 지금까지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보고 있다. 먹방의 위력이 새삼이다.

 

그나마 이 드라마는 윤두준과 캐릭터는 후저도 배우들의 먹는 연기 때문에 봐 줄만 하다. 보면서도 내가 어떻게 이 드라마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보나 나 자신도 놀라며 보는 중이다. 그러면서 새삼 먹는 게 이렇게도 중요한 것이었구나 한다. 솔직히 밤에 불 끄고 그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묘하게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배우들의 후루룩 쩝쩝거리며 먹는 모습을 보면 정말 당장 먹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히긴 한다. 이 충동을 잘 조절하면 좋은데 실패해서 방송에서 먹는대로 먹으면 비만은 따논 당상일 것이다. 그만큼 이 드라마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예를들면 지난 준가, 지지난 주에 주꾸미 요리를 먹는 장면이 나왔다. 주꾸미 요리가 어디 한 가진가? 처음 주문은 한 가지로 시작해서 어느새 3종 세트를 롱샷으로 보여주는데 맛있어 보이긴 하지만 등장인물 셋이 저 많은 음식을 실제로 다 먹었다고 치면 그들은 코가 아닌 어깨로 숨을 쉬어야 할 것이며 모르긴 해도 소화제는 기본으로 먹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지난주 같은 경우 실연의 아픔을 먹는 것으로 승화시킨 백수지를 보면서 지금까지의 짜증은 짜증도 아니었다. 배우를 탓하기 전에 작가나 연출이 누군지 정말 이렇게 밖에 못하겠냐고 항의 편지라도 쓰고 싶었다. 요즘 누가 실연 당했다고 그걸 먹는 것으로 풀까? 그거 한 가지만 지적했다고 해서 이 총체적 문제의 인물이 나아질리는 없겠지만, 솔직히 이건 여자에 대한 모독내지는 비하며 모르긴 해도 이런 식의 먹방 드라마는 앞으로 지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실연의 아픔을 먹는 것으로 승화시킬 수는 있다. 그건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방송에서까지 그것을 자세하게 쪽쪽 소릴 내가면서 먹는다는 게 뭔가 좀 안 맞고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 마치 실연 당하면 먹는 것으로 풀라고 일부러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 먹은 것도 부족해 백수지는 그 자리에서 라면을 삶아 먹는 기염까지 토했다. 그나마 구대영(윤두준)과의 케미를 위해 라면을 끊이는 방법에 관해 티격태격 싸우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 장면 한 가지만 나왔다면 모르겠는데 이젠 백수지가 혐오스러워지려고 한다. 이런 총체적인 소화불량 드라마가 어딨을까 싶다.

 

이 드라마가 방송하고 있을 때 또 어떤 방송에선 다이어트에 관한 방송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하려 하는 것은 이 드라마가 단순히 질 낮은 후진 드라마라고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보여주려거든 좀 더 스마트하게 지능적으로 잘 보여줬어야 한다. 벌써 시즌 2 아닌가? 그러면 좀 똑똑해져야 할 텐데 무조건 한상 떡버러지게 차려놓고 배우들이 어떻게 먹나 구경 시키고 따라 먹게 하다 비만에 일조하는 그런 드라마가 된다면 이건 그야말로 낙후다. 청소년의 건강을 위해 학교에 청량음료 자판기가 없어졌다. 드라마에선 흡연 장면을 없애거나 안개처리를 했다. 비만을 이젠 국가가 관리한다고 하는 마당에 이런 드라마가 언제 심의에 걸릴지 모를 일이다. 아무리 욕하면서 보는 게 드라마라지만 내가 그럴 줄은 몰랐다.ㅠ   

 

 

덧;) 나는 평소 라면을 그렇게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먹더라도 계란은 잘 넣어 먹질 않는다. 간혹 가물에 콩나듯 넣어서 먹는다면 계란을 풀지 않고 익혀 먹는 편. 계란을 풀어서 먹을 것이냐 그대로 익혀 먹느냐는 확실히 취향의 문제다. 백수지는 계란을 풀어야 계란의 고소함이 면에 베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건 맞는 얘기긴 할 것이다. 하지만 국물맛이 좀 텁텁할 수 있다. 그런데 비해 계란의 고소함과 국물의 깔끔함을 선호한다면 당연 구대영처럼 계란을 터뜨리지 말아야겠지. 

그런데 난 라면을 먹을 때 무조건 채소를 많이 넣는다. 우리집의 채소란 채소는 눈에 띄는대로 처음부터 잡아 넣고 끊이는 것이 나의 방법이다. 그러면 국물을 훨씬 시원하고 건강하게 즐길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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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5-0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인의 결핍을...
먹으면서 풀라는 자본주의적인 계략.ㅠ.ㅠ
소득이 낮을 수록 비만율이 올라가는 이치랑 비슷할거예요.

잘봤습니다.
(밥 한공기에 한시간 걸어 땀내야 하는 고역을 알면 ㅎㅎㅎ먹기가 두렵..)

stella.K 2015-05-03 15:30   좋아요 1 | URL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님의 해석이 탁월하십니다.

근데 전 드라마 잘못 만들면 왜 그렇게 욕하고 싶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안 보면 되는데 그만큼 아쉬움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ㅠ

yureka01 2015-05-03 15:36   좋아요 0 | URL
그또한 일종의 욕망 아니겟습니까.
한편에서 열받으니 보지마라.한편에선 그래도 땡기니 봐라...
시청하게 되는 것이 아마 후자가 이긴 결과겠지요.
드라마에는 상업적인 고도의 전략이 꼭 숨어 있는 경우가 많겟죠.
그런 드라마 제작자.작가.스탭...돈이 안들어가면 나올리도 없고요.
문제는 그런 자본의 투자가 좀 긍정적이라야 하는데 비만을 유발하고
건강을 헤치게 된다는 점이죠.
아마 그 드라마 보면서
몇몇 시청자는 배달의 기수에게 빨리 배달을 요청했을 겁니다...아니 확실합니다.아니면 하다 못해 야식 라면이라도 끓일려고 물올리고.ㅎㅎㅎ

stella.K 2015-05-03 15:48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그 생각해요.
이 드라마 보면서 배달통, 요기요 불나지 않을까
생각하면 이 드라마는 결코 건강한 드라마는 아니죠. 이런 식의 드라마가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진다면 분명 심의한다고 할거라니깐요.ㅠ

cyrus 2015-05-0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TV를 보면서 누님 생각과 조금 비슷하게 생각했어요. 먹방에다가 요리사들이 자주 TV에 나오면서 대중들의 식욕을 자극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채널 몇 개 돌리면 유승옥 같은 사람들이 나오잖아요. 이런 사람들을 보면 대중은 몸짱에 대한 열망에 다이어트 욕구가 생겨요. 우리가 보는 TV의 세계는 모순적이에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TV에 눈이 먼 대중의 모순적인 욕구가 투영되어 있어요. 그 방송 프로그램에 요리사 백종원, 웨이트 트레이너 예정화가 개인 방송을 하고 있잖아요.

yureka01 2015-05-03 21:56   좋아요 0 | URL
한쪽에서는 다이어트 방송.또 한쪽에서는 먹방과 요리사들 요리 프로그램이 공존하죠.
많이 먹는 것도 다 돈이요..빼는 것도 핼스 산업의 요체입니다.
먹고 찌고 또 빼고....다만 니들은 돈을 내면 다 먹고 다뺄수 있다는 자본의 보이지 않는 계산이 치밀하거든요.
저적하신 백종원...프랜차이즈 사업가요...숀리라는 다이어트핼스매너져..거치면 식스팩만든 연애인 나오는 이유.다 그게 그거예요.

stella.K 2015-05-04 15:02   좋아요 1 | URL
모든 양면성은 다 있는 거긴 하죠.
그것을 아예 까놓고 보여 주는 게 tv고.
시청자들 알아서 취사 선택해서 봐라. 그런 거겠지만
눈은 죄가 없다고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다 보죠.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보고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다고 했지만
현대의 선악과는 역시 tv를 대표로하는 모든 영상 매체 같아요.
거식증과 폭식증의 진앙지는 tv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하는 줄은 알았는데 그게 그런 프로그램이었구만.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