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니 올 한 해는 지난 해 보다는 지내기가 낫긴 했지만 특별히 한 일이 없는 별 볼 일 없는 한 해였던 것 같다.

 

특히 작년에 미처 해결하지 못한 두 가지 일을 올해도 붙들고 씨름했었구나 싶다. 인간의 걱정 중 90% 이상이 쓸 때 없는 거라던데, 쓸 때 있고 없고를 떠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끙끙대며 보냈다는 게 좀 억울하다 싶다. 그냥 단순해질 수는 없는 건지...

 

이 책은 작년 말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총 5권 중 2권까지 독서를 마친 상태다.

이 책은 지금도 품절으로 나오는데 이 책이야 말로  나에겐 '발견, 이 책!'쯤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이렇게 좋은 책이 아직도 품절로 나온다는 건 독서계의 불행 같다. 하지만 난 운 좋게도 5권을 다 구입했다.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기독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강원용 목사의 자서전이기도 하지만, 기독교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현대사를 아우른다는 것에 있다. 그것을 편견이라고 볼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펙트럼의 문제고, 사고관의 문젠데 저자의 역사를 통찰한 면이 탁월하다 싶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어서일까? 아니면 나이가 나이라서 그럴까 나 역시 자서전이라는 걸 쓰고 싶어졌다. 개인사로서의 자서전인 동시에 나의 살아 온 삶을 갈무리 한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필요한 것 같아 용기를 내서 조금씩 썼는데 아무래도 올해 안에 끝내진 못할 것 같다. 마음 같아선 올해 안에 끝내고 새해 새로운 자서전을 쓰기 위한 원년으로 만들어었야 하는 건데.

 

물론 나의 이야기는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다 아우르는 건 아니다. 올해가 내가 연극 대본을 쓴지가 딱 20년이 된 해였는데 그것을 뒤돌아 보고 싶었다. 잘 써서가 아니다.

얼떨결에 그 일을 붙들고 나름 세상을 주유했다.

 

내 이야기 내가 쓰지 않으면 누가 쓰겠는가? 기억이 더 흐릿해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쓰자는 건데 진척이 없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글이란 안 쓰고 있을 땐 굉장히 위대해 보인다. 그러나 막상 쓰기 시작하면 지루하고 후회로 점철될 때가 많다. 이 한심하고 별 볼 일 없는 일을 왜 붙들고 있는 건지. 그걸 전체 이야기 중 4분의 1 정도를 남겨둔 상황이다.

 

그 다음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이 책이다.

일본 여성이 쓴 아시아 여성들이 지난 세기 동안 전쟁을 겪으면서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를 고발한 책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런데 거기엔 일본 여성도 포함을 시켰다는 것이 나로선 좀 놀라웠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지난 세기는 일본의 패권주의가 극에 달한 때로서 일본 여성들이 전쟁의 고통을 겪었을 거라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누구는 저자더러 당신도 일본 사람이면서 그렇게 쓴 것이 엄살을 부린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여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일본 여성도 전쟁에서 예외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전쟁은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도 위안부 문제만 끄집어내면 발끈부터 하는 일본의 극우 수컷들과 자신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이 문제를 외면하고 거짓말을 해야하는 극우 암컷들은 확실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갑질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해로 기록될 것 같은데 나는 올해 교회에서조차 갑질을 해 대는 어떤 인간 때문에 내내 가슴 한켠에 뭔가가 얹혀진 느낌으로 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팀의 리더고 재정의 거의 대부분을 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팀을 자기 휘하에 두려고 하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즉 자신은 하나님의 대리인이고 그 권위를 위임 받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신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망상적인 생각들도 가득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들이 가능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녀의 입장에선 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돈을 가지고 그 누구의 일도 아닌 하나님 일을 하겠다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순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배면에 깔려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생각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교회에 가지고 들어와 갑질하는 것이다.

 

세상에서는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가진 자의 세상이니까. 하지만 교회에서 돈을 가졌다는 건 그저 신자들이 가진 여러 많은 탈란트 중 하나를 가진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희생해야 하는 것이 교회다. 그리고 그것엔 강요는 없다. 이렇게 겸손한 생각을 가져줘야 하는데 마치 돈을 가진 사람이 하나님의 일도 가장 크게 할 수 있다는 착각을 가지고 그것을 권력삼아 군림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적어도 가진 자로서 절대로 손해 보지 않겠다는 자세다. 그런 사람한테 희생을 설명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일이고. 

 

그런데 더 화가나는 건 그녀가 조금이라도 불리한 입장에 처하면 고난 당하는 척, 약한 척혼자 다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한마디로 말하면 소시오패스다. 그녀 때문에 상처 받고 모임에 탈퇴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은 생각도 않고 자신만이 고난 당하는 것처럼 가증을 떨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교회에 종속된 팀을 사유화하면서 말이다. 그건 정말 겉으로 보기에만 복음 전파를 위한 선교팀이지 알고 보면 그녀의 사조직이다. 교회는 언제까지 이를 방치하고 묵인할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  속에서 그나마 위안 내지는 나를 추스르기 위해 읽었던 책이 이재철 목사의 책들이었다. 정작 욕하면서 닮는다고 그런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이 책들을 읽었다.  

 

무엇보다 내가 읽는 이 책은 설교집이라고는 하지만 인문학적 향취가 물씬해 읽으면서도 굉장히 만족감하며 읽었다. 앞으로 이재철 목사의 다른 책도 꾸준히 읽어 볼 참이다.

 

앞에서 강원용 목사의 <역사의 언덕에서>가 발견 이 책이었다면, 이 책은 '발견 이 작가!'쯤 되려나? 그렇게 말하기엔 김연수 작가는 이미 중견 작가다. 단지 나에게 있어 김연수 작가의 발견이 너무 늦은 거다(하긴 아직도 내가 모르는 작가가 좀 많은가?).  그러리만치 이 책은 좋았고 이 책을 통해 김연수 작가가 좋아졌다. 

그의 다른 책도 틈나는대로 읽어 봐야겠다.

 

 

 

 

 

 

 

 김연수의 책과 더불어 <거장처럼 써라>나 <작가란 무엇인가>는 모두 글쓰기란 한 범주 안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거장처럼 써라>는 저자가 당대 유명한 작가들이 글을 어떻게 쓰고 있는가를 일일이 분석했다는 것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감탄을 하다 못해 존경을 표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일반인들은 넘 볼 수 없는 놀라운 경지를 펼쳐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작가들의 글 쓰기의 특징을 나열하면서 우리도 글을 쓸 수 있다고 다독이기도 한다. 오늘 날의 글쓰기가 선호하는 방식은 셀린저의 방식은 아닌가 한다. 내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는 직접 사서 읽어보기 바란다.

 

 

또한 <작가란 무엇인가>를 읽는다는 건 하나의 축복 같다. 세상에 그토록이나 많은 작가를 인터뷰한 책이 있을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파리 리뷰 인터뷰는 모르긴 해도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작가를 인터뷰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를테면 헤밍웨이나 윌리엄 포크너, EM포스터 같은 작가. 특히 자살로 생을 마감한 헤밍웨이를 읽는다는 건 좀 아련한 느낌이 있었다. 

이 책의 2권과 3권이 동시에 출간되어 나왔는데 곧 읽어 봐야할 것 같다.    

 

지금까지 난 서재활동 이후 거의 해마다 나의 베스트를 뽑아 왔던 것 같는데 올해는 나 나름의 워스트나 문제작을 생각해 봤다.

이 책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는 작품성이 뛰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책은 확실히 문제작이다 싶다. 등장인물의 실명을 그대로 쓴 것도 독특하고 일종의 잘 편집된 다큐멘터리 극을 보는 것도 같다. 

우리는 나름 인정 받고 있는 사람의 모든 것을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정말로 믿을만 한 것인가에 우리는 왜 의심하지 않는 것일까? 글쎄 이 책은 학문은 신성하지 않다는 것을 고발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솔직히 난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그다지 유쾌하게 읽지 못했다.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남다르게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이야 말로 내가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쓰레기는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 책은 돌아가신 원로 목사님의 아들이 썼다고 해서 유명세를 탄 책인데, 저자가 지금까지 나름 기독교에선 알아주는 유명한 책을 여러 권 쓴 것에 비하면 이 책은 지금까지의 명성을 그 스스로가 깍아 먹지 않았나 싶다.

 

물론 풍자 소설은 있을 수 있지만 나 개인적인 입장에선 오늘 날의 교회 문제를 소설의 형식으로 빌려 써야 했나 나름 소설을 애호하는 나로선 좀 불쾌했다. 무엇보다 작가가 이 소설을 썼을 땐 그다지 교회의 갱신을 호소하기 위한 대의는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그냥 타깃이 된 목사를 웃음 거리로 만들기 위해 쓴 것 같은데 그런 의도라면 좀 더 거룩한 목적을 가질 수는 없었을까? 안타까웠다. 서초교회가 잔혹했던 거룩하건 어쨌든 자신의 아버님이 세운 교회 아닌가?  

이제 본인도 알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다시 소설 쓴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밖에 좋은 책이 몇권 더 있긴 하지만 생략한다.

 

올해 우리나라 독서계의 키워드는 도서정가제가 아니었나 한다. 좋은 책을 만드는 입장에선 좋은 가격 받고, 독자는 할 수만 있으면 적당한 가격에 사 보는 게 꿈인데 그럭저럭 안착이 되는 걸까?  

 

내년엔 또 어떤 책이 나의 관심을 끌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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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12-3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해를 잘 정리하셨네요.

올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멋진 글 읽었습니다. ^^
내년에도 올해처럼 변함 없기를...

stella.K 2014-12-31 22:58   좋아요 0 | URL
캄샤합니다.^^

yamoo 2015-01-0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한 해 정리를 잘 하셨네요..ㅎ 새해에도 좋은 책 많이 읽으시길! 그리고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stella.K 2015-01-05 13:27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야무님 고맙습니다.
님께서도 건강하시고 올 한 해 행운이 함께하시길 빌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